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만주, <흠영> 1780. 6. 15 일기저택에 사치를 부리면 귀신이 엿보고,먹고 마시는 데 사치를 부리면신체에 해를 끼치며,그릇이나 의복에 사치를 부리면고아한 품위를 망가 뜨린다.오로지 문방도구에 사치를 부리는 것만은호사를 부릴수록 고아하다.귀신도 너그러이 눈감아줄 일이요,신체도 편안하고 깨끗하다. 웹서핑을 하다 발견한 저 필사문구를 보고 흥미가 돋아 읽어본 흠영 유만주의 일기는 의외로 시대를 뛰어넘어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흔히 우리가 아는 위인들은 과거 시험에 장원으로 급제한 위인들이라 그 어려움이 쉽게 체감이 되지는 않는 느낌이었는데 저자가 거자라는 수험생 신분으로 과거시험에 관한 소회를 쓰는 부분은 마치 재수~장수생의 고뇌가 느껴졌다.그 와중에 어린 자식을 전염병으로 잃고 그 절절한 슬픔을 쓴 부분도 안타까웠다.인용한 날짜의 일기는 선집이라서 아쉽게도 수록이 되진 않았다.그러나 1780년대의 한반도에서 살아간 한 사람의 사유와 기록을 볼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