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카렐) 차페크의 이름이 떠오르는 피체크의 스릴러는 전에 읽은 파우스터가 워낙 소설에 대한 기대치를 박살내 놓았기 때문인지 일단 종이책 기준으로 368p 정도의 짧은 분량부터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아르투어란 이름에서 바로 떠올릴 수 있는 걸 복선이라고 넣어놨는지 싶어서 허탈하기까지 하다 이게 정말 최선이었나;;;


화자는 명색이 정신과 의사지만 프롤로그 및 초반의 사건을 통해 믿을 수 없는 화자로 독자에게 인식되며 일련의 사건을 통해 심한 편집증과 피해망상 등에 시달리는 정신병자 화자로서의 묘사는 읽는 나(독자)까지 정신병에 걸리게 할 속셈인가 싶긴 했다. 


소포가 총 2개 등장하는데 하나는 사실 혼선을 주기 위한 장치라서 독자의 입장에선 썩 유쾌하진 않다. 절반 정도의 분량이 사실 편집증과 피해망상에 시달리는 화자가 주변인의 고의 또는 우발적인 실수에 의해 증상이 악화되어 급발진하는 것 밖에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그런 급발진 때문에 희생자가 여럿 발생하는데 심신미약 정신병자라 치료하는 걸로 퉁치는건가?? 


 화자는 남편의 질투를 유발하기 위해 어릴 적부터 신세를 진 아버지 같은 변호사와의 관계를 의도적으로 남편에게 과시하기도 하며 남편 직장 동료가 자신에게 품은 선을 넘는 호감표현에 대해 명확히 선을 긋거나 조치를 취하지는 않는다. 그러면서 남편의 불륜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내 생각에는 좀 내로남불처럼 느껴진다.


휴대폰 연락처의 번호와 이름을 의도적으로 미스매치 시켜놓는 사람은 머리가 썩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아예 저장을 안 해놓고 번호만 외우시던가;;;; 고작 이따위를 트릭으로 쓰는건 걸려온 전화의 이름만 보고 바로 오해하는 화자의 병신성을 드러낼 뿐이고 그  화자의 일방적인 서술을 볼수 밖에 없는 독자를 무시하는 것 아닐까?


단순히 트릭을 건물구조가 복합구조였다 식으로 때우는 것도, 누구든 의심이 갈 만한 사람으로 편집증적인 시점에서 묘사하다가 갑자기 최후반부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등장하는 다른 정신과의사가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참 별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