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명에 등장하는 드래곤은 세계의 다른 드래곤들에 비해 상당히 독특하다. 다른 지역의 드래곤들이 주로 비를 내리게 하는 신이나 정령인 것에 반해, 서양의 드래곧은 신에게 적대하고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서양의 드래곤에는 몇 가지 계통이 있었다( 서양 드래곤의 변천‘ 편 참조). 재중에는 단순히 무서운 괴물이 아니라 이집트와 그리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신이나정령으로서 사람들이 두려워하던 존재도 있었다. 그래서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경우도 있고 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는 식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나중의 서양 드래곤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것은 그리스도 아니고 이집트나페르시아도 아니었다. 그것은 유대교와 기독교, 즉 오리엔트 신화에 등장하는 드래곤을 원류로 하는 흐름이었다.
오리엔트 신화의 드래곤은 바다에 대한 공포를 상징하는 괴물로 인간을 괴롭히다가 신들에 의해 퇴치당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었다. 이 특징은 오리엔트 민족이었던유대인들에게 전해 내려와 구약성서와 유대교 경전에 기록되었다. 또한 구약성서를이어받은 신약성서도 마찬가지로 오리엔트 신화의 관점에서 드래곤을 등장시키고있다. 특히 신약성서에서는 드래곤을 하느님의 적‘ 이라 부르며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악마로 여기고 있다.
잘 알다시피 서양문화는 기독교의 영향하에서 발전해왔다. 그 영향력의 크기는 우리의 문화가 불교의 영향을 받은 정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기독교는 일찍이 유럽 문화의 유일한 가치 기준이었으며, 그 경전인 성서에 기록된 말들은 모두가 진실이라 여겨져왔다. 그러므로 성서에서 ‘악마‘로 규정된 드래곤들은대지의 정령이나 물의 괴물이 되는 것도 용납되지 않았고, 오로지 ‘악마‘의 의미로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바로 이 점이야말로 서양의 드래곤을 다른 지역의 드래곤과 구별되는, 이질적인 존재로 만들어버린 커다란 원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