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의 방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안신영 지음, 최승이 그림 / 행복한상상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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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에게 선물하기 전에 먼저 읽어보았다, 한 겨울을 대비한 따끈한 어묵탕을 맛보면서. 요즘 마음이 까칠해져 손에 잡히지 않는 종교관련 서적들을, 이 책을 스타트로 하여 다시금 읽게 되었다.

방주를 120년간 준비한 노아가 그 방주를 닫게 되는 날의 심정, 홀로 물로 인간을 준비하게 하시고 또 멸하게 하시는 신의 심정. 어른의 나이인 나로서는 이 부분에서 작가가 보여준 서정적이고 신화적인 자기 해석이 무척 아름다웠다.

동물들의 대소동과 방주의 상징, 노아의 가족 구성원이 갖는 유대감, 뭣보다 신의 섭리와 인간의 믿음에 대해 아이들과 어른들의 마음 모두를 움직일 수 있도록 씌여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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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나 없을 때 뭘 할까? (양면북) - 아이는 나 없을 때 뭘 할까?
이민경 지음, 강산 그림 / 행복한상상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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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목소리로, 엄마의 목소리로 각각 읽어갈 수 있는 멋진 구성의 동화책이다.

서로를 그리워하고, 떨어져있는 시간 동안 서로에 대해 상상하는 아이와 엄마의 모습이 손에 닿을 듯 애틋하고 귀엽다. 그리고 아이와 엄마가 하루를 마감하고 서로 달려가 만나는 장면은 이 책만의 클라이맥스. 하늘을 날아올라 서로에게 안기는 그 장면에서, 우리는 작가의 팝업 이미지를 손으로 펼치며 그저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다.

한국 창작 동화의 새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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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여성들,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
박무영.김경미.조혜란 지음 / 돌베개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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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는 검은 바탕에 자개의 기법같이 은각화된 초충의 그림들,

그리고 호젓하게 앉은 태의 한 조선 여인이었다.

호젓한 그녀의 앉은 태에는, 조선 중엽에서 개화기에 이르는

시공을 초월한 조선 여성들의 삶이 정연하고도 정답게 읽혀졌다.

이 책은 양장본에 고급 종이로 되어 있지 않다. 그것이 마음에 든다.

내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재생용지같은 가볍고 성근 종이의 책이다.

그 성근 종이 책 안에는 요즘 내가 준비하는 시나리오의 소중한 모티브가 되어줄

조선 여성들의 삶, 사랑, 슬픔, 죽음이 담겨져 있었다.

먼저 책을 받은 후 가장 먼저 읽은 것은 남장을 하고 금강산을 구경한 김금원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책 중에 가장 나에게 많은 영감을 선사한 조선의 여성이다.

자신이 포기할 수 없는 내적 열망을 스스로 자각하고

그 한계를 깨닫게 되는 김금원의 모습은 21세기의 지금, 한성, 한양이 아닌

서울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 역시도 함께 느낄 수 밖에 없는 동질의 현실 인식이었다.

이 책은, 인문적 지식의 폭을 넓혀히고자 하는 지적 충격보다는 , 한 인간, 한 여성의 삶과 죽음이

고스란하게 필사본의 손때와 눈물때와 비바람의 풍화가 함께 담겨져

그 질감이 선연한, '삶의 기록'에 큰 비중이 있다.

나직하고도 정갈하게 조선의 여성들 이야기를 펼치는 세 저자의 음성 역시

이 책에 담긴 여성들의 높던 자기 자존감, 자아 실현 의지, 빛나는 생의 유연성 만큼이나

확연하고 담대하며 정감있다.

여기 담긴 여성들의 삶은, 나보다 먼저 이 땅을 살다간 앞 선 여성들이 걸어간 자취를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구름처럼 흐르고 비처럼 곧장 마르는 덧없음이 아니라,

구비 구비 세가 험한 바다와 산맥으로의 탐험처럼, 걸어가고 난 뒤의 길 위에

반드시 선연한, 앞 서 걸어간 자의 용기와 노력과 좌절과 극복의 절절함이었다.

길은 한 사람의 발길로 만들어지지 않듯,

이 책에 언급된 그리고 미처 언급되지 못한 여성들의 삶과 삶이 걸어간 자취가

 놓이고 놓여져, 오늘에까지 끊이지 않고 길로서 닦여지고 남겨지지 않았나 싶었다.

한 획 한 획 지은 싯구와 그림과 수와 책 외에도, 또한 그녀들은 지금의 우리를

낳은 어머니요 할머니였던 것이다.

내 삶도 끝이 다 하고 나면 이 책의 여성들처럼 한 시대를 살다간 한 여성으로

남겨 질 수 있을까, 내가 처했던 어려움에 내가 취한 선택이, 나의 다음에 올 여

성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까 생각하니, 지금 내리는 소소한 나의 인생 여정 하

나 하나 제대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결혼을 선택하고 그 택한 결혼에서의 갈등에 대처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잃고

남편을 잃고 부모를 잃고

시를 포기 하고 시를 포기 하지 못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그리워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개의치 않고

늙고 죽어가는

나보다 앞서 간 여성들의 선택과 갈등들이

지금의 나에게도 되물림 되어온 깊고 아늑한 어머니의 명경처럼 울림 큰 금언으로 다가온다.

내가 지금 가진 이 깊은 명경 하나를, 나의 다음에도 나의 딸들에게 물려 주고 싶은 마음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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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음 / 이레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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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일로 참여 했던 박경희 감독님의 '미소'팀에 있었을 때, 감독님께서 보여 주셨던 시가 그 후로도 오래 기억에 남았죠. 제목은 '대나무'였습니다. 대나무의 성정을 테러리즘으로 형상화한, 무척이나 담대한 서술과 매끄러운 비유로 날이 선 그 시를 읽은 후, 함민복이라는 시인의 이름도 함께 외우게 되었습니다. 박 감독님은 '미소'라는 영화의 주인공 소정이 함민복 시인의 '대나무'와도 같은 여성이라며 연출부였던 저에게 프린트 된 종이로 그 시를 건네 주셨습니다.

그 후로, 가끔, 감독님은 '긍정적인 밥'과 같은 시의 비유를, 곧잘 예술의 일선에서 노동하며 사색하는 예술 영화의 현재에 빗대어 감탄하곤 하셨습니다. 경제성의 원리로 사장되는 아름다운 작은 시선들, 그런 영화들이, 곧바로 설 수 없을 만큼 한국 영화 시장은 무척이나 시장성에만 경도 되어 있습니다. 가난한 시인의 시가, 작은 영화를 어렵게 준비하던 감독님께 더 작은 것의 더 위대한 예술성을 위한 일종의 연대감처럼 감동을 느끼게 한 모양입니다.

그 후, 3년이 지난 어느 날, 저는 함민복 시인의 산문집을 어느 지하 서점에서 발견하고는, '대나무'를 알게 된 3년 간 그 시를 그저 생각 안에 지녀왔던 것과는 달리, 시집으로는 단 한번도 읽은 적이 없었구나고 자각했습니다. 그러나, 함민복 시인의 시를 읽기 전에, 저는 그의 산문집을 먼저 읽게 되었고, 시인의 시보다 시인의 시작 노트와 시인의 일기를 먼저 마주하며 오히려 더 큰 공감의 기회를 갖게 되어 기뻤습니다. 서점 서가에 꽂힌 그의 시집들 이전에, '눈물은 왜 짠가'라며 나의 마음에 다가오는,그 절절한 시선이 먼저 저의 눈에 사무쳤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시인의 절절함은, 세 시집에서 일관되게, '눈물은 왜 짠가'에 대한 마음 깊은 시간의 흔적들을 미리 알려 주었습니다. 서해의 바닷가에서 시작되는, 겨울 바다 차림의 문장들이, 함민복 시인의 낮고 깊고 성긴 겸허함, 지난함, 오롯함의 현재성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현재의 서해 바닷가와 교차 편집되는 그의 이전 시상들과, 시들과, 그 시들의 연유에 대한 회고들이 그 어떤 산문집보다 저에겐 쉽게 약은 어부의 그물에는 건져지지 않을 진정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시는 영화에서의 구조적 연결과 닮아 있는 장르같습니다. 저는 그의 시를 영화적인 구조처럼 보게 됩니다. 그의 시는, 다큐멘터리처럼, 그것이 놓치지 않는 헐거운 생의 모습들을 툭툭 내뱉습니다. 시인의 이미지들은, 바닷가에 늘어진 늙은 어부의 그물처럼 소중하고 소중하게 생의 작은 슬픔으로 엮어 있습니다.

시인의 목소리는, 나레이션처럼 물질화된 독자의 혹은 관객의 이기심에 짜고 뜨거운 눈물의 정화 작용을 알려줍니다. '눈물은 왜 짠가'라고. 희석되지 않을 불변의 정화력으로 눈물은 인간의 이기심을 털어내는 가장 완성된 형태의 자기 회복 속성임을 느끼며 저는 이 산문집을 읽었습니다. 자신의 눈물이 스스로에게, 자신의 눈물이 타인에게. 타인의 것도 그렇게.

자신에게 들어온 좋은 생각 하나도, 채 옳게 열매 맺지 못하게 하고, 연신 쓸 거리인가 아닌가에 경도된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는 시인의 모습이, 젊은 창작자로 살아가야할 저에게도 더욱 고개 들지 못하게 하는 함민복 시인이 가진 아름다움입니다. 그의 그러한 아름다움은 '눈물은 왜 짠가'에 들어 있었습니다.

함민복의 처음 시집 '우울씨의 일일'에는 라면 국물을 더 내기 위해 소금을 넣고 끓이던 시인의 일상이 있습니다. 없고, 모자란 자기 정화의 소금기를 어느새 가난함만이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견고한 물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저 자신을 반성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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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3-19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