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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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짧은 분량 안에 정신병 걸릴 듯한 묘사 하나는 나쁘진 않았다. 반전의 반전을 노린 나머지 꼬다 못해 터져버린 꽈배기 같은 플롯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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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파우스터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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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책 기준으로 544p나 되다니 엄청난 분량이다. 세상에~

20%정도(110p?) 읽었을 뿐인데 이토록 내가 읽는 내내 실소를 터트리게끔 했던 책은 이 책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귀욤 뮈소의 작가들의 어쩌구라는 불쏘시개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튼 내가 실소를 터트린 포인트만 독중감 형식으로 정리하고 완독후에 갱신하겠다.


 다른 리뷰를 대충 훑어보는 와중에 영화 겟아웃을 떠올리시는 분도 계시던데 나는 읽는 내내 차라리 싸구려 성인 웹툰 시나리오였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아니나 다를까 만화기획자? 출신이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거금의 파우스터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류계층의 저렴하다 못해 쌈마이스러운 그야말로 그림으로 그린듯한 천룡인스러운 묘사라던가..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살아온 인생을 간략하게 회상하는 스타일을 정말 싫어하는데 준석이고 경이고 이렇게 해대는 통에 정신이 나갈것만 같습니다 아니 사람들 뇌에 베리칩이 박혀있다매 그건 진실이라고 어떻게 확신하는데;;;; 아무튼 작품 초반을 이끄는 스릴러로서의 유일하다시피한 축은 준석의 전여친의 의문사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시피하다. 거대기업 메피스토의 한국지부장부터 천룡이들까지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뱃속을 환하게 보여준다. 물론 당연하게도 메피스토와 파우스트 계획의 궁극적인 무언가가 있지 않고서야 이렇게 전개할 리는 없을 것 같다만, 아마도 겟아웃스러운 스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영원하다시피한 젊음이 아니라면 이 파우스트 게임의 목적이나 동기가 굉장히 빈약하게만 여겨질 것이다. 그냥 파우스팅 머신을 끼고 게임을 해 병신들아!! 감각해킹까지 하는 기술이 있다며!!! 위험한 선을 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다면 익스트림 스포츠 게임을 하면 되잖아 현실감각으로 군림하면서 탈선하고 싶으면 리니지라이크 아니 개고기탕후루라이크를 해서 서버1위가 되서 마음대로 하시면 되잖아요~ 감각 공유도 되고 끝내주겠구만ㅋㅋㅋㅋ 아니 묘사만 보면 키울만한 적당히 불우한 파우스터에게 엄청난 금액을 투자해서 스폰해주는 스폰서 또는 리세마라 잘된 계정사서 현질 쏟아부으면서 진명황의 집행검 만드는 개고기탕후루라이크 랭커랑 차이가 안 느껴져요 아직;; 뭐 자기 파우스트를 키우는 계획에 위험으로 간주되어 다른 파우스트 게임하는 대기업 사장도 죽이고 유명 야구선수 여친도 죽이는 아주아주 나쁜놈들이란건 알겠는데요 일단 그 놈들이 칩 꽂아서 한 다른 짓은 그냥 감각 공유해서 오르가즘 같이 느낀 정도밖에 없어보이거든요 스폰서가 즐기라고 여자를 보내줬는데 그 여자가 '내' '진짜'취향인지 아니면 스폰서 취향인지가 달라지면 내 인생이 아닌건가요?? 인생을 남에게 강탈당했다라는 표현을 하기엔 좀 갸우뚱한게 사실입니다. 복제인간으로 태어나게 해서 갑자기 장기를 강탈해간다던가 메트릭스 세상을 느끼게만 해주고 생체 밧데리로 쓰고 아니면 오징어게임같이 부자들의 데스게임 같은 설정을 접하다가 현실 온라인게임에서 계정거래하듯 사람 골라서 돈 투자해가며 자기가 원하는 성공가도인지 메이저리그 보내주기 놀이하는데 좀 퇴보한 느낌이 없지 않나요?? 뭐 북트레일러라던가 지금까지 읽은 내용으로는요 내가 한 선택이 진정한 나인가하는 철학적 주제로 접근을 시도하시는 것 같은데 우리가 하는 선택들이 베리칩의 조종을 받은건 아닌가하는 음모론은 차치하더라도.. 그냥 숟가락 들 힘은 없어도 계속해서 오르가즘을 느끼려는 대기업 회장이 등장하는 몸에 좋은 남자 같은 웹툰 시나리오가 왠지 딱이었을 것 같아요


하나하나 떠오르는 것만 잡자면 끝이 없다 미국회사인데 회사 이름이 악마 메피스토라고 한다 음 아무리 미국사회가 기독교적인 성격이 점점 쇠퇴한다지만;;; 뭐 이건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파우스트, 파우스터, 파우스티안 컨트랙트, 파우스팅머신,  흡혈귀에 거머리니 연결체니 해킹에... 아주 별의 별 고유명사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메피스토를 통해 청춘을 해킹당한 청춘들을 파우스터라고 불러요


그는 파우스트가 된 초심자가 처음 파우스팅을 하는 걸 보면서 속으로 코웃음을 치곤 했다


내가 아주 안 좋은 고유명사 사용의 예시로 꼽는 " 펄스의 팔씨의 르씨가 코쿤에서 퍼지" 한다는 문장이 떠오를 지경이다


Dr.파우스트의 이름 Faust를 '파우스트하다' 의미의 동사로 썻으면

employer - employee

interviewer - interviewee

관계 정도로 파우스'터' - 파우스'티' 로 표현하는게 차라리 미국회사라는 입장에서 좀 설득력이 있었을거 같긴 한데 한국독자에겐 불편한건 마찬가지겠지만.. 아무튼 작가가 괴테의 파우스트를 아주 좋아한다는 점만은 잘 전달되었다


도입부의 "내 귀 아니 머리에 베리칩 아니 도청장치가 있어!! 그놈이 흡혈귀야!!"라는 장면에서 나오는 흡혈귀??란 표현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드라큘라/뱀파이어가 숙주가 되고 피해자가 권속이 되는 관계를 비유/암시라도 하는 것인가?;;; 강령술사가 있어! 요괴나 악령이 있어! 뭐 이런 느낌인가?

연결체가 해킹한 당신의 정보를 통해 감각을 공유한다고..? 아 이게 요새 일부 성공팔이 쪽에서 핫한 라이프 해킹인가 뭔가하는 그건가..???ㅋㅋ 그리고 무슨 머리에 피뢰침을 박아넣으면 해킹하는 시점을 해킹하는 쪽이 모르게 알아내서 뭐요? 발열신호를 준다고요?? 아니 이런 기술이 있으면 그냥 역탐지를 하던 베리칩이 MRI에 검출되지 않도록 하는 신기술이 있다고 하시지 그랬어요.


뇌속의 베리칩은 MRI검사로 간단하게 확인이 가능한데 엄청난 세력이 그걸 본인만 모르게 숨긴다고요?? 트루먼쇼인가요..?? 

도입부에서는 마치 이병헌이 나오던 내부자들의 장면이 떠오르는 메피스토의 감시/보안 시스템의 대단함을 강조하다가 바로 준석의 사고 장면에서는 단체로 원숭이시절로 회귀한 것마냥 아무고토 못하고 당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런 신세계스러운 트럭쇼를 준비한 경도 메피스토 기업에 맞먹는 거대기업의 뒷배라도 있는건 아닌지 의심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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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멀쩡한 CCTV 밑에다가(웃음) 감시카메라를 설치해서 감시하고 감시하던 요원에게 박치기 한방 먹이고 집에 침입해서 파우스팅 머신을 사용하는 장면에서 생각을 포기하고 책을 덮었습니다. 마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서 카심이 떠올랐는데 반대쪽 파우스트가 그림 안그려져서 좌절하고 소리지르다가 세수하고 얼굴에 그림 그리고 춤을 추는 광경을 다 보고 나오니 고작 10분 남짓이 흘렀다구요?? 아무리 시간이 상대적으로 흐른다지만 이건 좀..ㅋㅋ 걍 남은 분량은 대충 훑으려구요..ㅋㅋ 이런 친구가 야구 선수중에는 머리가 좋은 편이란 설정과 대기업 회장딸이고 성공한 기업가였던 경패밀리도 못한 메피스토나 태근이를 결국 엿먹일려면 대체 얼마나 더 작가보정이 들어가야할지 궁금해지긴 하네요ㅋㅋ 아뇨 사실 별로 안 궁금해져서 덮었습니다 ㅋ


1. 일단 주구장창 나오는 넛지...타령도 솔직히 지겨운데 이렇게 상대방을 상대방 모르게 물심양면 지원하고 선물도 주고 하는걸 우리는 파우스트가 아니라 마니또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2.넛지와 마찬가지로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등에서 지적되곤 하는 능력주의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작업실 딸린 3층집을 청소관리하면서 (숙)식제공하고 제일 중요한 고양이 돌보는 대가로 월급 200만원 주는걸 우린 스폰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코딱지만한 4~5평짜리 원룸이나 고시원도 월세 수십만원을 주고 보증금을 내야하는데 조금 의심하다가 바로 '내 재능이 드디어 인정받는거야!'하고 냅다 받아들이는 은민이는 혹시 대가리에 총이라도 맞은건 아닌가요??ㅋㅋ


3. 도준이나 연 같은 캐릭터는 웹툰화 기획으로 시작된 티가 많이 나는 듯 합니다. 경패밀리의 이야기를 어떻게 더 써보려다가 2장 쯔음에서 후다닥 대강 정리해버린것 같아서 불쌍하네요 ㅎ 이 친구들은 왜 죽기전에 회상 같은 걸 못했을까요 임실장 급이 아니어서 그런가 ㅜㅜ 임실장은 아들 떠올리면서 오만 신파는 다 떨던데 ㅜㅠ

아무튼 대기업 딸을 비롯해 연 도준 임실장까지 사람 4명을 총으로 쏴죽였는데 아무일 없듯 흘러가는 이 시점 대한민국은 대체... 보수정권 소고기 한나라당 독재자의 딸 MB정권 운운하는 이야기는 오히려 하지 않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요?? 물론 경의 둘째 오빠가 뭔가 막판에 히든카드로 작용할 거 같긴 합니다만 웹툰 몇번 본게 없어서 틀릴 수도 있겠네요 제가


4.야구씹덕후 태근이나 미술의 조예가 깊은 뭐여 마귀할멈 아무튼 이 양반들이 저걸 좋아하게 된 계기라도 좀 설명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했을 거 같아요 뭐 취미같이 기호의 영역을 좋아하는데 꼭 이유가 있어야 하냐! 라는 건 아니지만 준석이 메이쟈 보내는거에 대체 왜이렇게 환장을 하는지 혹시 헬지 구본무 회장의 자녀분들처럼 로렉스 시계를 몇십년 동안 보관하다가 한이라도 맺힌건지 같은 사연이 있으면 더 좋았지 않을까요?? 뭐 뒤에 나올 수도 있겠지만 지수나 최회장 경 임실장 치우면서 

준석은 차분히 생각했다. 문창식은 할머니를 속인 자다. 목사와 함께 준석의 할머니를 속여 그를 바보로 만들었다. 그들에게 속은 할머니는 준석에게 지수와 헤어질 것을 종용했고, 준석은 처음으로 할머니의 말을 어겼다. 준석이 계속 그녀와 할머니는 크게 마음이 상했고, 놈들은 지수를 사고사로 죽여버렸다. 지수의 죽음에 상심한 준석을 보며 할머니 역시 괴로워했고, 준석은 할머니에게 험한 말을 내뱉었다. 한동안 마음고생을 하던 할머니 역시 얼마 뒤 돌아가셨다. 놈들은 그렇게 지수와 할머니 모두를 그로부터 제거했다.

이렇게 요약해버리는 거보고 더 읽을 동력이 사라짐을 느꼈어요. 이게 최선인건가요??ㅎㅎ;;;


5. 정체가 발각되어 급박한 상황에서 자기들이 알아낸 정보를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준석에게 전달하려는 경과 임실장의 처절함은 잘 알겠습니다 ㅜㅜ 유일한 소통창구인 구형폰(웃음)을 통해 준석에게 인텔을 전달하려고 통화만 묘사된 걸로만 2~3차례 시도할게 아니라 그 시간에 "범인은 누구..." 라는 문자만 띡 보내도 되지 않았을까요? 어차피 추적받을거 상관없이 택시안에서 다른 일반폰으로도 연결시도하려고 했었잖아요? 실혈이 심해서 정상적인 판단이 안된다고 하기엔 그 사이 엘레베이터에서 또 한차례 몸싸우도 하고 하실 건 다하시던데....


6.스포츠 메타포의 야구를 설명하기 위해 축구를 가져오는 부분도 참 재밌었습니다.


7. 최회장이 딸의 대용품으로 지수를 파우스팅했다는 장면은 딸같아서 그랬어가 떠올라서 좀 그랬네요 


8.아 그리고 메피스토에서 하는 파우스팅 컨테스트?나 배팅설정은 좀 너무 3류 같지 않나요? 돈이 문제가 되는 양반들은 아니고 무슨 피겨스케이팅이나 영화 별점같이 주관적으로 파우스팅?을 점수를 평가하는 걸로 누가 누구에게 이기고 누가 그거에 승복하고 물러난다구요?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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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진보와 빈곤 (완역본) : 산업 불황의 원인과, 빈부격차에 대한 탐구와 해결책 - 산업 불황의 원인과, 빈부격차에 대한 탐구와 해결책 현대지성 클래식 26
헨리 조지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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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과 불평등을 초래하는 지대에 대한 기존의 맬서스와 리카도-애덤스미스-JS밀의 고전경제학이론을 비판하고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는 듯한 인류사회의 진보의 법칙에 대한 분석까지 대담하기까지한 이론입니다. 현실사회에 실제 적용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면서도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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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C.S.루이스 그리고 삶의 의미
알리스터 맥그래스 지음, 이현민.전경자.백승국 옮김 / 템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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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킨스는 제목에 맥그래스의 이름을 넣은 책은 한 권도 없는데 이 양반은 도킨스 이름을 제목에 넣은 책이 도킨스의 망상과 이 책, 도킨스의 신까지 3권에 C.S. 루이스의 이름이 들어간 책만도 4권이다(번역서 기준). 난 이 현상이 재밌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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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리커버 특별판)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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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는 중에 남기는 독중감이다. 3부 21장부터 남았으니 약 600페이지중 2/3는 읽은 셈이다.


 도입부의 범사냥 이야기를 바꾸려한 편집자는 아무도 없었다고 머리말에서 호기롭게 밝힐만큼 범사냥의 이야기는 나카지마 아츠시의 범사냥 수필에 버금갈 정도로 독자의 흥미와 궁금증을 유발하는데 굉장히 성공적인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다소 스테레오타입으로 움직이지만 야마다란 캐릭터만큼은 은담배갑을 사냥꾼에게 주는 장면에서 보여지듯 입체적인 캐릭터로서 소설 안에서 기능할 것이라고 예상되어 흥미로웠다. 다만 마지막 반전을 노리는 것인지 아직까지 등장 빈도자체가 굉장히 뜸하고 묘사는 적어 아쉬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범사냥꾼은 이 이야기를 끝으로 소설에서 퇴장하여 소설의 2/3를 읽는 동안 전혀 임팩트를 주지 못한다. 정호가 아버지의 유일한 유품이라며 담배갑을 어루만지며 위안을 받을 뿐이다.


 난 전자책으로 읽는 중이지만 종이책 기준으로 600페이지는 소설치고 결코 적은 분량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마케팅을 할 때 활용되곤 했던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다양한 인간 군상을 묘사하려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과 조금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조차도 1-2권의 약 1000페이지 동안 케이시와 엘라의 끽해야 대략 10년 미만의 기간을 다뤘는데 이 작은땅의 야수들은 1918년~1964년까지의 40년 정도의 여러 캐릭터들의 반생(半生)을 묘사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그나마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음식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있었던 사건들을 묘사하면서 수많은 캐릭터들의 사건에 반응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포함한 개성을 (재미교포라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어느 정도 신선하게 표현하는데 성공한 반면 작은 땅의 야수들이 묘사하려는 기간을 고려했을 때 다루려는 캐릭터들이 너~무 많았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캐릭터는 그야말로 이미 재탕하고 재탕된 드라마에서 볼법한 스테레오 타입으로 수십년동안 고정된 NPC처럼 행동한다. 예를들어 조역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작중 전개를 위해, 마치 정호와 옥희의 애절함을 증폭시키기 위해, 억지로 등장시킨 듯한 인력거꾼 한철이 전형적인 예시이다. 낮에 인력거를 끌고 밤에 학비도 없이 홀로 고학하는 한철과 당대 최고의 배우/스타(?)였던 옥희는 너무도 쉽게 사랑에 빠진다. 옥희는 사랑을 고백하는 정호에게 정호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지금은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말을 건넨다(????) 이걸 어장관리로 느낀다면 너무 쪼잔한건가?? (그-옥희-를 줄곧 사랑했던 정호가 그 와중에 기생/창녀들을 통해 회포를 풀며 그런 자신에게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다던 깨알같은 묘사도 이어진다) 옥희는 힘들게 고학하는 한철을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했지만 이미 예전에(할아버지인지 증조할아버지대인지) 안동김씨 문중과 멀어졌다는 앞선 묘사와는 다르게 한철의 어머니가 기생과 결혼할 것을 반대하리라는(다소 한철이 옥희와 결혼을 원치 않기 때문에 대는 일방적인 핑계가 아닐까 싶은,  안동김씨 문중에서 고부 생활을 한 것도 아님과 동시에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온 외부인이었던 며느리일 뿐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한철의 여동생을 구박하던 남존여비 사상을 굳게 고수하던 어머니지만) 간단한 말로 결별한다. 또 한철이 자전거 수리를 할 때부터 마음에 들어하던 묘사가 노골적으로 나오던 성수의 딸과 기생충에서 봤을 법한 과외 교습을 한다는 묘사도 이어진다.. 한철이 그 일제시대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난으로 취업을 못한다는 묘사는 아주 현시점에서 대놓고 공감하기 좋게 깔아주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이처럼 소설은 한국 드라마에서 봤을 법한 친숙하고 익숙한 맛의 대향연이다. 등장인물들의 사랑/욕망의 묘사도 그렇고 전체적인 얼개는 미스터 션샤인의 느낌도 나면서 정호가 거지떼 아이들을 통솔하다가 왕초로 추켜세워지는 장면은 차인표 주연의 왕초나 장군의 아들 또는 야인시대의 김두한을 떠올리게 한다. 미꾸라지와 영구는 작중 편리한 시점에 퇴장했다가 다시 편리한 시점에 재등장한다. 연화도 마찬가지다. 야마다와 담배갑 이야기는 대체 언제 풀릴까 대강 야마다와 정호가 맞써 싸우는 독립운동 장면에서 등장할 것 같긴 한데..(웃음)


일제시대의 고아와 농민들의 어려움을 잠시 묘사했다가 도내 최고 기생에게 거둬지거나, 기득권에게 재산을 물려받은 명보에게 의탁하면서 그런 묘사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들은 일상적으로 하인을 부리고 단이의 재택 교육을 통해 옥희 월향 연화는 순식간에 기생에서 탈적하여  재능을 마음껏 뽐내는 최고의 가수와 배우의 위치에 올라서고 정호도 명보의 교육을 통해 그나마 사람구실을 하게 된다(웃음)(-그리고 그 얄팍한 부의 원동력이던 젊음,건강을 잃는 순간 고용인-하인을 잃고 순식간에 생활력이 제로인 모습이 드러난다. 전쟁 말기라 수탈이 더 심해졌다는 묘사로 설명은 종결된다)


 전체적으로 익숙한 맛에 적당히 얕은 깊이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잘 아는 한국의 독자를 대상으로 했다기 보다는 K-열풍으로 한국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젊은 서양 독자들의 취향을 겨냥한 작품이란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연화가 특히 왈츠를 잘 부른다는 묘사는 상상력이 부족해서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른다는 평범하고 일반적인 묘사를 초월한 일제시대 청중들이 잘 부르는 왈츠란 무엇인지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아주 독창적이고 재미있는 묘사임과 동시에 매우 고평가하는 묘사였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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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난 소감.

전개가 지극히 작위적이고 유치하기까지 함.

다분히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모티브로 한 장면에서는 알수 없는 힘(;;;)으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서 결국 무사히 한국으로 귀국한 정호(...?)라던가


이토는 왜 우연히 만난 옥희에게 갑자기 그 많은 돈을 줬을까? 납득이 안되네

한철은 어떻게 또 갑자기 자동차 정비소를 건설할 자금이 필요한 시점에 편리하게 본가의 다른 김씨 남자들이 몰ㅋ살ㅋ당해서 안동 김씨집안 종손으로 추대(;;;)되고?

무슨 무협소설 기연도 아니고 급작스러운 작가편의주의적 전개에 어이가 없을 지경.


은제담배갑과 야마다의 명령서에 불과한 종이쪽(..이걸 왜 처분을 안하고 고이 보관했을꼬?ㅋㅋㅋ)이란 복선을 체홉의 총처럼 잊지 않고 회수한 점은 방대한 분량을 고려했을 때 노력상/장려상은 줄만 하나 야마다를 도입부와 수미상관으로 처리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독창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음. 차라리 친일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부분과 레드컴플렉스와 매카시즘 광풍이 불던 독재시절을 외국 독자들에게 알리고 고발하는 가상의 르포로서의 가치가 있을려나?

이토나 하야시 같은 스테레오 타입의 일본군 묘사에 비해 인간적인 면을 나름 부각시킨 야마다나 정호와 같은 밑바닥 출신이면서도 정호를 결국 이용만하고 배신을 일삼는 미꾸라지의 대비는 나름 객관적인 묘사를 위한 장치로는 읽혔음

 

다루려던 시대를 향한 포부와 그에 수반하는 중압감에 비해 3장 4장의 마무리는 분량도, 무게도 한없이 가볍고 상투적인 어설픈 수습이었다.

별 두개에서 마저 한개 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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