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후 종전대로 길들여진 내 만년필을 쓰면서도 "좋은글 써줘요. 정말이야" 하시던 그분 말씀이 생각나면 어쩔 수없이 부채감 비슷한 걸 느껴야 했다. 그러나 그 부채감이 조금도 기분 나쁜 부채감일 리는 없었다. 어느 마음씨 고운 분의 기대를 담뿍 받고 있다는 행복감과 그 기대에 못 미치고있는 데 대한 죄송함과 - 뭐 그런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