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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사고 - 살아남는 콘셉트를 만드는 생각 시스템
다치카와 에이스케 지음, 신희라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6월
평점 :
1. 들어가며
창의성이 대두되는 시대이다. 창의성의 사전적인 의미는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는 특성'이다. 그런 점에서 무엇인가를 창조해내는 것과 같다. 보통 창의성, 창의력은 타고난다고 얘기하지만, 저자는 창의력이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창의력을 끌어내는 생각 시스템, 곧 진화사고만 알면 창의적인 발상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진화사고는 생물의 진화 방식을 차용해 창의성을 시스템적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정리한 생각법이다. 저자는 진화론의 핵심 원리인 '변이'와 '선택'을 도입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해낼 수 있다고 한다.
생물은 변이와 선택에 의해 진화했다. 진화사고에 의하면 인간의 창의력도 여러 사람의 노력이 우연과 필연을 거쳐 축적된 결과물이라고 한다. 우연과 필연의 과정은 적응을 위해 최적화가 될 뿐이다.
변이의 패턴은 크게 변량, 의태, 소실, 증식, 이동, 교환, 분리, 역전, 융합의 9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변이 패턴을 이용하면 단시간에 대량의 아이디어를 생산해 낼 수 있다.
한편, 생명체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선택'을 하는데, 이는 4가지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4가지 관점은 내부를 이해하는 해부, 외부 환경을 이해하는 생태, 계보의 발달을 이해하는 계통, 미래를 예측하는 예측이다. 시 공간을 아우르는 이 4가지 관점으로 상황을 분석하면 어떻게 선택이 되는지, 결국 살아남는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다.
진화사고의 저자 다치카와 에이스케는 통합 디자인 전략가이다. 2025년 오사카 엑스포 일본관 크리에이터, 요코하마 베이스타즈 통합 브랜딩, 모질라 팩토리 설계, 쿨재팬 콘셉트 디렉터, 방사선 폐기물 관리 정책 디자인, 830만 부가 발행된 도쿄방재 서적 제작 등 브랜드, 공간, 제품, 공공의 경계를 넘나들며 통합 디자인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전략가이다.
2003년 호세이대학교에서 건축학을 공부했다. 그 후 게이오기주쿠대학에서 공학 석사 과정 중에 2006년 디자인 전략회사 NOSIGNER를 설립한다. 굿디자인상, 아시아디자인상 등 100여 개 이상의 국제상을 받았으며 JIDA최연소 이사장, 굿디자인상, DFAA,WAF,DIA의 심사위원을 역임하는 등 떠오르는 혁신 아이콘으로 불리고 있다.
그의 이론을 정리한 이 책 <진화사고>는 출간 즉시 아마존재팬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22년 과학자와 경제학자가 선정하는 일본 최고의 학술상인 야마모토 사치에이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저자는 진화사고가 경직된 교육 시스템을 바꿔놓을 계기가 되길 희망하며 게이오기주쿠대학, 캄보디아의 키리롬 공과대학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목차는 다음과 같다.
서장 창조란 무엇인가
제 1장 진화의 구조를 발견하다
제 2장 변이 HOW
제 3장 선택 WHY
제 4장 살아남는 것들의 비밀
종장 창조 혁명
나는 진화사고의 변이 부분이 참 흥미로웠다. 변이에서 '소실'과 '융합' 부분을 살펴보고자 한다.
2. 소실, 없어도 괜찮다
창조에서는 일부러 없애는 패턴의 변이를 자주 볼 수 있다.
132쪽.
고정관념을 버리면 제거할 수 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없어도 괜찮다!되도록 없애려는 사고는 최적화와 연결된다.
136쪽.
도마뱀은 다리가 없어지면서 뱀으로 진화했다. 소실된 개체가 생존에 유리하면 몇 세대를 걸쳐 새로운 종으로 생겨난다. 이를 농업에서는 교배를 통해 씨없는 수박, 귤 등으로 개발되기도 한다. 창조의 영역에서도 '소실'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용된다.
책에서도 나와있듯이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 사일런트 기타와 바이올린, 수많은 무선 제품들, 무인, 자동화 등 무엇을 개선하고자 할 때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되는 것이다. 저자는 '차별' 또한 소실 되어야 할 부분으로 본다.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존재해야 하는 영역은 남겨두고 불필요한 것들은 '소실'되어야 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삶에서 소실해도 되는 것들은 또 무엇이 있을까? 지나치게 화려한 결혼식, 돌잔치 등 우리 삶의 여러 행사들 또한 간소화되면 좋겠다. 그래서 스몰 웨딩, 소규모 돌잔치가 한때 유행했던 적이 있지만 여전히 성대하게 치러지는 경우가 많다. 번외지만 그런 돈을 아껴서 난민들을 돕거나, 불우 이웃을 돕는 곳에 사용된다면 좀 더 우리의 삶이 따뜻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진화사고 책에서는 저자가 상품 패키지 디자인 의뢰를 맡아 상품과 포장재의 일원화를 적용해서 포장재를 줄이는 사례를 이야기한다. 기후 위기, 생태 위기의 시대에 이는 정말 필요한 일이라도 생각한다. 환경문제는 우리의 삶과 직결되어 있으므로 불필요한 포장재, 쓰레기 등을 줄이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맥도날드에서 빨대없는 컵을 사용하는 것, 인터넷 서점에서 종이 자재를 줄이는 것 또한 소실의 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꼭 필요하다고 굳게 믿고 있는 내 주변의 많은 물건들을 하나씩 제거해보다 보면 정말로 필요한 부분만 남게 될 것이다. '없어도 괜찮다' 는 생각을 가지고 내 주변을 살펴보아야 겠다. 내 삶에서 '소실'해야 할 부분, 미니멀리즘을 실천해야 할 부분을 고민해 봐야겠다.
3. 융합, 의외의 물건과 조합해보기
모든 언어에는 융합적 성질이 있다. 의외의 개념을 융합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출되기도 한다. 카레 우동, 그림책, 화장대, 비닐봉지, 웹카메라, 인터넷쇼핑 같은 단어는 언어에 내재된 어떤 성질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생물학적인 융합은 '접붙이기'가 있다. 수박 참외, 레드향, 샤인머스캣, 카라카라오렌지 등 기존의 과일과 다른 품종을 접붙인 경우도 '융합'에 속한다. 창조에서는 융합적 사고로 발명된 물건들이 상당히 많다. 페트병. 맥가이버 칼, 전기자전거, 합금, 일회용 카메라, 슈크림, 전기 담요, 사다리차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당연하게끔 이미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발명품들은 이미 '융합'된 것인 경우가 많다.
물론 융합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새로운 휴대전화를 고안할 때 융합할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은 것도 분명 있다.
214쪽.
융합은 '조화'를 필요로 한다. 가령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융합하게 되면 불필요하거나, 우스꽝스럽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
가령 기계와 인간의 융합이라든지, 동물과 사람의 DNA 융합이라든지 하는 문제는 도덕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 진화사고를 시스템화 시켜서 긍정적인 발전을 이루는 것은 좋지만, 도덕적인 기준은 분명히 필요하다.
4. 마무리
생물의 진화 방식을 차용해 창의력을 시스템화한 '진화사고'는 창의력을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변이와 선택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용된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창의력을 개발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두께감에 짓눌릴 수 있지만 창의력을 개발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진화사고'를 추천한다.
<본 리뷰는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