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문장 - 작고 말캉한 손을 잡자 내 마음이 단단해졌다
정혜영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삶에 지친 어른들에게 위로가 되는 순수한 어린이들의 문장

 

어른이 되고서는 오히려 더 생각이 많아진 것 같다. 좋은 걸 좋다고, 싫은 걸 싫다고 말하게 되면 일어나게 될 파장들을 예상하게 되고, 도전을 머뭇거리게 된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 가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이들의 순수함이 부러울 때가 있다. 표현이 자유로운 아이도 있고, 그러지 못한 아이들도 있지만 공통적인 '순수함'만은 다 가지고 있는 듯하다.

'어린이의 문장'은 23년차 초등학교 교사인 정혜영 작가님이 쓴 에세이집이다. 아이들의 말과 글을 통해 삶에 지친 어른들을 위로하고, 어린 시절의 문장을 떠올리게 만든다. <어린이의 세계>와 비슷한 것 같지만 또 다른 느낌의 아이들의 문장을 엿볼 수 있다. 아이들의 문장과 저자의 생각을 교차로 읽으면 나도 모르게 위로와 격려를 받은 느낌이다. '아이들의 글에서 호기로움을 자주 선물받는다'는 작가님의 말처럼 아이들의 통통튀는 글을 읽고나니 용기와 자신감이 생긴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1부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2부 지루한 매일을 찬란하게 사는 법

3부 바람 빠진 내 마음 다정 불어넣을 시간

 

2. 어린이에게서 배우는 세상살이 방법

 

세상에 어린이가 아니었던 어른은 없다. 어른이 어린이의 마음을 만난다는 것은 각자의 어린 시절과 조우하는 일이며, 좀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오늘의 모습을 보듬는 일일지도 모른다.

10쪽.

지금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맞부딪혔을 때, 도무지 무슨 수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그 순간에 너무 매물되지 않고 건너뛸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를 내어 건너뛴 문제는 언젠가 또 비슷한 유형의 문제로 내 앞에 나타날 수 있으니, 건너뛸 때는 자신만의 표식을 해두면 좋겠다.

26쪽.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보상은 힘든 오늘을 참고 견디게 하는 동력이다.

36쪽.

 

작가님의 말처럼 '세상에 어린이가 아니었던 어른은 없다' 모두가 어린이였던 시절이 있었다.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어린이처럼 단순하게 살고 표현한다면 우리 인생은 한결 편해지지 않을까. 때로운 어려운 문제는 패스하고 건너뛸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내버려둘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문득해본다.

모르는 문제는 별표 치고 패스하라고 했더니

별만 가득 그려놓았던 우리 아이처럼 무조건 회피하라는 건 아니지만, 무조건 내달리기만 하는 무한 경쟁시대에서 반드시 꼭 내가 해결해야만 한다는 강박으로 스스로를 몰아세울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별표쳐놨다가 나중에 다시 보면 해결 방법이 생각날 수도 있는 거니까. 까먹지만 않으면 된다.

한편 정혜영 작가님은 '다가오는 주말에 하고 싶은 일'이라는 푸름이의 글을 싣고 우리에게 달콤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푸름이는 평일에 많은 학원 일정으로 지쳐있었지만 주말에 늦잠을 자고 소파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 28권을 읽을 생각에 부풀어 있다.

아이의 행복한 상상을 읽고 있노라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내게 이런 행복한 보상은 무엇일까?

아이들이 기관에 가고, 교회 일정이 없는 일주일 중 단 하루 월요일 오전 시간. 나는 카페로 대피한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가끔 혼밥을 하기도 한다.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도 좋지만 나와의 데이트 시간도 너무 소중하다.

<아티스트웨이>에서 모닝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를 강조하는 걸 보면 나와의 대화, 스스로에게 여유 시간을 가지는 것은 정말 필요한 일 같다. 작가님의 말처럼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한 보상을 생각하면 오늘을 또 견뎌낼 수 있게 된다.

3. 꿈, 행복을 붙잡는 법

 

나는 도서관에 가면 즐겁다. 천국 같다. 책을 펴면 빠져든다.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들, 내 머릿속의 책 이야기에 빠져든다. 내 머리도 도서관! 책을 볼수록 더 보고 싶다. 결정했다! 내꿈은 사서. 멋진 사서. 멋진 책을 보여주는 사서.

72쪽.

정말이지 아이들은 가까운 행복을 놓치는 법이 없다. 자신을 즐겁게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쉽게 알아채고 최대한 누린다.

87쪽.

초롱이의 꿈은 사서라고 한다. 작가는 그에 앞서 우리들의 그 많던 꿈은 다 어디로 갔는지 질문한다. 우리들의 그 많던 꿈들은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누구는 대통령, 누구는 미스코리아, 누구는 앵커 등등 여러 직업이 꿈과 동급인 줄 알고 그렇게 달려온 우리네들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걸까.

어린 시절 '선생님'의 꿈을 이루지 못한 나는 못내 미련이 남아있긴 하지만 다른 의미의 성경 교사가 되었으니 나는 꿈을 이룬 것일까. 작가는 과거를 후회하기보다 현재의 '행복'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아이들처럼 가까운 행복을 찾고, 자신을 즐겁게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찾아보면 행운을 좇아 살다가 놓치게 되는 행복을 발견하게 된다.

혹시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을 아는가? 바로 '행복'이다. 사람들은 네 잎 클로버의 행운만을 추구할 뿐 세 잎 클로버의 행복을 외면하곤 한다.

- 김이율, <가슴이 시키는 일>

89쪽.

의학 박사이자 미국놀이연구원의 창설자 스튜어트 브라운 박사는 "놀이의 반대는 일이 아니다. 놀이의 반대는 우울증이다."라고 했다. 제대로 놀지 못하면 일을 제대로 못할 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뜻일 것이다. 어른에게도 놀이가 필요한 이유다.

무엇을 할 때 가장 신나는가? 어떤 것을 하며 놀 때 몰입하는가? 어떤 것에 미치는지, 좋아 죽겠는지, 그것을 먼저 살펴보고 제대로 놀도록 돕는 것. 어린이에게도, 어른에게도 필요한 일이다.

121쪽.

'놀이'도 행복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놀이는 아이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하게 되는데, 어른도 충분이 '놀이, 쉼'의 시간을 갖지 않으면 정서적으로 좋지 않다. 어른들도 자기 돌봄의 시간, 놀이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때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문요한님은 '내적 기쁨을 주는 능동적 여가 활동'을 오티움이라고 말하면서 어른들에게도 이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신날까? 어떤 것을 하며 놀때 몰입을 하는지 돌아보니 잘 모르겠다. 사실 신나고 재미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남을 돌보기만 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것만으로도 기쁨이 많았지만, 온전히 나를 돌보는 시간, 내가 즐거울 수 있는 시간도 가져야 되는 것 같다. 롱런하기 위해서.

잘 모르겠으나, 그래도 그나마 책을 읽을 때 가장 신나고 재미가 있다. 글을 쓰는 건 아직 부담이 있어서 주기적으로 슬럼프를 겪는다. 아직 나의 생각을 적절히 표현하고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 외에는 활동적인 놀이를 좋아한다. 아들과 배트민턴을 친다든지, 등산을 한다든지, 볼링치기 등등. 이런 일들을 잘 못하니까 가끔 무기력증이 오는 것인가. 여하튼 아이들처럼 주변에 흩어진 즐거움을 찾아 행복을 누리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4. 버력같은 존재도 소중해.

 

안희연 작가의 산문집 <단어의 집>에서 '버력'이라는 낱말을 만났다. 광석을 캘 때 광물이 섞여 있지 않아 쉬이 버려지는 잡돌을 '버력'이라고 한단다. 우린 어쩌면 이 버력 같은 존재가 될까 봐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모른다. 나는 아이들에게 '물속 밑바닥에 기초를 만들거나 수중 구조물의 밑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돌멩이'라는 뜻도 있음을 함께 알려주고 싶다. 세상엔 광물 같은 존재도, 버력 같은 존재도 없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너무 모든 전투에 다 싸워 이기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198쪽.

 

'어린이의 문장'에서 청하는 '오늘은 최악의 날'이란 내용으로 글을 썼다. 아침에 기운이 없고 걸을 때 힘들고 몸이 쑤셨고 무서운 꿈도 꿨고 친구와 싸웠다고 한다. 생일이어서 친구들과 같이 놀고 싶었는데 모두 휴가가서 가족과 놀았다는 백하. 아홉살 인생에 친구는 인생의 전부이다.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축하받는 것이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아홉살 인생에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선생님인 저자는 '버력'이라는 단어를 소개한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중요하고, 인기있고, 화려한 인생을 살고 싶은 우리는 '버력'같은 존재가 될까봐 두려워한다. 그런 존재가 되고싶지 않아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발버둥친다. 그렇지만 잡돌같은 버력도 방파제, 저수지를 만들 때 꼭 필요한 존재다. 쓰임새가 많은 광물도 좋지만, 버력도 꼭 필요하다. 세상에 쓸모 없는 존재라는 건 없다. 모두가 각자의 역할과 쓰임새에 맞게 존재한다. 존재만으로 소중하고 가치있는 우리임을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가님은 버력이라는 단어를 소개한 건 아닐까.

작년에 한창 첫째가 사회성 훈련을 받을 때였다. 아이는 자꾸만 혼이 나니 의기소침했다. 심지어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나는 정말 바보야. 쓸모가 없어. 왜 이렇게 잘하는 것도 없고 혼만 날까." 나는 너무나 화들짝 놀래서 아이에게 '너는 소중한 존재이고, 단지 느리게 자라는 것일 뿐이라고, 훈련하면 친구들과 친해지는 방법도 알게 된다고 알려주었다' 무엇보다 아이가 '존재의 쓸모없음'을 느끼는 것이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 뒤로 받아쓰기를 3개 맞아와도 아이를 다그치지 않았다. 공부방 선생님과 협력하여 아이를 사랑으로 다독이고 격려했다.

지금은 아이의 표정이 정말 많이 밝아진 것을 느낀다. 아이는 다양한 분야에서 성취감을 많이 느낀 것 같다. 꼭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최선을 다 하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오늘 아이에게 버력이라는 단어를 소개해주고 싶다. 버력같은 존재도 필요하다는 말을 꼭 알려주고 싶다.

 

5. 마무리

호된 육아와 세상 풍파를 맞다보니 인생이 복잡함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렇지만 고민하다고 해결되는 건 없다. '어린이의 문장'을 완독하고 나니 때로는 아이들처럼 단순하게, 어려운 문제는 별표치고 건너뛰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나는 아이들의 호기로움을, 아이들의 단순함을, 진심과 배려를 배웠다. 우리에게도 머물렀던 마음들을 다시금 떠올리고 싶은 사람들, 다정한 격려와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린이의 문장'을 추천한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생강 국사 1 정치편 - EBS 최태성 선생님 생강 시리즈
최태성 지음 / 스터디하우스 / 200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강국사 1, 쉬운 한국사 책추천, 내신 수능 역사 참고 책, 한국사 능력 검정 시험 참고 책, 스터디하우스


안녕하세요.

오늘은 쉬운 한국사 책을 추천하려고 합니다.

한국사를 공부하다보면 어려운 용어가 많고

흐름이 이해가 안 될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읽으면 좋은 책을 발견했어요!

바로 최태성 선생님의

'생강 국사' 시리즈 정치편입니다.

시중에 국사 관련 만화책은 많습니다. 그렇지만 중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내신과 수능을 겨냥해서 만든 만화 국사는 '생강 국사'가 처음이에요. 중고등 학생을 위한 학습 만화인 셈이죠. 최태성 선생님이 고심해서 만든 '생강 국사'를 읽다보면 어려운 한국사의 전체 흐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해요. 그리고 이해되지 않던 용어도 그림으로 보니 이해가 쏙쏙 되더라고요. 이해가 되면 역사가 재미 있습니다.

우리 한 번 생강 국사의 매력을 살펴보실까요?

생강국사는 '생생한 강의만화'의 줄임말이에요.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생각 국사 1권은(정치편)

2권은 (경제, 사회편)

3권은 (문화편)으로 나뉘어 있어요.

시대별로 구분되어 있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로

나뉘어 있으니 흐름을 더욱 잘 이해하기가 쉽더라고요. 생생한 강의 형식이어서 어려운 개념이 소개되어도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차례는 다음과 같았어요.

  1. 한국사의 바른 이해

-역사의 의미

2. 선사 시대의 문화와 국가의 형성

-선사 시대의 전개

-국가의 형성

3. 통치 구조와 정치활동

(1) 고대의 정치

(2) 중세의 정치

(3) 근세의 정치

(4) 근대 태동기의 정치

(5) 근 현대의 정치

여기서 잠깐!

국사의 범위가 방대하다 보니 영역별로 뗴어 보는

것이 쉽습니다. 선사 시대부터 근 현대 정치까지

한 눈에 파악하기도 쉽고요.


한국사의 바른 이해부터 설명을 하고

본격적으로 선사시대의 문화와 국가의 형성에 대해설명합니다. 각 장마다 '수능팁' 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사 시대 부분에서는 '교과서의 사진 분석'을 유의해서 볼 것, 유물 사진과 관련된 시대적 배경을 묻는 문제가 자주 출제됨을 알려주어요.

출제 경향과 함께 유의할 점을 알려주어서 집중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작년에 한능검 시험을 준비하고 본 적이 있는데요, 교과서 유물 사진을 두고 시대 구분과 특징을 나타낸 말로 아닌 것은 이런 문제가 출제되었던 기억이 나는 것 같아요.



각 장마다 만화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나면

포인트 단원정리로 마무리를 합니다.

만화로 공부한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하고

핵심 개념을 익히는 단계지요.

그리고 기출 문제로 문제 풀이까지 하고 나면

확실하게 외워질 것 같아요.

생강 국사 만화 - 포인트 단원정리 - 기출문제 순으로 공부하다 보면 이해와 암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만화 중간 중간 도표로 요약 정리도 해줍니다.


그리고 좋았던 점은

'역사 주도 세력의 변천'에 대해 마지막에

정리를 해 두셨는데요, 이 부분 정말 헷갈리기 쉽거든요, 시대별로 주도 세력의 이름과 특징들이 다 다르고, 대립 구조도 다 다르기에 한번 집어주면 좋겠다라고 생각한 적이 많아요. 그런데 이 부분을 따로 떼어서 만화로 이해시키고 곳곳에 비교표를 통해 정리를 해 두시니 헷갈리지 않고 전체적인 이해가 가능해서 너무 좋았어요.

작년에 이 책을 알았더라면 한능검 시험 공부할 때 참고했을텐데요, 지금이라도 이 책을 참고하면서 다시 한능검에 도전해 보고자 합니다. 내신 수능 역사 참고 책, 한국가 능력 검정 시험 참고 책, 쉬운 한국사 책으로 '생강 국사 1(정치편)'를

추천합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뿐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법 - 싫다고 말하지 못하는 좋은 사람들에게
바바라 베르크한 지음, 장윤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들어가며


체력도 안 되는데 '아니'라는 말을 못 해서 과하게 상대방에게 맞춰준다. 내가 거절했을 때 상대방의 반응이 어떨지 두려워서 혹은 거절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 등 많은 이유로 'NO'라는 말을 잘 못한다. 내 경계선을 넘어서서 다른 이를 돕다보면 결국에는 서로의 경계선이 침범되고 누군가 한 명은 상처입기 마련이다. 좋은 의도로 상대를 도와주려고 한 일이라도 적절한 선까지 도와야 한다.

나와 다른 이들의 경계선을 잘 구축하기 위한 경계 짓기의 기술은 먼저 '아니'라고 거절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가뿐하기 아니라고 말하는 법'은 전체적으로 나의 영역을 잘 지키기 위한 '거절하는 법'에 대해 기술한다. 우리의 자연스러운 표현을 가로막는 내부의 '검열관들'과 거리 두는 법, 각자 상황에 맞는 거절 전략에 대해 소개한다.

​​

저자 바바라 베르크한은 현재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이자 화술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작품으로는 <화나면 흥분하는 사람 화날수록 침착한 사람>, <대화기술>, <싸우지 않고 이기는 사람들의 대화 호신술>,<비판 혁명>,<도대체 왜 그렇게 말해요?>, <나는 상처받지 않습니다> 등이 있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각 장마다 '아니'라고 말하기 위한 연습 노트와 대화 전략이 소개 되어 있다.

1장 세상의 모든 사소한 것들과 거리 두는 법

2장 생각의 지옥에서 빠져나오기

3장 지치지 않고 가뿐하게 아니라고 말하는 법


2. '아니'라고 말하는 것의 중요성


우리가 무언가에 '아니'라고 말하면, 다른 것에 대해 '그래'라고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니라는 말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도록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12쪽.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당신이 자기 결정권을 쥐고 자신의 인생과 관계를 꾸리고 있다는 하나의 신호이다.

49쪽.


가벼운 예가 하나 떠오른다. 남편과 나는 항상 식사를 하러 가면 무엇을 먹을지 서로에게 물어본다. 남편은 늘 배려가 많은 타입이라 내가 무엇을 먹을지 물어보면 항상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자고 한다. 그러면 나는 몇 번 물어보다가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선택하고 남편에게 물어본다. 남편이 동의하면 그 메뉴를 시킨다. 그런데 항상 먹을 때 보면 식사 태도가 시원치 않다. 억지로 먹는 표정이 역력해서 다시 물어보면 그제야 자기가 먹고 싶은 걸 이야기한다. 결국 그 메뉴를 추가로 시키고 우리의 식사 데이트는 늘 다툼으로 끝나곤 했다.

나는 남편에게 늘 그랬다. 먹기 싫었으면 왜 아까 노라고 말하고 자신의 요구를 말하지 않았냐고, 아까 말하지 않은 것은 이 메뉴를 먹고 싶다는 동의로 들린다고 말했다. 그러면 항상 남편은 머뭇거리고 나를 배려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이해한다. 우리가 자라온 성장배경이 달라 남편은 늘 부모님의 말씀에 순종해야 했고, 자신의 요구를 적절하게 말할 상황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늘 상대방에게 맞춰오는 삶을 살아오다보니 늘 '노'라고 말할 타이밍을 놓칠 때가 많았다.

사실 '아니'라고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내 삶의 주도권을 상대방에게 내어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아니'라는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상대방의 주도권을 암묵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삶의 결정권은 오롯이 본인에게 있다. 따라서 내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 또한 다른 것에 대해 '그래'라고 동의하는 것일 수 있다. 나의 물질적,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지키기 위한 '그래'이다.

우리는 삶에서 늘 '예'라고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상황과 개인의 성향에 따라 '아니'라고 말해야 될 때도 있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자기 삶의 결정권을 자기가 가지고 있다는 신호이다. 어떤 상황에서 예라고 할 것인지, 아니라고 할 것인지 분별하고, 적절한 상황에서 자신의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상황에 따라 '아니'라고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3. 소셜 미디어와 거리두기


소셜 미디어가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해 계속해서 당신을 유혹하고 집중력을 빼앗으려 하겠지만, 당신은 자유 의지가 있는 사람이다. 무엇을 클릭할지는 당신이 결정한다. 그리고 당신이 켤 수 있는 무언가는 당신 손으로 끌 수도 있다.

61쪽.

온라인 세계와 거리를 두는 일곱가지 조언

1. 자신의 습관을 분명히 인식하자.

2. 중요성을 점검하자.

3. 오프라인 타임을 만들자.

4. 가상 세계가 아닌 현실 세계에서 하는 활동을 계획하자

5. 디지털 잡동사니를 한데 묶어 처리하자

6. 더 집중하기 : 알림을 줄이거나 아예 꺼버리자

7. 차분히 안정을 취하는 시간을 만들자.

62-64쪽.


저자는 이 책에서 내면의 비평가, 감독관, 걱정생산자가 우리를 비난하기 때문에, 그것을 잘 다루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이들은 상당히 많은 부분 소셜 미디어의 영향을 받는다.

가령 소셜 미디어 속의 날씬한 사람을 보면 자신의 의지로 살을 빼지 못한 자기 자신의 상황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비난하고, 자책하게 된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시도하지만 실패의 반복으로 자괴감의 연속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소셜미디어를 볼 것인지 말것인지, 무엇을 클릭할 것인지도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의지적으로 이들과 거리두기를 해야 건강한 자기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무엇을 클릭할지 말지, 무엇을 볼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게 되었다. 맞다. 사실 우리는 보는 것에 대한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적으로, 알고리즘이 이끄는대로 유튜브를 볼 때가 정말 많다. 그러다보니 스크린타임이 몇 시간을 훌쩍 넘길때도 많고, 영상의 종류도 제한없이 볼 때가 많다. 보는 것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 무엇을 볼지 정확하게 결정하고, 집중력있게 보는 것이 나은데 알고리즘이 이끄는대로 내 손과 머리를 맡겨버릴 때가 많았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내 시간과 자아를 갉아먹는 소셜미디어 사용에 제동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 미디어를 봄으로써 낭비되는 시간과, 내 안의 검열자로 인한 자괴감, 소모적인 감정들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삶을 좀 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형태로 나는 이끌어 갈 수 있다. 알고리즘이 나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모든 상황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인식'을 먼저하고, 오프라인 타임을 만들고, 더 집중하는 것이 내게 필요했다. 그래서 쓸데없는 쇼핑 알림받기를 껐다. 오프라인 타임을 정확하게 정하지는 않았지만, 집안일을 하고 좀 쉬는 타이밍에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요한 건 문제 인식같다. 내 삶의 건강한 경계선을 구축하기 위해서 타인뿐만 아니라 내 안의 자아 검열이 방해하는 것을 파악하고, 정확하게 의사표현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연습을 해 나가야 되는 것 같다. 그 하나의 방법이 소셜 미디어와 거리두기이다.


4. 거절 전략


아니오 예 목록

가뿐하게 거절하는 대화의 태도

1. 자신감을 드러내자

2. 차분한 목소리로, 바로 요점 말하기

3. 내면의 비평가가 대화에 끼어들지 않도록 신경을 쓰자

4. 당신의 아니라는 말 혹은 경계를 흔들림 없이 침착하게 말하자

5. 상대방의 반응을 허락하자

6. 해명을 덧붙여도 되지만 이해를 바라지는 말자

157-158쪽.


저자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효과가 있는 '아니오/예 목록' 쓰기를 권한다. 마음이 불편할 때마다 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하고 싶지 않은 것, 덜 원하는 것을 기록하고, 반대로 내가 '그래'라고 말하고 싶은 것, 내가 바라는 것 또한 써 보는 것이다. 이 목록을 쓰다보면 무엇때문에 아니라고 말하는지 스스로 분명히 인식하게 된다고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고민해 봄으로써 '아니'라고 말을 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받게 되는 것이다. 책에 적절한 예시가 나와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리고 가뿐하게 거절하는 대화의 태도에 대해서도 소개를 한다. 이 부분을 보면서 나는 개인적으로 차분한 태도로, 요점만 말하며, 상대방의 반응이 나쁠 수도 있다는 것을 예측해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 당시에는 반응이 안 좋을 수 있고, 상대방이 용납 못할 수 있지만 '아니'라고 말함으로써 상대방도 그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으므로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조건 상대방이 좋게 받아들이기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좋지 않은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되는 것 같다. 중요한 건 상처받지 않는 게 아니라 내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해서 경계선을 지켜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5. 마치며


개인적으로 '아니'라고 말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반대의 상황도 생각해봄으로써 거절에 대한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었다. 성장 배경, 성향에 따라 거절하는 것이 아직도 어렵지만, 책에 제시된 대로 인식만 제대로 해도 조금은 거절을 통한 내 세계의 경계짓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동기부여가 되니까 말이다.

내면의 비평가, 감독관, 걱정 생산자가 우리에게 하는 말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타인에게 '아니'라고 말했을 때 다툼을 막는 법, 분노를 통제하기 위한 방법, 이해, 존중의 소통법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서 '아니'라고 말함으로써 자신의 경계를 제대로 짓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본 리뷰는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은혜의 선물
유성현 지음 / 한사람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들어가며


교회를 처음 다녔을 때 나는 기독교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 '성경, 은혜, 복음' 이런 단어들은 내게 너무 생소했고, 찬양을 부를 때 사람들이 우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란 기억이 난다. '도대체 왜 우는 걸까, 이 노래는 어떻게 따라 부르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한참 하고 있을 때, 내 마음을 울리는 찬양이 하나가 있었다.

"아바 아버지, 아바 아버지,

나를 도우시고 바라보시는

아바 아버지, 아바 아버지, 아바 아버지,

나를 도우시고 힘주시는 아버지

주는 내 맘을 고치시고

볼 수 없는 상처 만지시네

나를 아시고 나를 이해하시네

내 영혼 새롭게 세우시네

'아바 아버지'라는 곡이었다.

예수를 믿음으로 하나님이 나의 '아버지'가

되어 주신다는 사실,

나를 도우시고 힘주신다는 사실이

감동이 되어서 나도 모르게

울면서 내 상처를 만져달라고 기도한 적이 있다.

하나님이 아버지 되어주신다면 우리 가정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나의 아픔을 만져 달라고, 도와 달라고 기도했었다. 이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는 사실을 나는 한참이 지난 후에 알게 되었다.

하나님의 은혜는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닌

그 분의 전적인 은혜로 '주어지는' 것이었다.

당연한 것 같지만 절대 당연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런 하나님의 은혜, 다채로운 하나님의 은혜를 자세히 설명해주는 책이 출간되었다. 유성현 목사님의 '은혜의 선물'이다.

저자 유성현 목사님은 감리교신학대학교와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 아주사 신학대학원과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에서 학위를 마쳤다. 현재는 은혜의 영광교회 담임목사로, 감리교 신학대학교 객원 교수로 섬기고 있다.

'은혜의 선물'은 목회자 가정에서 자라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저자가 유학을 마치고 '은혜에 대한 확신' 하나로 개척의 길을 선택했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가 있었다고 고백하는 고백록이나 마찬가지이다. 개척을 시작한 동시에 이 책을 쓰셨다고 한다. 하나님께 받은 사랑과 은혜를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었고, 하나님의 은혜를 온전히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알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집필하셨다고 한다.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뉘고 각각의 소제목이 있다.

각장에 묵상을 위한 질문이 있어서 생각해볼 거리가 많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PART 1. 은혜의 하나님을 만나다

1장 살아가는 모든 순간, 하나님의 은혜

2장 그리스도의 은혜를 아는 사람

3장 은혜로 시작해서 은혜로 마치는 인생

4장 담대함과 확신을 주는 은혜

PART 2. 은혜의 복음을 깨닫다

5장 우리에게 주신 은혜의 복음

6장 은혜의 영광

7장 은혜의 선물

8장 은혜 아래 거하는 삶

PART 3. 은혜의 풍성함을 누리다

9장 나를 위해 준비한 동행의 은혜

10장 은혜의 감격으로 드리는 예배

2. 은혜위의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

광야는 스스로의 힘으로 생존이 불가능한 곳입니다. 하나님은 그 곳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온전히 하나님을 의지하도록 훈련하셨습니다. 그들은 광야에서 매일같이 하나님이 친히 공급하시는 만나를 먹으며, 자신들의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사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30쪽.

광야는 하나님의 은혜로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다. 하나님없이는 살 수 없는 곳이다. 광야를 지날 때는 하나님의 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가나안에서는 은혜 위에 은혜가 필요하다. 광야에서보다 더 큰 은혜가 필요하다.

- 이진희 목사님, <가나안에서 거하다>30쪽.

저자는 광야가 스스로의 힘으로 생존이 불가능한 곳임을 밝힌다. '광야'라는 곳에 가서야 비로소 '하나님을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힘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로 사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인생의 고난이라는 '광야'가 닥칠때마다 더욱 느낀다. 아무리 내 힘으로 발버둥쳐봤자 내힘으로 되는 한계가 있다는 것, 나의 노력으로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 절대적 존재를 찾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처해질 때마다 느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와 도우심으로 그 고난을 하나씩 이겨나갈 때마다 그것이 '은혜'였음을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엄마가 두 번의 암 수술을 하셨을 때, 정말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엄마를 살려달라는 기도만 했을 뿐, 어쨌든 엄마는 살아남았고 덕분에 우리 가족은 잠시나마 한 마음으로 엄마를 돌볼 수 있었다. 이후에 여동생이 다시 교회를 나가게 되었고, 남동생도 마음이 많이 열리면서 가정복음화를 이루고 계시는 하나님의 은혜의 계획이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이 닥쳐도 선하신 하나님은 우리에게 은혜를 주시는 분이라는 것, 늘 나와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이제는 믿는다.

한편, 유성현 목사님은 이진희 목사님의 책 <가나안에서 거하다>의 내용 일부를 인용하시면서 가나안에서는 은혜위의 은혜가 필요함을 밝힌다. 목사님의 말처럼 이 땅에 살면서 우리는 광야든, 가나안에서든, 하나님의 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세상 속에서 살고 있기에, 우리는 더욱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하다. 이 세대를 본받지 않는 굳건한 믿음과 구별된 생활, 그렇지만 또 본이 되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하기에 목사님의 말처럼 우리에게는 은혜위의 은혜가 필요하다.

3. 우리에게 주신 은혜의 복음

인간은 자신의 구원을 위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구원할 수 없습니다. 세상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말하지만, 성경은 구원의 문제에 있어서 인간은 스스로를 도울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오히려 우리가 스스로 도울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101쪽.

R.C 스프로울은 우리가 더 이상 은혜에 대해 놀라지 않는닫고 지적하면서, 이것이 우리가 은혜에 익숙해졌고 은혜를 당연시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는 20년 동안 신학교에서 가르치면서 수많은 학생들로부터 왜 하나님이 모든 사람을 구원하시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왜 하나님이 저를 구원하셨을까요?"라고는 묻지 않았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이 하나님께서 자신을 구원하신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하나님은 마땅히 은혜와 긍휼을 베푸셔야 하는 분으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129쪽.

구원은 우리의 노력과 행위로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적인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141쪽.

R.C스프로울에게 "왜 하나님이 저를 구원하셨을까요?"라고 거의 묻지 않았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웠다. 그렇다. 우리는 가끔 하나님이 나를 구원하신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하나님은 마땅히 은혜와 긍휼을 '베풀어야'하는 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구원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닌,

갚을 수 없는 놀라운 하나님의 선물인데 말이다.

감사를 잊고 여전히 새로운 기도제목으로 간구하는 나를 보면서, 내안의 죄성을 발견한다. 구원의 은혜를 가볍게, 당연하게 여기지 말자.

한편, 유성현 목사님의 말씀처럼 구원은 우리의 노력과 행위로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전적인 하나님의 선물이다. 내가 착하게 산다고 해서, 선행을 베푼다고 해서, 희생하고 봉사한다고 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행위로 구원받는 것이 아닌 예수님을 '믿음'으로서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른 종교와의 차이일 것이다. 구원과 믿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4. 인상깊은 구절

비록 내 기억이 사라져가고 있지만, 두 가지는 확실히 기억한다. 내가 큰 죄인이라는 것과 그리스도는 위대한 구원자라는 사실이다.

- '나 같은 죄인 살리신'(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작시한 존 뉴턴, 그의 노년의 고백 49쪽.

내 신학의 핵심은 네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바로 "예수님이 나를 위해 죽으셨다는 것이다. -찰스 스펄전

구원의 주체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입니다. 147쪽.

성경은 "우리 각 사람에게 그리스도의 선물의 분량대로 은혜를 주셨다"고 말씀합니다. 먼저 은혜를 받은 우리는 마땅히 다른 이들에게 "은혜를 끼치게 "하기를 힘써야 합니다. 153쪽.

죄는 영혼의 암과 같습니다. 163쪽.

예수님이 '세상 끝날까지' 우리와 '항상' 함께 하십니다. 사실 그분의 또 다른 이름이 바로 '임마누엘'입니다. 177쪽.

성경은 반복해서 하나님이 요셉과 함께 하셨고, 결국 그가 형통한 자가 되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임마누엘의 은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 줍니다. 우리의 인생이 우리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함께하시는지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179쪽.

자넷 스튜어트가 말한 것처럼, "기쁨은 고통의 부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임재입니다." 우리는 많은 문제 속에서 살아가지만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참된 평안과 기쁨을 누립니다. 183쪽.


5. 마치며


'은혜의 선물'은 목사님이 개척때부터 써 오셨던 은혜의 묵상집, 고백록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철저한 원어 중심의 해석과 많은 학자들과 저서를 인용함으로써 '은혜'에 대한 다양한 설명이 더욱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하나님의 은혜가 천편일률적이지 않다는 것, 내가 행위로써 얻는 게 아닌 주어지는 것이라는 점이 정말로 인상깊었다. 하나님의 다양한 은혜를 엿보고 싶다면 유성현 목사님의 '은혜의 선물'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해당 도서는 한사람출판사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들어가며 

아빠는 인쇄업, 엄마는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부모님의 맞벌이로 나는 늘 엄마 학원에 있거나, 방치되기 일쑤였다.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돌볼 시간과 여유, 체력이 부족했다. 아이는 셋이었고, 시간은 부족했으며, 재정적으로 어려웠다. 그렇게 나는 1년의 시간을 친할머니댁에 맡겨졌다.

 

할머니댁에서의 1년의 시간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할머니는 연세가 많았기에 늘 나를 돌보는 것을 힘들어 하셨다. 나는 활발했고, 할머니는 나를 좇아다니는 것을, 밥먹이는 것을 힘들어하셨다. 그래서 가끔 고모가 와서 나를 고모집으로 데리고 갔다.

 

사촌오빠와 사촌 여동생이 있는 고모집은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일단 고모는 나를 무척 사랑해주었다. 졸업선물로 내가 그토록 하고 싶어했던 '교정'을 해줄만큼 나를 딸처럼 신경 써주고 사랑해주었다. 그래서 고모집에 갈 때면 나는 늘 행복했다. 고모네 집은 늘 따뜻했고, 내가 좋아하는 사촌 오빠와 동생이랑 같이 놀다보면 내가 가진 마음의 무거운 짐들이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클레이 키건의 '맡겨진 소녀'를 읽으면서 어린 시절 생각이 났다. 그렇지만 꽤나 담담한 문체를 보면서 사랑과 다정함으 느끼지 못했던 소녀의 어린 시절이 안타까웠다. 가족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했던 소녀가 맡겨진 이후에 타인으로부터 애정을 느낀 그 여름이 얼마나 따뜻하고 꿈같이 여겨졌을까. 마치 한 여름밤의 꿈처럼. '맡겨진 소녀'는 짧지만 그 속의 문장이 꽤나 정밀했다. 소녀의 눈으로 본 풍경과 그 특별한 여름은 눈에 보이는 것처럼 세밀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표현된다.

 

클레이 키건은 문학의 나라 아일랜드에서 주목받는 작가이다. 러시아의 문호 안톤 체호프, 같은 아일랜드 작가 윌리엄 트레버와 견주어지고 국제 문학계의 떠오르는 별로 소개되고 있다. 섬세하고 감동적인 필체로 유명한 키건은 24년의 활동 기간 동안 펴낸 단 4권의 책으로 전 세계 유명한 문학상을 휩쓸며 천재 소설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주목한 작가 클레이 키건은 2009년 데이비 번스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 '맡겨진 소녀'를 국내에서 처음 번역 출간하게 되었다. 이 책은 아일랜드 교과과정에 줄곧 포함되어 모두가 읽는 소설로 자리 잡았다. 또한 이 책을 원작으로 <말없는 소녀>로 제작되어 올해 5월 31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2. 맡겨진 소녀 줄거리, 등장인물

 

맡겨진 소녀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맡겨진 소녀는' 1981년 아일랜드 시골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이야기는 어머니의 출산을 앞두고 여름 몇 달 동안 얼굴도 잘 모르는 친척 집에 맡겨지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출산을 앞두고 다섯째를 임신한 어머니는 집안일과 밭일까지 하느라 굉장히 지쳐 있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기에 한명이라도 식비를 줄이기 위해 아버지는 소녀를 킨셀라 부부 친척 집에 맡긴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만 아이가 없는 킨셀라 부부는 제대로 된 보살핌과 사랑을 받지 못했던 소녀를 정성껏 돌본다. 킨셀라 아주머니는 소녀가 머무르던 첫날 밤 침대에 오줌을 싸도 모른체 해주고 '습한 방에 재운 자기 잘못'이라고 덮어준다. 아저씨는 바깥일을 하고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식사 준비를 같이 하고 소녀에게 내일 우편함까지 달리기를 시키며 시간을 재줄 정도로 시간을 함께 보낸다. 이는 아버지의 무심한 행동과 정말 차이가 났다.

 

그렇게 소녀는 킨셀라 부부의 돌봄과 관심 속에 깨끗한 모습을 갖추고, 제대로 대답하는 법, 책 읽는 법을 배우며 따뜻한 시간을 보낸다. 처음으로 시내에 가서 제대로 된 옷을 산 날, 아이는 동네 초상집에서 킨셀라 부부의 아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곧이어 건강한 남동생이 태어나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킨셀라 부부가 소녀를 데려다주고 돌아서는 그때 소녀는 킨셀라 아저씨를 안으며 경고하듯이 '아빠'라고 부른다.

 

주요 등장 인물은 다음과 같다.

 

나(소녀) : 이름도, 몇번째 자녀인지도 나오지 않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나'의 눈을 통해 서술된다. 손가락에 때가 끼고, 얼굴과 머리도 지저분했을정도로 돌봄을 받지 못했지만 킨셀라 부부의 돌봄과 사랑으로 정서적인 변화를 겪는다.

 

댄(아빠) : 자녀에게 무심하고 거친 성격의 소유자

 

메리(엄마) : 다섯째를 임신했고 밭일과 집안일을 하느라 상당히 지쳐있다. 남편과 마찬가지로 무심한 편, 그리고 의심이 많은 듯하다.

 

킨셀라 아주머니와 존 아저씨 : 경제적 여유는 있지만 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었다. 일면식도 없는 친척집에 맡겨진 소녀를 안타까워하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돌봄과 사랑을 전한다.

 

3. 여백의 미가 돋보이는 소설, 소녀의 감정선의 변화를 관찰하는 재미가 있는 소설

 

'맡겨진 소설'은 단서를 많이 주지 않는다. 소녀가 몇살인지, 몇번째 자녀인지, 어떤 감정인지 명확한 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단지 소녀의 생각과 말을 통해 '추측'하게 만든다. 소설 곳곳에 빈 공간을 남겨둠으로써 독자가 상상하게끔 만든다. 여백의 미가 돋보인달까. '이 소녀는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지금 어떤 생각인 걸까. 왜 이런 표현을 하는 건가 하는' 등의 그런 생각들 말이다.

 

사실 이런 생각은 어른의 시각으로 본 결과가 아닐까. 이 글의 화자가 대략 몇 살쯤 아이인지를 인지하고 읽어야지 이해가 된다. 어쩌면 여백의 미라는 건 어른의 시각으로 보았기 때문은 아닌지라는 생각을 했다. 어떤 말을 해야할 지 적확한 말을 찾지 못하는 학령기 전의 아이라면 아이의 행동과 말이 이해가 된다. 저자는 철저히 어린이에 빙의된 것처럼, 어린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빠가 나를 여기 두고 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지만 내가 아는 세상으로 다시 데려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이제 나는 평소의 나로 있을 수도 없고 또 다른 나로 변할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다. 17쪽.

 

처음의 낯섦을 아이는 '곤란함'으로 표현한다. 평소의 나로 있을 수도 없고, 또 다른 나로 변할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 그래서 아이는 낯설은 그 느낌 때문인지 첫날부터 오줌을 싼다. 다행히 그것을 자신의 탓으로 전환해준 킨셀라 아주머니 덕에 무안해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주머니의 손은 엄마 손 같은데 거기엔 또 다른것, 내가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불러야 할 지 모르겠는 것도 있다. 나는 정말 적당한 말을 찾을 수가 없지만 여기는 새로운 곳이라서 새로운 말이 필요하다.24-25쪽.

 

소녀가 왔을 때 소녀의 몸을 구석구석 씻겨주는 아주머니의 손에서 소녀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그것이 '따뜻함인지, 다정함'인지 알 수 없는 이유는 '전에 한번도 느껴 본 적이 없는 감정' 이기 때문이다. 손에 끼인 때, 집시같은 몰골만 보아도 소녀가 얼마나 애정어린 관심과 돌봄을 받지 못했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간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이 편안함이 끝나기를 - 축축한 침대에서 잠을 깨거나 무슨 실수를,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거나 뭔가를 깨뜨리기를 - 계속 기다리지만 하루하루가 그 전날과 거의 비슷하게 흘러간다.45쪽.

 

소녀는 '무슨 실수를 하거나,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거나, 뭔가를 깨뜨려서' 혼나거나 쫓겨날 것 같은 두려움, 불안을 늘 안고 살지만 킨셀라 부부네에서의 생활은 단조롭고 평화로웠다. 경계를 풀지 않고 '불안'을 늘 안고 있는 아이에게 킨셀라 부분은 완전히 살갑지는 않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아이의 마음을 조금씩 열어간다. 몸을 씻겨주고, 식사를 함께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아이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다음 머그잔을 물에 담갔다가 입으로 가져온다.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이다. 나는 머그잔을 다시 물에 넣었다가 햇빛과 일직선이 되도록 들어 올린다. 나는 물을 여섯 잔이나 마시면서 부끄러운 일도 비밀도 없는 이곳이 당분간 내 집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30쪽.

 

양동이에 비친 깨끗한 물을 보자 아이는 감정의 변화를 보인다. 그리고 그 물을 마신다. 6번이나. 그 물의 맛은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이다. 소녀는 그 물의 맛을 왜 '아빠 맛'으로 표현했을까. 아빠가 부재한 맛이 나는 물은 6번이나 들이킬만큼 편안했던건 아닐까. 그리고 소녀는 킨셀라 부부네 집이 당분간 자신의 집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비밀도, 부끄러운 일도 없는 이 곳'이 말이다. 소녀의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는 종일 아주머니를 도와 집안일을 한다. 소녀는 아주머니를 돕고, 아저씨와는 우편물을 가지러 달려가는 연습도 한다. 일상 속에서 소녀가 느끼는 잔잔한 행복이 느껴졌다.

 

그리고 결말 부분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바닷가에서 두 개처럼 보이던 불빛이 세 개가 된 것처럼, 맡겨진 소녀 '나'로 인해 킨셀라 부부는 어느새 세개의 불빛이 되었다. 불빛 암시처럼 결말 부분의 '나'의 외침은 킨셀라 부부와 한 가족을 이루고 싶은 '나'가 아빠에게 말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그 해석을 오롯이 독자에게 맡긴다. 맡겨진 소녀와 킨셀라 부부는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 되었던걸까. 자녀를 잃은 부부가 사랑없이 살아가는 아이를 잠시 돌보게 되면서 가족의 사랑을 다시 되찾아가는 그런 이야기였던걸까. 많은 부분을 상상하게 되는 소설이다.

 

"보렴, 저기 불빛이 두 개밖에 없었는데 이제 세 개가 됐구나."

내가 저 멀리 바다를 본다. 아까처럼 불빛 두 개가 깜빡이고 있지만 또 하나가, 두 불빛 사이에서 또 다른 불빛이 꾸준히 빛을 내며 깜빡인다...(중략).. 바로 그 때 아저씨가 두 팔로 나를 감싸더니 내가 아저씨 딸이라도 되는 것처럼 꼭 끌어안는다.75쪽.

 

나는 차마 눈을 뜰 수가 없지만 그래도 억지로 뜬다. 킨셀라 아저씨의 어깨 너머 진입로를, 아저씨가 볼 수 없는 것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아저씨의 품에서 내려가서 나를 자상하게 보살펴 준 아주머니에게 절대로,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고 얘기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더욱 심오한 무언가 때문에 나는 아저씨의 품에 안긴 채 꼭 잡고 놓지 않는다. "아빠." 내가 그에게 경고한다. 그를 부른다. "아빠" 98쪽.

 

4. 인상깊은 구절 

 

우리 둘 다 말이 없다, 가끔 사람들이 행복하면 말을 안 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그 반대도 마찬가지임을 깨닫는다. 28쪽.


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공기에서 뭔가 더 어두운 것, 갑자기 들이닥쳐서 전부 바꿔놓을 무언가의 맛이 난다. 우리는 문과 창문이 활짝 열린 집들과 길고 펄럭이는 빨랫줄, 다른 집 진입로로 이어지는 자갈길을 지난다. 57쪽.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70쪽.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73쪽.


"참 조용하네요, 얘는."

"해야 하는 말은 하지만 그 이상은 안 하죠. 이런 애들이 많으면 좋을 텐데요."아저씨가 말한다. 67쪽.


나는 그 자리에 선 채 불을 빤히 보면서 울지 않으려고 애쓴다.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건 정말 오랜만이고, 그래서 울음을 참는 게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라는 사실이 이제야 떠오른다. 80쪽.


집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차라리 빨리 가고 싶다. 얼른 끝내고 싶다. 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축축한 밭과 물이 뚝뚝 떨어지는 나무들, 언덕들을 내다본다. 처음 왔을 때보다 더 푸르러진 것 같다. 생각해 보니 침대에 오줌을 싸고 뭔가 깨뜨릴까봐 걱정했던 그때가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81쪽.


심장이 가슴 속이 아니라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것 같다. 나는 내 마음을 전하는 전령이 된 것처럼 그것을 들고 신속하게 달리고 있다. 여러 가지 일들이 마음속을 스친다. 벽지에 그려진 남자아이, 구스베리, 양동이가 나를 아래로 잡아당기던 그 순간, 길 잃은 어린 암소, 젖은 매트리스, 세 번째 빛, 나는 내 여름을, 지금을, 그리고 대체로 지금 이 순간만을 생각한다. 96쪽.

 

5. 마치며

 

아이의 시선으로 본 아일랜드의 배경, 행동 묘사, 감정 표현 등이 참 잔잔한 여운을 주었다. 깊고 서정적인 장면들과 유년의 기쁨과 슬픔, 고독 등과 어우러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짧은 스토리 속에서 잔잔한 배경 묘사와 절제된 언어로 내면을 표현해내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이건 정말 책을 읽어봐야지 안다.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소설을 보고 싶다면 '맡겨진 소녀'를 추천한다.


<이 리뷰는 다산책방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