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사랑받지 못한 여자 타우누스 시리즈 1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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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이란 소설을 처음 들었을 때 꽤나 제목력이 있다고 느꼈다. 앨리스 죽이기, 팅커벨 죽이기 시리즈의 하나인가? 싶기도 했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한국에서 드라마화되기도 했다고 하니 궁금해서 합본을 펼쳐보았다. 


 그리고 읽고 난 소감은 어차피 내가 한국 드라마를 잘 안 보기도 하지만 더더욱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란 드라마는 볼 일이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추리물이나 스릴러로서의 재미는 거의 0에 가깝다. 주역이 수사반장에 형사이기에 탐문 수사가 주가 될 수 밖에 없는데 용의자를 비롯한 등장인물이 불필요하게까지 느껴질 정도로 너무 많이 등장하고 증언들 대부분도 소음공해에 가깝다. 그런 증언을 주인공 피아와 보덴이 빠짐없이 '손이 덜덜 떨리는 것으로 보아 피아는 거짓말임을 간파했다'라던가 '그의 눈을 보았을 때 보덴슈타인은 그가 거짓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같이 독자에게 친절하려고 하는 것인지 그냥 묘사대로 믿으라고 하는건지 뇌를 쓰지말라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묘사는 개인적으로 최악이었다.


 책의 출판사 소개페이지에서 보이는 문구는 해리포터의 출간보다 더 화제가 된 작품이라고 하는데 같은 여성 작가란 것을 제외하고는 글쎄다.. 싶었다. 오히려 보덴슈타인과 피아 사이의 미묘한 기류나 여기서 꼬리치다가 다음편에선 보덴슈타인의 아들과도 썸씽이 있는 것으로 나오는 토르디스 같이 연애탐정물-뱀파이어 연애물이라는 트와일라잇 같은 소설과 궤를 같이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읽으면서 김호연의 파우스터를 읽을 때만큼 여러번 실소가 터져나와서 독일이건 한국이건 베스트셀러 작가끼리는 통하는 면이 있구나..싶었다. 하지만 이거 읽기 전에 읽었던 쥐스킨트의 향수는 같은 독일 소설이라고 묶기엔 미안할 정도였는데.. 하긴 한강 작가도 김호연과 같은 한국 작가이니..;;


 1.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등록자에서도 덴토리란 설정이 첫 페이지에 나오고 다음에 등장하기까지 150페이지가 걸렸는데, 이 소설도 초반엔 어느 여성의 시체가 어떤 유명 검사의 시체와 같은 날에 발견된다. 주인공들은 어성 시체의 부검을 통해 살인사건으로 전환하여 그 범인만을 쫓는데 (검사는 자살로 밝혀졌을거다) 당연하게도 역시 100페이지 정도는 별개의 사건으로 취급되어 잊혀져서 묘사되지 않다가 우연히 발견된 여성과 검사의 섹스비디오를 통해 관련이 있는 것이 밝혀진다. 아니 그럼 관련이 없으면 시체가 같은 날 발견된다고 책이 묘사를 했겠나 싶지만. 너무 뻔한데다가 식상하기까지한 전개방식이라 감점.


 2.피아는 너무 멍청한 열혈 형사로 설정된게 아닌가 싶다. 말을 굉장히 좋아해서 망아지 태어난걸로 엄청 기뻐하는 묘사와 머리가 나빠보이는 것은 아라카와 히로무의 은수저의 캐릭터 미카게가 떠오르긴 하지만. 일단 이번 작품에서는 보덴슈타인이 거의 수사를 맡고 피아는 신규 발령이 된 설정인지 탐문수사할때만 좀 보이는 느낌. 그 멍청함이 드러나는 묘사를 하나만 소개해보자면 지금 읽고 있는 다음 작품인 너무 친한 이웃들에서 탐문수사 과정에서 윤두창-김거니 양평고속도로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처럼 "새로 도로를 깔려는 공공사업에서 시의회 의장 같은 사람들이 땅을 산 건 죄가 아니지만 최근에(모두 예정노선이 발표되기 전) 예정 노선 부근의 부지의 땅을 샀다는 것이 범죄가 되는 것입니다"라는 말을 열심히 메모하던 피아가 (뇌의 청순함을 과시하는 듯이) "왜 그게 범죄가 된다는거죠?" 라고 묻는 장면이다. 경찰에 막 발령받은 새내기 초짜도 아니고 이런 묘사는 좀.. 아무리 독자에게 설명하기 위함이라고는 해도 왓슨과 대조될 정도로 너무 멍청하게 묘사하는 것이 아닌가? 바로 이어지는 답변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개인적 이익을 챙겼기 때문입니다"인데 이조차 추측을 못하는 머저리가 경찰생활하면서 탐문한다니 기가 찰 노릇.


 3. 보덴슈타인이 실비아한테 너 케르스트너 좋아했잖아! 왜 이자벨 죽였어!라면서 급발진하면서 탐문하다가 엎어치기 당하고(훗 가라테 주니어 우승자 출신였지롱~ 같은 묘사도 대체 왜..) 장면도 왜 넣었나 싶을 정도로 분량의 낭비. 보덴슈타인의 머저리스러움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 모든 살해동기를 치정/연애 문제인 연애탐정물에 내가 너무 과한 기대를 하고 읽었던 것이 잘못일지도. 하긴 살인사건 피해자 남편 직장에 가니 25년전쯤 헤어진 첫사랑 만나는 븅신같은 도입부 전개 때 내가 눈치챘어야 했는데 내가 나빠. 그러고보니 피의자 몰아붙이다가 피아 전화라고 헤벌레해서 전화받다가 갑자기 땅에서 솟은 남자에게 쳐맞고 총도 뻇기는 병신이었지...



 4. 2005년 9월 10일 토요일 탐문)목장이 사흘 전에 팔렸어요. 전부터 눈독들이고 있던 되링에게.몰랐어요?

 그런데 2005년 9월 7일 수요일의 묘사) 이 챕터 시작부터(이 작가는 친절하게 챕터명을 년월일로 해놓아서 그나마 가산점) 되링은 납치당해서 고환을 절단 당했고 그 이후로는 치료와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거의 의식도 없이 병원에만 있었다. 수요일 당일 오전 10시부터 되링의 집 앞에서 매복해있던 경찰 묘사에 따르면 되링은 집 밖에 나가지도 않았고 잠복중인 경찰도 모를 정도로 교묘하게 납치를 당했다. 대체 언제 잔금을 치르고 목장을 산걸까? 대리인을 쓴 걸까~?


 5. 등장인물은 피아나 보덴슈타인 경찰사람(벤케는 이 사랑받지 못한 여자들 초반엔 흔쾌히 비번도 바꿔줄 정도였는데 다음 작품인 너무나 친한 이웃들에서는 너무 띠껍게 나와서 피아와 서로 미워하고 으르렁거리는 사이가 되어버렸다만 캐릭터가 첫작품이라 잘 안 잡혀 있었나?)을 제외하고는 불륜은 기본에 다들 탈법 범범은 기본인 피카레스크? 스러워서 사실 얘가 죽였어야 했는데 다른 애가 먼저 손을 썼다는 식의 전개다. 그저 피해자의 범인을 밝히려는 과정에서 국제 범죄조직스러운(마약밀매 인신매매) 기업의 비밀 같은게 덩달아 밝혀지긴 하는데 재밌지도 통쾌하지도 않다. 소가 뒷걸음치다가 개구리 잡았네 정도의 느낌.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여자는 이자벨이기도 그 밖에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한 다른 여자들을 의미하는 것 같긴 한데 솔직히 별 의미도, 감동도 없다. 다음 작품인 너무 친한 이웃들의 피해자 역시 이자벨과 비슷하게 주변에 원한을 많이 사서 어찌보면 죽을 수 밖에 없던 인물이었고 이자벨처럼 별개의 인물이 피해자에게 범행을 저질러서 수사에 혼선을 주는 싸구려 트릭이 반복된다. 하아.. 첫 탐문을 할 때 당연하다는 듯이 입에서 그짓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오다가도 조그마한 증거(심지어 배치되는 다른 탐문 증언에 불과한)만 내밀어도 호달달 떨면서 미주알 고주알 다 말하는 것이 반복되는데 이게 진짜 재밌나? 차라리 역전재판 같은 게임을 하겠어요.


 6.사랑받지 못한 여자에서 피해자가 섹스비디오를 통해 여러 사람들을 협박하여 돈을 뜯어내었기 때문에 그 협박 재료를 찾으려는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근데 피해자를 살해한 다음  [그 사건현장에 지문 하나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게 청소]를 해놓으면서도 [보덴슈타인이 우연히 흘끗 마루바닥이 살짝 들린 것을 수상하게 여겨서 마루바닥 한 장 들어올리니 거기서 섹스비디오가 발견]되는 건 너무 독자나 캐릭터를 바보병신취급하는 묘사 아닌가? 사건 현장을 지문 하나 나오지 않을 정도로 반짝반짝하게 닦아놓은 놈은 정말 머저리라서 그걸 못 찾은거라고 독자를 납득시킬 셈인가?? 보덴슈타인의 관찰력이 대단한 것을 강조하는 묘사인지 살인범이 개븅신같은 것을 강조하는 묘사인지 참..


 7. 번역에서도 한 가지만 얘기하자면 지금 읽고 있는 너무 친한 이웃들에서 축구선수 이름을 '올리버 뉴빌'이라고 번역했던데 2002년 월드컵 당시 축구를 봤기 떄문에 기억하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활약한 독일 선수는 일단 노이빌레란 이름으로 알려져 있을뿐더러 그 축구선수 본인이 자신의 이름을 발음하는 법은 프랑스식인 뇌빌이라고 해서 현재 위키에도 올리버 뇌빌이라고 되어있는데도 뉴빌이라고 번역된 것을 본 순간 좀 짜쳤다. 이런 부분도 좀 신경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8. 책 내내 지겹도록 언급되는 포르쉐 카이엔, 고급차를 이것밖에 모르나 싶었는데 너무 친한 이웃들에는 재규어가 나오긴 한다. 벤츠나 BMW가 시리즈 내에서 언급되는 빈도의 딱 절반 정도로. 람보르기니 같은 브랜드는 시리즈 내내 한번도 나오진 않지만. 하루키식 PPL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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