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명과 노벨화학상 - 노벨상을 통해 들여다본 수상자의 삶과 현대 과학기술의 뿌리
이범종 지음 / 자유아카데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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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30년이라는 세월은 한 학자가 자신의 학문을 숙성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이 책은 저자가 매년 가을 학생들에게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전하던 작은 습관에서 시작되어, 이제는 현대 문명의 근간을 설명하는 거대한 지도로 완성되었다. 1901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노벨 화학상의 궤적을 쫓는 이 여정은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기록한 연대기가 아니다. 저자는 ‘화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가 매일 손에 쥐는 스마트폰의 선명한 화면, 도로 위를 달리는 전기자동차, 전 세계를 팬데믹의 공포에서 구해낸 mRNA 백신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한 과학의 실체를 명민하게 포착해 낸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경계의 허물기'에 있다. 저자는 화학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물리와 생리의학의 영역을 주저 없이 넘나든다. 이는 현대 과학이 더 이상 단일 학문의 틀에 갇혀 있지 않다는 통찰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색 LED나 양자점, 레이저와 같은 주제들은 물리학적 기초 위에서 화학적 응용을 통해 비로소 꽃을 피웠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특히 저자가 선정한 12가지 테마—전도성 플라스틱부터 기능성 화장품까지—는 과학이 실험실 안의 수식이 아니라, 우리가 누리는 '문명' 그 자체임을 증명한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점은 이 책이 과학적 성취뿐만 아니라 '인간'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대한 발견 뒤에 숨겨진 과학자들의 창의적 사고, 동료와의 협업, 그리고 뼈아픈 실패의 기록은 미래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단순한 지식 이상의 인문학적 영감을 제공한다. 저자는 이를 "오래된 숙제를 끝낸 기분"이라 표현했지만, 독자들에게 이 책은 현대 문명을 이해하는 새로운 숙제의 시작이자 친절한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완성이 아닌 시작이라는 저자의 겸허한 고백처럼, 이 책을 덮는 순간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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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어깨 필사노트 ㅣ 거인의 어깨에서 묻다 철학 3부작
벤진 리드 지음, 진승혁 기획 / 자이언톡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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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넘쳐나고 알고리즘이 우리 대신 모든 것을 판단해 주는 인공지능 시대에 『거인의 어깨 필사노트』는 역설적으로 '멈춤'과 '느림'의 미학을 제안합니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결론을 소비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그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인 '사유'는 잃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이 책은 플라톤과 공자부터 니체와 한나 아렌트까지 인류 지성사를 지탱해 온 거인들의 문장을 빌려와, 독자가 직접 손으로 그 문장을 통과하게 함으로써 지식을 체화하는 훈련을 시킵니다.

단순히 명언을 수집하는 취미 서적이 아니라 존재와 진리, 사회와 권력, 인간과 삶이라는 세 가지 거대한 축을 따라 인간이 던져온 가장 근원적인 질문들을 다시 마주하게 만드는 실천적 워크북에 가깝습니다. 특히 『거인의 어깨』 철학 3부작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성은 단편적인 문장 읽기를 넘어 철학적 맥락을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하며, 책 곳곳에 배치된 여백은 독자가 자신의 언어로 질문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사유의 운동장이 되어줍니다.

필사는 과거의 문장을 단순히 복제하는 행위가 아니라, 수천 년 전의 질문을 지금 나의 삶 한복판으로 데려오는 가장 능동적인 독서법입니다. 인공지능이 순식간에 정답을 내놓는 효율의 시대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디더라도 스스로 판단하고 숙고하는 힘입니다. 이 책은 지식을 소유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한 문장을 붙잡고 씨름하며 '생각하는 인간'으로 회복되는 귀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이면 무언가를 더 많이 알게 되기보다, 내 삶의 본질을 향해 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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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와구치 잇사의 여자아이 일러스트 포즈집 2 ㅣ 일러스트 포즈집
카와구치 잇사 지음, 김진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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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카와구치 잇사의 노하우가 집약된 『카와구치 잇사의 여자아이 일러스트 포즈집 2』는 캐릭터의 생동감을 고민하는 모든 창작자에게 단비 같은 지침서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단순히 감상용 화보에 그치지 않고, 실무에 즉각 활용할 수 있는 400여 종의 방대한 포즈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제공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초보 작가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인체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서기, 앉기, 눕기 등 일상의 세밀한 순간부터 역동적인 움직임까지 주제별로 세심하게 분류하여, 창작자가 머릿속에 그린 이미지를 캔버스 위에 직관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특히 이 책이 지닌 독보적인 가치는 '트레이스 프리'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저작권 걱정 없이 기초 골격을 토대로 자신만의 헤어스타일과 의상을 덧입힐 수 있는 환경은 초보자들에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고 창작의 즐거움을 일깨워줍니다. 단순히 따라 그리는 것을 넘어, 제공된 포즈 위에 나만의 설정을 입혀 새로운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과정은 일러스트 실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는 발판이 됩니다. 또한, 2인 혹은 3인이 함께하는 복합적인 구도까지 수록되어 있어 단조로운 1인 중심의 구성에서 벗어나 풍부한 스토리텔링이 담긴 화면을 구성하는 데 큰 영감을 줍니다.

기법서로서의 친절함 또한 놓치지 않았습니다. 인기 캐릭터 '이치카'를 활용한 컬러 일러스트 작법 예시는 러프 스케치부터 정교한 채색 단계까지 저자의 비결을 가감 없이 공개합니다. 빛의 방향에 따른 명암 처리나 질감 표현 등 컬러 일러스트를 완성할 때 마주하는 현실적인 고민들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더불어 권말에 수록된 풍부한 표정집은 신체 동세에 어울리는 감정 표현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배려한 지점입니다. 이는 몸의 움직임과 얼굴의 표정이 조화를 이루어야만 비로소 '살아있는 캐릭터'가 완성된다는 저자의 철학이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하얀 캔버스 앞에서의 막막함을 설렘으로 바꿔줄 실전형 포즈 백과사전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캐릭터에 자연스러운 매력을 불어넣고 싶은 입문자부터 작업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싶은 숙련된 작가까지, 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볼 수 있는 든든한 참고서가 될 것입니다. 완성도 높은 일러스트를 향한 여정에 있어, 이 책은 가장 확실하고 친절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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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략집
한진우 지음 / 모티브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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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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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원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때로 가혹한 거짓말이 됩니다. 많은 이들이 밤낮없이 일하고 성실하게 저축하지만, 통장의 숫자는 늘 제자리걸음입니다. 유튜브 채널 〈집공략〉의 한진우 저자는 『돈략집』을 통해 이 지독한 굴레의 원인이 '의지'의 부족이 아닌, 우리를 가두고 있는 '평범함'이라는 시스템에 있다고 일갈합니다.

이 책은 흔한 재테크 서적처럼 따뜻한 위로나 막연한 동기부여를 건네지 않습니다. 대신 빚 2억 원의 신용불량자라는 밑바닥에서 시작해 휴대폰 판매와 현장 영업, 사업을 거치며 저자가 온몸으로 부딪쳐 깨달은 자본주의의 날것 그대로의 생존 전략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방구석에서 성공 신화를 꿈꾸는 대신, 돈이 실제로 흐르는 현장으로 나가 0에서 1을 만드는 현실적인 구조를 구축하라고 조언합니다.

『돈략집』의 핵심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기술'이 아니라 '돈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노동과 시간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결국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연료로 소모될 뿐임을 지적하며, 시스템에 먹히지 않기 위해 우리가 어디에 서야 하고 무엇을 과감히 버려야 하는지를 집요하게 묻습니다.

투자 기법이나 단기적인 성공 공식에 매몰되지 않고, 자본주의 안에서 소모되지 않는 독립적인 플레이어가 되는 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경제 경영서를 넘어선 인생의 전략서와 같습니다. 시스템의 부품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판을 읽고 움직이는 공략가가 될 것인가? 『돈략집』은 무의미한 노력의 반복을 끊어내고 진짜 부의 궤도에 오르고 싶은 이들에게 냉혹하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이정표가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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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이 죽었을 때 ㅣ 바람그림책 174
카일 루코프 지음, 할라 타부브 그림, 김혜진 옮김 / 천개의바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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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상실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해결사가 되고 싶어 합니다. 슬픔을 걷어내 주고 싶고, 당장이라도 웃음을 되찾아주고 싶어 서둘러 위로의 말을 고르곤 하죠. 하지만 진정한 위로는 나의 방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이 머무는 자리를 먼저 살피는 데서 시작됩니다. 『선인장이 죽었을 때』는 바로 그 지점을 아이의 순수한 시선으로 포착해낸 보석 같은 그림책입니다.

이야기는 형이 아끼던 선인장이 죽으면서 시작됩니다. 주인공 '나'는 형을 위해 위로 편지를 쓰지만, 형은 편지보다 웃긴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말하죠. 이후 사촌 동생의 금붕어, 선생님의 햄스터 등 주변의 상실을 목격하며 주인공은 자신이 준비한 위로가 매번 상대의 필요와 어긋나는 경험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책은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위로의 정답은 누구에게 있는가?

카일 루코프의 절제된 글과 할라 타부브의 여백이 살아있는 그림은 이 묵직한 주제를 '정적'의 힘으로 전달합니다. 특히 가장 친한 친구가 할머니를 잃었을 때, 주인공이 "위로해 주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조심스럽게 묻는 장면은 이 책의 백미입니다. 이는 지레짐작으로 상대의 감정을 규정하지 않고, 온전한 이해를 위해 한 걸음 물러나 기다릴 줄 아는 성숙한 공감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결국 위로의 핵심은 화려한 기술이나 방법론이 아니라, 상대가 기운을 차릴 때까지 곁을 지켜주는 '함께함'에 있습니다. 여백을 통해 상실의 막막함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면서도, 마지막에 친구와 어깨동무를 하는 뒷모습은 독자에게 따뜻한 안도감을 선사합니다. 아이들에게는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는 법을, 어른들에게는 서툰 위로보다 깊은 침묵과 동행의 가치를 일깨워주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공감 가이드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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