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서재에 꽂혀있는 책의 제목을 본 아내가 묻는다.
" 오빠 저거 무슨 책이야? ( 반동군자를
대하듯이 ) .. 오빠도 결혼한거 후회해?? "
그 순간, 그 책을 읽지도 못한 나는 변명하듯이 책을 옹호하며 대답했다.
" 아니,
그런게 아니라, 저거 원래 책 제목이 자극적인 것 뿐이야. 주 취지는 대한민국
남자들이 불쌍하다. 여기 저기 설 자리가 없다. 남자 들을
위한 삶은 어디에도 없기에 그것들을
바라보고 위로해주는 그런 심리적 에세이야.."
라고, 대답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나도 후회한 적이 있다. 아주 가끔씩.
다행이도 아내가 이해한다는듯이 새초롬한 눈빛을 거두며 말을 했다. " 그래... 대한민국 남자들
불쌍하긴해...." 그렇다. 우리 모두에게 처해진 현실이 아닌가.
그리고 그 변명대로 이 책이 단순한 심리적 에세이 일뿐이더라도 왠지 제목 때문에 뜨끔해서 아내 몰래
보려고 했었다. 몬가 내 속마음을 들킬 것만 같아서..
2.
이 책은 우리 수컷들을 속내를 속속들이 바라본다. 그리고 바라봄과 동시에 우리가 처한 문제들을
모아서 맛깔스럽고 해학 가득하게 풀어해친다. 심리학을 통해서 이 땅의 사내들이 처한 문제들을.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삶의 재미를 잃어버린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3.
이 책의 저자 김정운 교수를 세문장으로 압축해서 표현해보면
이땅의 사내들을 달래주는 문화 심리학자
위트 넘치는 글쟁이.
자유로운 영혼
이 세가지가 책을 읽고 난후, 느껴지는 그에 대한 내 느낌이다.
4.
개정판에는 재미 있는 장면들이 더 많이 등장하는 듯 한다.
왜냐하면, 책을 쓴 이후 강연회에서 만난 애틋한 기억의 첫사랑과의 조우
장면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이 본인이 의도한 쪽으로 왜곡되어있다고 전해준다. 결국 사람은 자기 편한대로
기억하기 마련이다.
그와 더불어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인세에 둘러싼 아내와의 해프닝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웃음을 자아내는 해프닝이.
저자는 말한다. 그동안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재미를 찾아주고자 외쳤다고.
본인들의 스트레스를 풀어헤치고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본인은 너무 바빠 일에 치여 산다고.
그리고 재밌는 건, 이 책이 30만부이상 팔렸지만 본인은 이 인세 금액을 만져보지 못했다.
( 대략 인세만 3억 정도 될 것이다 )
왜냐하면,이런 책을 쓴 덕분에 번 돈이라며 아내가 다 가져갔다고 한다.
이런 이상한 책 덕분에 본인이 받았을 정신적인 피해와
시선들에 대한 보답 차원 으로다가...
책 초반에 등장하는 스토리. 이상형과 거리가 먼 신체 건장한 아내에 대한 이야기 덕분에 배꼽 잡고
웃었다. 책써서 번 돈을 구경도 못하고 있는 저자에게 아내는 시종일관 본인을 책의 소재로 활용한
댓가 라고 한단다.
5.
책을 읽으며 정말 많이 웃었다. 재밌기도 하고 정말 많이 공감되었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문화심리학적인 분석을 함께 하기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설득력 또한 있다.
중년 남성들이 골프에 열광하는 이유는 아무도 '감탄'해 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은
신선하지만, 슬프다. 우리 선배들의 모습이기에. 그리고, 내가 지금 그러하고 있기에.
우리는 흔히 누군가 우리네 삶을 바라보고 (아쉬운점 안타까운 부분을) 그점을 꼬집어주게되면
감정적으로 어루만져준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것들을 알아주기에 이책을 통해 위안을 받게 된다.
글로써 토닥여 주고 있다. 나의 안타까운 부분들을. 대한민국 중년들에게 공감을 자아내는 글쟁이라
말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아직 중년이라 칭하기에는 어리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사회생활에 찌들어
있는 이땅의 사내이기에 너무나도 많은 공감을 자아내게 한다.
6.
김정운교수는 우리에게 삶속에서 재미와 행복을 찾길 권한다.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없는 삶은 삶이 아니다라며.
김교수는 만년필을 구입하고, 그것으로 글쓰는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아침마다 커피를
직접 갈아 마시는것에서도. 누구에게나 본인만의 기쁨을 자아낼 수 있는 코드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삶은 자신의 것 이기 때문에 그 삶을 지혜롭게 사는 것은 자신의 책임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이땅의 사내들 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 또한 읽어볼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동시에, 그들처럼 '재미없는 삶'을 살지 않게끔 일러주고 있기에.
얼마전에 '나의꿈은 내가 되는 것이다' 라는 심리 에세이를 접한 적이 있었다. 그 책의 골조 또한
'진정한 나를 찾아라' 였는데, 오히려 이 책에서 그에 대한 메시지를 더 심도 깊게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훨씬 더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 깨알 같은 재미와 함께
이 책때문에 책장에 꽃혀있기만 했던 저자의 다른책들도 처음으로 꺼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