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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 수오서재 / 2017년 12월
평점 :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외증조할머니가 왜인지 떠올랐다. 외할머니와는 의사소통 하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었으나 나이가 훨씬 많으셨던 외증조모께서는 치아도 다 빠지셔서 발음도 옹알이에 가까웠고 어린 내게는 너무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존재였던 것 같다. 외증조모께서도 아흔이 넘으실 때까지 장수하셨는데 이 모제스 할머니는 거의 100세 이상을 장수하셨다 하니 왠지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할머니의 오랜 인생 역사를 화톳가에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듯 풀어나가는데 할머님의 기억에 있는 수많은 인명들이 별다른 설명 없이 툭툭 튀어나는 것 또한 그런 느낌을 준다. 무려 남북전쟁과 에이브러햄 링컨이 암살 당한 시절부터 이어지는 기나긴 시간 동안 대가족이었던 할머니의 수많은 형제자매와 할머니의 자녀와 손주 증손주들에 이웃사촌들까지 많은 인물들이 나온다. 대부분 어떤 관계인지에 대한 설명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바로 파악이 안되는 사람도 많다.
게다가 할머니가 그린 수많은 작품들을 다 수록하진 못했지만―백악관 영구 소장 작품이라는 독립기념일이란 작품은 저작권 문제인지 수록조차 되지 못하였는데도― 거의 50%의 페이지에 할머니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으니 남은 짧은 페이지 안에서 어찌 이루 다 설명할 수 있으랴.
할머니의 작품은 대부분 풍속화 풍경화 같은 따스한 느낌의 그림이 많았다. 하지만 내 취향에 가장 맞았던 작품은 초창기 1919년경 작품이었던 벽난로 벽지에 그린 그림과 실뜨기 도구를 이용해 표현했던 그림이었다.
생존당시 미국 미술계는 외면했다고 하지만 개의치 않았던 할머니의 자세 또한 본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