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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하고 통쾌한 교사 비판서
로테 퀸 지음, 조경수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저는 교사라는 직업을 쉽게 가질 뻔 했답니다. 어쩌다 수능 성적이 잘 나와서 교육대학교에 떠밀려 들어갔다가, 결국 자퇴하고 만 것이죠.

다시 수능을 봐서 결국 철학과를 왔는데, 복수전공을 하고파도 국문과가 없답니다. 국교과 텃세 때문에 생길 수 없다는 소문이데요. 하고픈 공부 하려니, 또 국교과에 인연이 닿아서 기왕에 교직도 밟으며, 칠 년 만에 교생실습도 또 다녀왔지요.

어쩔 수 없이, 교사가 되려는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교사들도 만나고 마는 것이에요. 나를 가르친 사람들, 앞으로 가르칠 사람들, 지금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들. 게다가 교사인 선배들도 주위에 득시글득시글해요.

잘 모르면, 이 책 보고 '너무 삐딱하다'고 화라도 내겠어요.

선배들만 만났다 하면, 교사하는 사람들 모두 서로서로 가르치려 들고 후배들 힐난하려고 해요. 자신들이 한 게 잘못된 행동이고, 아는 게 분명히 틀린 내용이라도 인정 안 합니다. 제 판단이 그르고, 제가 아는 게 틀릴 거라고 버티면서, 분개하여 끝까지 저를 교정하려 하더군요.

실습 나가서는 중 1 열 네 살짜리 애들하고 한탄 많이 했습니다. 수업시간에 진도 안 나가고 아침 0교시에 영상물 틀어주는 컴퓨터 선생이 있더군요. 매일 아침 그 거 틀어놓길래, 저렇게 하고 시험을 볼 거 아니야고 했더니, 애들 투덜거립니다. 숙제도 많고 아침엔 졸린데, 영상물 혼자 떠들고 있데요. 애들 판서만 시키고, 30분 놀리는 기술 선생도 못 잊습니다. 한 여름 더운 교실에 선풍기 일곱 대인데, 애들 33명한테는 네 대, 선생한테는 세 대 돌아갑니다. 아이고, 나만 시원해서 미안하다, 얘들아, 그랬습니다. 선풍기 조금 돌리고, 전등 끄고 컴퓨터 적게 쓰게 해서, 전기 아끼면, 회식 때 돈 더 쓸 수 있다던 말, 회의 때 들었던 그 말 저 안 잘못 들었던 거 아닙니다.

교과서 외에 경험이나 지식은 거의 없으면서, 부득부득 자기만 옳다고 우기는 사범대생들은 왜 저한테만 보인답니까? 안정적이고 좋은 직업이라서 교사 되고 싶다 하고, 주저 없이 애들이 짜증난다고 하는 예비교사님들이, 무슨 일만 있으면 교육의 가치와 교사의 덕목, 소명에 대해서 잘 외긴 하시더군요. 남들 레포트 못 쓰라고, 남친이랑 관련서적 무더기로 도서관 구석지에다 숨겨놓던 예비교사님도 봤습니다.

저는 제가 좋은 교사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굳이 교사가 될 생각은 않습니다만, 애들이 측은해서 교사가 되볼까 가끔 생각하기도 합니다.

물론 다 자격미달은 아니지요. 그 걸 누가 모르겠어요. 교사만의 잘못인가요? 아니지요, 교육 제도도 문제고, 학생들도 문제고, 극성스런 학부모도 문제지요. 그런데 그 거 다 아니까, 교사 스스로 그런 말씀은 안 했으면 좋겠더군요. 아무리 교육부가 엉망이고, 학생들이 모지리고, 부모들이 개념 없어도 나쁜 교사들 잘못이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들어야할 비판은 들을 준비가 되있어야 하겠죠.

어쨌든, 이러한 고로 이 책이 제겐 그리 발칙하거나 신선하진 않더군요. ^^; 우리나라 교사만 문제투성이 공무원들인 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서글퍼졌죠. 내용이야 리뷰에서 많이 다루었으니, 따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부모로서 용감하게 일침을 가할 수 있었던 작가분 존경합니다. 교육을 하고 받고, 하거나 받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통해 문제 의식을 가지고  문제해결을 위한 고민을 할 수 있을 터입니다.

다만, 총체적인 문제인식과 고민을 위해, 교육제도의 문제에 대해 다룬 여러 책들을 접하길 바랍니다. 이 책만 보면, 자칫 교육계 모든 문제가 교사 탓인 듯 생각될 수도 있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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