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일기
소피 퓌자스.니콜라 말레 지음, 이정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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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적으로도 복잡한 내면일수록 사람은 그것을 ‘형태화’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혼란과 불안을 말이 아닌 글로 정리하는 것은 자기 안의 어지러움을 통제하려는 시도다. 말로는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글로는 풀어내는 이유는, 보이지 않는 ‘진짜 나’를 마주하고 싶은 무의식적 욕망에서 비롯된다. 결국 일기 쓰기는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이며, 고백이고, 치료다.


기록은 기억을 이긴다는 말처럼, 일기는 한 사람의 시간과 감정을 연결하는 현실적 타임머신이기도 하다. 다시 읽지는 않더라도, 그것을 썼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이어주는 가교가 된다. 이 점에서 일기는 단순한 습관이나 취미를 넘어, 존재의 궤적을 남기는 깊은 실천이 된다.


마리 퀴리는 그녀의 지적 분신이자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쓴 일기 속에는 비탄과 절망과 애도로 가득차 있었고 그녀의 필체는 슬픔 감정을 진정시키려는 듯 의외로 가지런했다. ‘지상의 양식’ 앙드레 지드의 일기속에는 소란스럽기만 한 파리에 홀로 있는 외로움 그리고 자신의 존재가치와 작품의 방향에 대한 고뇌가 담겨있다. 카프카는 그의 일기 속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해부한다. 불안과 고립, 창작의 고통, 글쓰기 중독은 일기의 주요한 정조를 이룬다. “나는 글을 쓰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그의 말처럼, 일기는 단지 감정의 배출구가 아니라 실존의 증명이며 생존의 방식이었다.


『내면일기』에는 프란츠 카프카, 버지니아 울프, 조지오웰과 토마스 만, 그리고 스탕달과 빅토르 위고, 폴 고갱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여러 작가들의 일기 중 일부가 육필원고 사진까지 함께 발췌되어 실려 있다. 그들의 사적이 내면의 감정이 담긴 일기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자아 탐색의 여정이 그대로 보여 진다. 하지만, 이 책 속 작가들의 일기는 대부분 독자를 의식하지 않은, 오롯이 자신을 향한 글이며. 그래서 더 솔직하고, 때로는 추상적이며 앞뒤로 해석이 안되는 난해한 문장(일기)도 등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장 너머 감정의 결을 읽기 위해선 필자의 감정적 맥락과 그날의 환경, 심리적 상태까지 함께 읽어야 하는데 단편적으로 발췌된 문장만으로 그들의 내면 전체를 해석하는 것은 일기를 통한 공감보다 읽는 독자의 자의적 해석에 그칠 것이다. 『내면일기』는 작가들의 내면이라는 거울을 통해, 우리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일기를 쓴다는 행위가 얼마나 고독하고도 정직한 작업인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삶을 기록한다는 것, 그 자체로 우리는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책속으로

‘서른세살에 처음으로 책을 쓰고 출간한 후에야 일기를 자주 쓸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좋지 않은 일이나 갈등을 썼지만, 이번에는 새로운 글을 시도하거나 이를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의 어려움 등 글쓰기에 관한 것들이었다. 이는 나 자신을 격려하고 진정시키고, ’글 쓰는 나‘에 대해 언제나 불확실한 소신을 유지하는 방법이다._아니 에르노와의 대화중(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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