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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언제 죽을지, 어떻게 들려줄까 - 고통, 장애 그리고 파멸에 대하여 앳(at) 시리즈 8
요하나 헤드바 지음, 양효실 외 옮김 / 마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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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현재, 내 올해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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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자매입니다
오드리 로드 지음, 박미선.이향미 옮김 / 오월의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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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재 오드리 로드는 페미니스트로서 억압과 저항의 교차성(intersectionality)에 주목한 선구적 인물로 이야기된다. 로드는 자신을 '흑인 레즈비언 어머니 전사 시인'으로 명명한다. 레즈비언이면서 어머니, 흑인 민권운동을 지지하며 백인 여성과 결혼한 레즈비언, 싸우는 시인, 시인이자 교육자였고, 작가이자 연설가였다. 그는 자신의 복잡한 정체성 혹은 위치성을 결코 숨기지 않았고 그것에 뿌리를 두고 말하고 쓰고 투쟁했다. 그에게 삶과 투쟁과 예술과 교육은 모두 하나다.

그런데 교차성만큼이나 중요하고 교차성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것은 통합성(intergrity)이다. 저 복잡한 교차적 자기 명명은 그 모든 것을 합친 것이 자신이기 때문이다. 어느 하나라도 빠트리면 진실에 위배되며 심지어 그는 불의를 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처럼 통합성을 열망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 상태이고 그래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믿는 대로 행하고 쓰고 사는 그가 너무나 존경스럽다...어쩌면 소수자/약자가 소수자성/약자성으로 명명되는 자신의 '차이'를 긍정하고 드러내는 것은 사회운동의 기본 강령이라고도 하겠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통합적인 자아로서 나를 드러내고 살아가도 맥락에서 분리되고 난도질돼 무한증식될 수 있는 오늘날의 사회문화경제적 환경에서는 무리한 요구가 아닐까. 오히려 드러내고 감추는 데, 자신을 알리고 또 보호하는 데 더 전략적이어야 하는 게 개인의 생존과 투쟁을 위해서도 현명하지 않을까.

2. 또 이 통합성이 문제가 되는 것은 '레즈비언 사도마조히즘'이다. 로드는 사도마조히즘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사도마조히즘은 결국 우열함(우세)/열등함(열세)의 틀에 기반하며, 그 틀에서 지배와 굴종을 즐기는 것이 결국 침실 밖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로드에게 삶의 모든 부분은 긴밀히 연결되고 하나이기 때문이다. 로드는 성애적인 힘을 운동의 힘으로 끌어올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글쎄... BDSM을 성적 지향처럼 성향 차이로 인정하고 성적놀이의 일부로 보는 요즘사람들이 이걸 어떻게 읽을지, BDSMer 당사자들이 뭐라고 반박할지 궁금하다. 내가 아는 이들은 침실 안팎을 잘 분리해서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폭력이나 극심한 힘의 격차, 모욕의 각본 없이는 성적 흥분을 느끼지 못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징후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로드의 저 대목은 너무 단순하고 경직된 태도로 느껴졌다.

#오드리로드#나는당신의자매입니다#오월의봄#박미선이향미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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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하르트 리히터 - 영원한 불확실성 현대 예술의 거장
디트마어 엘거 지음, 이덕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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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하르트리히터#영원한불확실성#디트마어엘거#이덕임옮김#을유문화사

리히터의 회고전을 보며 여러 작가의 합동전 같다고 느꼈다. 그런데 그 작가들이 모두 흥미롭다고. 책을 읽으며 알게 된 것은 그것이 단지 시기에 따른 이행이 아니라 그런 상이한 작품을 동시에 제작했다는 것이다. 그가 그토록 여러 스타일을 구사할 수 있었던 것은 장인적 스킬 덕분인데 동독의 미술학교에서 기본기를 탄탄히 닦았다고 한다.

책은 꽤 세세하게 그의 예술가로서 생애를 다룬다. 성장기. 동독에서 서독으로의 탈출(이주), 어울린 예술가들, 당대의 다른 위대한 예술가들, 워홀의 팝아트, 뒤샹의 레디메이드에 대한 감상과 견해 영향, 첫 작업실 계약, 월세, 그림 크기에 따른 판매가 책정법, 갤러리 소유주들과의 관계, 당시에 받은 비평과 수상 이력 등을 아주 디테일하게 다룬다. 내가 미술사가도 화가도 아닌데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으면서도 이런 자질구레한 게 은근 재밌어서 건너뛸 마음은 들지 않았다.

동독에서 대학 나왔는데도 서독에서 예술가 동료(친구)가 필요해서 다시 대학에 입학한다거나, 어느 갤러리와 어떤 조건으로 계약을 맺을지를 고민하는 것, 작가로서 자신이 대중에게 어떻게 비칠지 고심하는 것, 틈틈이 알바도 하고, 장인한테 지원받고... 리히터는 초창기부터 꽤 인정을 받은, 무명기가 짧은 작가임에도 그때나 지금이나 어디서나 예술가로 먹고살기가 이렇게 빡세고 신경 쓸 게 많구나 싶어서 착잡해졌다.

그리고, 동독에서 이미 벽화가(그나마 정치에서 자유로운)로 이른 나이에 꽤 부유하고 만족스럽게 생활할 수 있었음에도, 서독으로 탈출하는 것을 보고.. 먹고사는 것도 중요하지만(모든 인간의 기본), 자신이 어떤 환경에서 더 자유롭게 더 잘 창작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 자신을 더 알맞은 장소로 옮겨야 한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작품 하나 더 만드는 것보다 더 성실한 노력일 수 있음을 느낌....

나는 무엇보다 그의 회색유리판넬과 회전하는 유리판넬 설치가 인상적이었는데, 그의 회화 자체에 대한 존재론을 보여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리의 투명함, 아무 대상이나 비춰보이는 무작위성, 뚫을 수 없음, 어디까지나 표면, 미끄러짐, 하지만 세계 안에 존재함, 회색의 불확실성, .... 팝아트가 대히트를 치고 회화의 죽음이 선언되고, 엄청나게 다양한 매체로 분화하는 와중에도 그는 계속해서 회화 painting에, 캔버스라는 표면에 머물렀기에 자신의 입장, 회화론을 표명해야 할 필요를 느꼈지 싶다.

그는 그리는 대상에 대한 애착이나 의도를 지우고자 했고, 감정도, 이념(동독의 사회주의리얼리즘에 진저리)도 전달하지 않으려 했다. 그의 사진회화들에서 넓은 붓으로 칠해 보여주는 번짐 효과는 시선을 표면에서 미끄러지게 하고 피사체의 얼굴을 뭉개어, 일종의 브레히트식 소격 효과를 낳아 감정적 연결을 차단한다.

하지만 리히터의 카탈로그 레조네(전작목록)에 차례로 실린 3편을 보면, 사진의 선택은 그가 당시에 말했던 것처럼 그냥 무작위로 고른 옛날 가족사진들이 아님이 연구자에 의해 뒤늦게 밝혀졌다. 노년의 리히터도 시인했다. 당시에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화가로만 비칠까 봐 두려워서 제목만 붙이고 구체적인 가족사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고... <마리안네 이모>는 18살에 조현병으로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다가 나치치하에서 수용소에서 살해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의 <루디 삼촌> 은 리히터에게는 어린 시절에 이상적인 남성상, '조국을 위해 전사한 영웅'으로 각인된 인물이었다. 실은 나치에 부역한 평범한 독일군인이다. 이 그림은 유독 악의 평범성 어쩌구 할 때 자주 인용되는 그림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것은 다이빙 선수 여성들의 신체다.
그 밖에 다른 광고 이미지를 이용한 사진그림들의 주인공들도 가정 안의 끔찍한 폭력이나 살인의 스토리가 있는 인물들이었다. 그 그림들이 갖는 어두운 냉랭함과 기괴함은 비단 표현방식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었다는 느낌적 느낌이 옳았다는... 이런 배경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나한테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었다...

그 회색 사진회화들은 후기의 붉고 따스한 색조의 그림들과 대비되는 동시에, 전체 전시로 봤을 때는 균형을 부여한다...

거의 20세기 중후반의 모든 미술사조를 가로지르며 작품활동을 왕성히 하고 현재 세계 최고가로 작품이 거래된다는데...호크니랑... 요전 세대로는 피카소도 그렇고.. 그정도 대가가 되려면 오래 살아야 하나. 결혼3번, 60대에도 자식을 둘이나.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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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맨
크리스티나 스위니베어드 지음, 양혜진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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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발상이 뛰어난 책이다.
역병으로 남자의 90퍼센트가 죽어가고.....
남성들을 중심으로 구조화된 세상에 남겨진 여자들이
비극을 딛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간다.
결국은 희망을 말하는 디스토피아 소설.

당연한 일이지만, 당장 눈앞에 닥쳐온 죽음 앞에서 남자들은 저마다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죽음을 맞는다.

믿을 수 없이 큰 상실을 겪었는데 너나 없이 모두가 겪은 일이라 오히려 그 개별의 아픔을 제대로 위로받을 수 없다면... ?
나는 유일한 가족인 아들과 남편을 모두 잃고 혼자가 됐는데, 내 베프는 남편도 면역이 있어 죽지 않고 딸들뿐이라 무사하다면... ? 나는 친구와 전과 같은 우정을 간직할 수 있을까.
전세계, 서로 다른 사회경제적 지위의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로 역병과 그 이후의 세계가 직조되듯 펼쳐진다.
페이지가 순식간에 넘어간다.
영화화 기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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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야화 세트 - 전6권 열린책들 세계문학
앙투안 갈랑 엮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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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내주셨으면. 글씨가 너무 빽빽해요. 난시가 심해서.... 이북으로 글자크기랑 행간을 키워야 읽을 수 있겠어요. 부피도 큰 책이니 이북 출간 고려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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