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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벚꽃, 다시 벚꽃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9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통칭 미미 여사라고도 불리는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들어는 보았지만 읽어본 작품은 이게 두번째이자 완독한 첫 작품입니다. 정말 감동적으로 했던 게임 ICO에 대한 소설이 첫번째였고 두번째가 이 벛꽃, 다시 벚꽃(벚꽃박죽)입니다. 화차의 한국판 영화도 정말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압도적인 분량의 압박으로 사놓고 읽지 못한 모방범이나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산책(북스피어)도 조만간 꺼내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에도 시대에 대한 탐구나 연구를 저렇게 책으로 낼 정도이니 잘 알지 못하는 나라의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게 잘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겠지요. 위키를 찾아보니 아예 에도 시리즈라고 나오고 있었군요. 이 책도 종이책 기준 620p나 되는 적지 않은 분량입니다만 읽는 내내 즐겁게, 특히 와카와 소자에몬이 꽁냥대는 모습은 참으로 즐겁게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난 느낌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소설인 레이먼드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이 연상되는 기분이었습니다. 한 개의 큰 사건 줄기 사이에 관련 없어보이는 서브퀘스트 같은 사건을 해결하다보니 퍼즐이 맞춰지고 가장 중요한 핵심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구조에서, 물론 그 연결은 기나긴 이별에 비해 꽤나 느슨합니다만, 작가의 방대한 분량을 묶는 구성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직전에 읽은 소설이자 세트로 묶여있던 것이 히가시노 게이게이고의 미등록자였는데, 흥미롭게도 소재가 겹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와카(벚꽃 다시 벚꽃)와 다테시나 사키(미등록자)가 얼굴(+몸의) 절반에 달하는 부분에 큰 멍 또는 반점이 있어 그걸 컴플렉스로 여겨 가리고 숨기려 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살면서 이런 반점을 가진 사람은 초등학교 무렵 한 명밖에 보지는 못하였고 그 아이는 남자 아이였기에 꿋꿋하게 잘 학교생활을 했지만 만약 여자 아이였다면 얼굴의 흉터에도 민감한 시기에 와카나 사키처럼 행동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현대 배경의 다테시나 사키는 그 반점(그 반점 뿐만 아니라 고도비만처럼 묘사하는 것도 문제라고 봅니다만)으로 인해 이지메를 당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발현한 아스퍼거(서번트) 증후군으로 그저 DNA 수사 시스템을 만든 (혐오스러운 외모를 가진) 천재라는 장치로 편리하게 사용되고 대사도 한 줄 없이 버려진 반면, 와다야의 와카는 그런 반점의 묘사가 무색하리만큼 귀엽고 사랑스럽게까지 그려집니다. 물론 와카 역시 자세히 얘기하자면 구만리 같은 속사정이 있었으나 주인공과의 관계를 통해 서서히 그 컴플렉스를 극복하는 과정이 인간찬가로까지 느껴집니다.
인간찬가하니 주인공이 머무는 숙소인 도미칸 나가야의 사람들도 너무나 착하고 순박하게 묘사되어 읽는 동안 참으로 흐뭇하였습니다.
다만, 최종흑막이나 그 흑막의 도구가 밝혀지는 것이 다소 허무하리만치 술술 진행되는 탓에 별점 하나를 깎았습니다. 2장 3장의 이야기가 꽤나 흥미진진했던만큼 4장에서 최종흑막과의 대면이나 흑막의 도구가 불쑥 나를 찾는다지 하면서 찾아와서 일이 진행되는 것은 시대상을 감안해야하는 것인지 조금은 혼란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