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삼체 0 : 구상섬전
다산책방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 자체는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중간중간 천 박사의 서술체가 했다체에서 했습니다체로 바뀌는 사소한 찐빠가 보이긴 했지만. 

삼체 3부작의 자음과 모음이 아닌 다산에서 나와서 좀 의아하긴 했지만 삼체 본편과의 연결고리 자체가 조족지혈 수준이라 크게 상관은 없어 보인다. 꺼무위키를 보니 딩이 박사가 1부 2부에 등장했다는데 난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아마 구상섬전과는 달리 별 임팩트가 없던 인물이었을 것 같다.


삼체 본편과의 연결고리는 SETI@home (엘 프사이 콩가리) 정도인데, 양자 붕괴와 관측자(삼체 본편의 지자 같은 존재라고 하기엔 타임 패러독스가 되어버리니..) 같은 과학 설정을 재미있게, 심지어 기똥차게 엮어내는 점은 역시 삼체의 류츠신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지만.. 솔직히 삼체 위상에 기대어 팔려는 느낌이 든다. 삼체 문명과는 전허 1도 연관이 없고 같은 세계관이라는 점만이 삼체라는 이름을 쓸 유일한 근거이니.


도입부부터 볼 라이트닝(구상섬전/원형 번개)의 신비한 묘사와 주인공 천위가 구상섬전 현상을 편집증적으로 탐구하고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1부는 특히 흥미진진했다. 구상섬전의 원리를 설명하는 과정에 굉전자나 굉원자 같은 개념을 등장/제시하는 과정은 특히 더 탁월하게 느껴졌다.


2부 3부 전쟁 과정은 폴아웃 세계관도 좀 떠올랐는데, 3부의 마무리에서 란윈이 주절주절 아빠랑 과거회상하면서 마무리하는 과정은 1~2부의 좋았던 감상을 모두 날려버릴 정도로 최악이었다. 본인도 양자 상태인 린윈이 관측자들이 있음에도 붕괴되지 않고 할말 다 떠들고 사라지는 작위적인 작가편의주의적이면서도 데엑마스러운 묘사가 많이 짜쳐보인다는 것을 잘 알았는지 바로 이어지는 딩이와 천 박사의 대사를 통해 의식이 있는 물질이 양자상태가 될 경우 그 물질 자체의 관측이 외부 관측자의 영향을 상쇄한다는 개소리스러운 설명을 덧붙여서 넘어가는데... 린 장군도 세월이 지나 지금의 침착하고 아무튼 능력있는 모습과는 달리 해병대 창설과정에선 군기도 빠져있고 꽤나 개판친 아빠였다는 느낌 밖에 별로 받질 못했다.


게다가 특히 더 짜치는 것은 독성 말벌 연구하는 러시아 연구자를 과거 회상에서만 뜬금 등장시킨 것으로 이런 신파과거썰풀이 전개 자체가 내가 굉장히 싫어하는 전개방식이어서 굉장히 별로였다. 


 류츠신의 삼체에서 큰 일을 해내는(큰 사고를 치는) 인물은 대부분 여자대장부들인데,(ex.예원제, 청신, 린윈) 류츠신이 묘사하는 다른 남성 캐릭터들(토머스 웨이드나 린 장군, 침몰한 항공모함 전단 지휘관과 서광 부대 지휘관)과는 꽤나 대조되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것이 눈에 좀 밟혔다.


청신의 뻘짓과 린윈의 굉원자 융합 같은 사고가 결과적으로 올라잇인 것처럼 묘사가 되지만 난 개인적으로 군고구마 먹는 듯해서 영 별로였다.


서광부대의 작전 묘사라던가 천 박사가 구상섬전을 밝혀내는 과정 자체는 매우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작품임에는 틀림 없었지만 분명한건 삼체:0라기보단 그저 구상섬전이란 작품으로 충분했다고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