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의 영혜를 보면 필경사 바틀비가 떠오른다. 육식을 포함한 섭식과 무슨 일이 되었던 '일'은 인간 사회에서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인간이 그것을 거부할 때 주변 사람들과 사회는 걱정과 조언, 설득과 강요를 거쳐 폭력과 배제의 단계로 대응한다. 영혜의 육식 거부에 대해 가족들이 보인 태도가 그렇다. 그리고 결국 영혜는 정신병원으로 가게 되고 바틀비는 감옥에 가게 된다. 이 사람들이 결국 이해받지 못하고 배제되는 것은 인간사회에서 한 사람 몫의 역할과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인들에게 불쾌한 감정과 나쁜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우려때문이다. 하지만 육식과 일에 진심이면서 사회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는 인간도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도처에서 목격하고 있다. 영혜는 극단적인 채식주의자이다. 하지만 영혜 아버지는 극단적인 가부장적 아버지이고, 영혜 남편과 형부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자들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누구나 조금씩 극단적인 면이 있다. 그것이 자신과 타인을 크게 불편하게 하고 상처입힌다면 안타까운 일이고 치료와 교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나의 이익을 위해 폭력적으로 타인을 억압하고 고치려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채식주의자를 읽으며 하게 되었다. 영혜는 바틀비처럼 그저 이런 말을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나는 다만 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우리에게 아무 해도 끼치지 않는 순하고 단순한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