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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ㅣ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오이. 그녀의 삶은 어떤 문제도 없고, 어떤 슬픔도 없는 것 같았다. 차 한 잔 마시며 책을 즐겨 읽고, 늘 그렇듯 해질녘이면 욕조에 물을 받고, 일주일에 3일만 보석 가게에서 일하는 그녀만의 '조용한 생활'. 그런 생활을 지키고 싶어하는 여자. 앞서 읽기 시작한 'Blu'의 쥰세이가 고미술품을 복원하는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면, 그녀는 모습은 그와 정반대였다. 그녀의 일상은 조용했고, 그런 생활을 바라보는 첫 느낌은 '편안하다'였다. 늘 정신없는 일상에 지쳐있던 내게 아오이의 일상은 그간 내가 꿈꿔왔던 세상이었던 것이다.
옆에는 믿음직한 애인 '마빈'이 있고, 그녀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생활. 아마, 아오이는 쥰세이를 마음 한 구석에서 지우고 있을거야. 정말 그녀는 그렇게 보였다. 더 이상의 슬픔은 없을 것 같은 일상이 주는 안락함을 그녀는 잃기 싫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 과거의 사랑을 끌어안고 사는 방법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때, 아오이의 조용한 생활은 조용한 슬픔으로 전해졌다. 우리는 여러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랑을 만나게 된다. 때론 슬프고, 때론 행복하고… 아오이와 쥰세이가 다시 사랑을 하건, 헤어지건 그 결말에 대해서는 잠시 접어두고 싶다. 단지, 그들이 사랑 때문에 받았던 상처가 아물어 가는 시간 속에서, 다시 사랑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