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베르 씨의 신분 상승
장 자끄 상뻬 지음, 윤정임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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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장 자끄 상뻬의 책을 읽을 때마다 한 가지 고민이 생긴다. '글부터 읽어야하나, 삽화부터 봐야하나… 글과 삽화를 번갈아 읽고 있는 게 가장 좋겠지?' 이번에도 이런 고민을 해야했다. 첫장을 펴자마자 심상치 않은 삽화가 한 눈에 확 들어왔기 때문이다. 북적거리는 식당안, 많은 샐러리맨들이 저마다 자기의 얘기를 늘어놓는 광경. 아마, 랑베르 씨도 이 사람들 사이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겠지? 랑베르 씨를 찾으려면… 음… 글을 먼저 읽어야겠군. 그러나 좀처럼 랑베르 씨를 찾을 수는 없었다. '대체 어떻게 생긴거야? <랑베르 씨>를 먼저 읽을걸 그랬나?' 그렇지만 그런 후회도 잠깐, <랑베르 씨의 신분 상승>은 전작 <랑베르 씨>를 읽지 않고도 충분히 재미있었다. 장 자끄 상뻬의 다른 작품들도 그러했듯이, 일상을 그려낸 그 섬세한 표현력에 연신 감탄하면서 말이다.

랑베르 씨가 자주 들르는 '피카르 식당'은 샐러리맨들의 정치와 축구 얘기로 가득한 곳이다.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매번 같은 곳, 같은 시간에 들르는 까닭에 그들만의 친분이란 좀처럼 깨질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랑베르 씨의 급작스런 승진은 이들의 그 견고하던 '친분'을 흔들어 놓는데… 자, 이쯤에서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늘 함께 할 것 같은 직장 동료, 학교 친구들도 어느 순간에는 다른 얼굴을 하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 삶에도 그들 때문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지 않았던가.

이건 분명 유쾌한 풍자다. 갑자기 신분이 수직 상승된 사람과 그로 인해 부득이하게 수직하강 혹은 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 그들의 모습을 격하거나 우울하게 그려내지 않는 재치가 돋보인다. 그렇지만 수직 상승된 이후 '랑베르 씨'의 변화나 주변의 새로운 만남, 이러한 것들이 그다지 달가운 결말은 아닌데… 어찌 하겠는가. 이것이야말로 일상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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