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초코빙수 - 지금여기 제철감각으로 살아가기
임애련 지음 / 이야기나무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추천]『여름엔 초코빙수』오늘이라는 제철을 가장 맛있게 누리는 법

.

.

모든 것이 효율성과 속도로 수렴되는 시대다. AI가 최적의 경로를 찾아주고 알고리즘이 취향을 저격하는 세상에서, 임애련 작가의 첫 그림에세이 『여름엔 초코빙수』는 기분 좋은 제동을 건다. 교육공학 박사이자 게임 디자이너라는 누구보다 트렌디한 명함을 가진 저자가 택한 방식은 역설적이게도 지독한 ‘비효율’이다. 배운 적 없는 오일파스텔을 들고 530일 동안 매일 손으로 그림을 그리고, 망원시장을 직접 걸으며, 무 하나를 달게 먹기 위해 3시간 동안 솥을 끓인다. 이 책은 바로 그 비효율 속에서만 길어 올릴 수 있는, 살아있는 인간('100% 휴먼 메이드')만이 느낄 수 있는 오감의 기록이다.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달력의 숫자가 아닌, 계절의 선명한 감각을 따라 흐른다. 군산에서 만난 달디단 겨울 무, 호치민 숙소를 채운 5천 원짜리 백합 향기, 고양이 봉봉이와 나눠 먹는 5월 참외의 속살까지. 저자가 펼쳐놓는 36가지 장면들은 거창한 성취가 아니다. 그저 제철에 찾아오는 소박한 기쁨들을 놓치지 않고 온전히 누리는 삶의 태도다. '찔레꽃 필 때 만나요'라는 약속에 설레고, 떨어뜨린 냉이 된장찌개의 고기 조각을 번개처럼 주워 먹는 일상의 에피소드들은 독자로 하여금 '나는 지금 무엇을 충분히 느끼며 살고 있는가'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 에세이가 지닌 가장 큰 미덕은 담담함 속에 숨어있는 삶의 깊이다. 행복한 순간 속에서도 언젠가 찾아올 고양이와의 이별을 예감하고, 수의를 입고 떠나시는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에서 슬픔보다 "고우셔서 다행이었다"는 감사를 먼저 떠올리는 문장들은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기쁨과 슬픔, 만남과 헤어짐을 마치 계절이 순환하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저자의 시선은 불안한 우리의 일상에 따스한 위로를 건넨다.

"과거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지금, 여기,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가 그토록 그리워할 '그 시절'은 바로 오늘이다.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지쳤거나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책장을 덮고 나면, 무심코 지나쳤던 바람의 냄새와 제철 과일의 맛이 이전보다 훨씬 선명하게 다가오는 마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고 싶은 모든 이들을 위한, 작은 햇빛 한 줌 같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거의 모든 물건의 역사 - 돌칼에서 AI까지, 물건들이 만들어온 330만 년 인류의 대장정
칩 콜웰 지음, 김병화 옮김 / 부키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인류 역사를 만든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물건이었다." 전 덴버자연과학박물관 인류학 수석 큐레이터 칩 콜웰의 이 일갈은 인류를 바라보는 기존의 오만한 '인간 중심적' 시각을 단숨에 깨부순다. 흔히 우리는 인간이 뛰어난 지능으로 도구를 지배해왔다고 믿지만, 저자는 330만 년 전 에티오피아의 깨진 돌조각부터 현대의 스마트폰과 마이크로칩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실질적 주인공은 인간이 아닌 '물건'이었음을 고고학적 렌즈로 담담히 증명해 낸다. 이 책은 단순히 인류가 만들어낸 발명품의 연대기가 아니다. 물건이 어떻게 역으로 인간의 뇌를 키우고, 신체를 변화시키며, 사회적 본능을 재설계했는지 추적하는 '물적 진화론'이다.
저자는 인류와 물질의 관계를 세 차례의 위대한 도약으로 명쾌하게 구조화한다. 1부 '도구 만들기'에서는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하게 한 석기가 어떻게 피드백 고리를 통해 인류의 뇌 용량을 키웠는지 보여준다. 2부 '의미 부여하기'는 이 책의 가장 아름다운 지점이다. 본래 비물질적이어야 할 예술과 종교가 왜 '물질'을 경유해야만 실체화될 수 있었는지를 밝히며, 물건이 자아의 확장 영역으로 기능하게 된 과정을 추적한다. 마지막 3부 '풍요와 과잉'에 이르면 기쁨은 공포로 변한다. 산업혁명과 플라스틱의 발명은 인류를 물질적 과잉의 세계로 밀어 넣었고, 이제 인간은 소유를 넘어 물건에 의해 영혼까지 규정당하는 '호모 스투펜시스'가 되었다.
이 책의 백미는 5,300년 전의 미라 '아이스맨 외치'의 배낭을 탈탈 털어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치가 짊어졌던 400여 가지의 물건은 현대인이 집을 나설 때 챙기는 소지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물건에 생존 이상의 가치와 정체성을 의탁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20세기 마케터들이 정교하게 설계한 '계획적 진부화'와 소비주의 이데올로기는 인류의 오랜 물질적 애착을 통제 불능의 '비축'과 환경 파괴라는 괴물로 변질시켰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방 안을 가득 채운 수많은 물건 중 정말 내 생존과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몇 개나 될까? 저자는 끝없는 소비의 순환을 끊어낼 '네 번째 도약'을 촉구하며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물건 없이 살 수 있을까?" 물질의 풍요 속에서 정신적 빈곤과 지구적 재앙을 겪고 있는 21세기의 호모 사피엔스들에게, 이 책은 단순한 역사서를 넘어 탐욕의 브레이크를 밟게 만드는 강렬한 인류학적 경고장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불안한 그 마음을 내 앞에 꺼내 보아라 - 진짜 나를 마주하게 하는 달마의 가르침 ㅣ 동양철학전집 고전보감 시리즈 1
달마 지음 / PHILO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

우리는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간다. 타인과의 끊임없는 비교,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경쟁, 그리고 SNS 속 화려한 타인의 시선 속에서 현대인의 마음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불안은 마치 그림자처럼 우리를 따라다니며 일상을 잠식한다. 도대체 이 불안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책 《불안한 그 마음을 내 앞에 꺼내 보아라》는 1,500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우리에게 가장 근본적이고 강력한 마음 처방전을 건넨다.

이 책은 동양 선불교의 시조인 달마대사의 심오한 가르침을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낸 책이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달마와 그의 제자 혜가의 유명한 일화가 자리 잡고 있다. 마음이 너무나 불안하여 고통받던 혜가는 달마를 찾아와 "제 마음이 너무 불안합니다. 제발 편안하게 해주십시오"라고 애원한다. 이에 달마는 뜻밖의 요구를 한다. "그 불안한 마음을 내 앞에 꺼내 보아라."

혜가는 자신의 내면을 샅샅이 뒤지며 불안의 실체를 찾으려 애썼지만, 결국 붙잡을 수 있는 실체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습니다"라고 답한다. 달마는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보아라, 나는 이미 너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이 짧은 대화는 우리가 평생을 괴로워하는 걱정과 두려움의 본질을 날카롭게 꿰뚫는다. 우리는 흔히 불안이 외부의 조건이나 환경 때문에 생긴다고 믿는다. 직장, 돈, 인간관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나를 괴롭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달마의 가르침은 명확하다. 문제는 세상이 아니라 바로 내 마음속에 있다는 점이다. 불안은 실체가 있는 괴물이 아니라, 내 마음이 스스로 만들어낸 환영이자 '스스로 만든 마음의 감옥'일 뿐이다.

달마는 외부에서 답을 찾으려는 헛된 노력을 멈추고 자신의 내면을 똑바로 직시하라고 권한다. 나에게 닥친 고난을 원망하지 않고, 외부 조건에 휘둘리지 않으며,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그 집착마저 내려놓을 때 비로소 진정한 평안과 마주할 수 있다.

이 책은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을 괴롭히는 것은 정말 세상인가, 아니면 당신의 마음인가?"

불안이라는 실체 없는 그림자에 매일 흔들리고 있다면, 이제는 달마의 지혜를 빌려 그 마음을 내 앞에 똑바로 꺼내놓아 보자. 집착을 내려놓는 순간, 비로소 누구에게도 비교당하지 않는 온전한 나 자신을 마주하는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슈퍼노바
샴고양이초코 지음 / 강남글방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슈퍼노바》 알고리즘의 우주에서 진짜 자유를 감행하다
.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수면 기능을 상실한 채 월등한 지능을 보유하게 된 '제2인류'의 등장은 2034년의 근미래를 단숨에 혼돈의 디스토피아로 밀어 넣는다. 소설 《슈퍼노바》는 이 파격적인 설정을 단순한 장르적 상상력에 가두지 않고, "우리의 세계는 아름다운 곳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으로 확장한다. 고유한 천재성을 가졌음에도 과거의 상처를 안고 제2인류 자치구의 조선소에서 정체를 숨긴 채 살아가는 주인공의 기묘한 침묵은 서사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특히 1부의 시작을 알리는 에밀리의 이야기와 시드 마이어의 게임 '문명'에 대한 비유, 그리고 "나는 여왕개미 벨로키우키우니와 대화를 나누었다"라는 꿈속 독백은 이 세계가 지닌 거대한 시뮬레이션의 성격을 은밀하게 암시하며 몰입감을 극한으로 끌어올린다.
이 작품의 진짜 매력은 유일한 친구와의 뜨거운 연대, 그리고 모든 것을 조종하려는 거대 기업 회장과의 대립이 본격화되면서 폭발한다. 정통 순수 문학의 탄탄한 문장력과 웹소설의 압도적인 몰입감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작가의 필력 덕분에, 미·중 전쟁이나 양자역학 같은 치밀한 하드 SF의 설정들이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특히 물리 법칙이 사라진 미지의 공간 '상실의 방' 너머에서 마주하는 진실, 즉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자체가 상위 차원의 설계자가 만든 거대한 '가상 시뮬레이션'이라는 설정은 서늘한 전율을 선사한다. 효율과 편의만을 좇으며 방향을 잃은 채 오직 '관성'으로만 움직이는 문명의 종말 앞에서, 소설은 차가운 기술 뒤에 숨겨진 뜨거운 인간의 온도를 복원해 낸다.
결국 소설이 던지는 궁극의 질문은 정교한 규칙과 통제 속에서 인간의 '자유 의지'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작가의 말처럼, 인류는 오래도록 지식을 쌓아 속도를 얻었고 그 속도는 곧 힘이 되었지만, 그 안에서 스스로 자유를 증명했다고 착각하며 살아갈 뿐이다. 정교한 알고리즘 아래 짜여진 경로를 걷던 실험체가 시스템을 거부하고 스스로의 궤적을 그리며 던지는 한마디는 현대인에게도 묵직한 울림을 준다. "자유는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감행되는 것이다." 위험을 포함한 한 번의 결단이자 책임을 동반한 한 발의 움직임만이 진짜 자유라는 통찰은 멸망해가는 문명 앞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인류애와 생존의 존엄성을 뜨겁게 그려낸다.
모든 것이 붕괴하는 운명 속에서 시스템의 균열을 깨부수고 타오르는 인간의 의지는, 제목 그대로 암흑 속에서 강렬한 빛을 뿜어내는 초신성(Supernova) 그 자체다. "꼬마야, 너의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야"라는 본문 속 고백처럼, 비록 길 위에서 수많은 위험을 만나겠지만 그 끝자락에서 돌아본 세상이 결국 아름다운 조각들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서정적 위로가 책장을 덮은 후에도 길게 이어진다. 정해진 시나리오의 궤도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우주적 자유를 탐구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내 삶의 주권을 찾기 위해 진짜 자유를 '감행'하라는 강렬한 초대장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685g의 기적 - 15주 먼저 태어난 딸 서희 이야기
최종락 지음 / 은빛물결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오늘날의 교육은 거대한 경주장과 같다. 남들보다 한 걸음 먼저, 더 빠르게 앞서나가는 것이 미덕이 된 속도 중심의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은 저마다의 고유한 빛을 잃어버린 채 획일적인 기준선 위에 서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685g의 기적』은 우리에게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교사와 부모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깊이 있게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은 25주 만에 685g이라는 작고 위태로운 몸으로 태어난 아이 '서희'와 그 가족이 마주한 치열한 성장의 기록이다. 통계학적으로 생존 확률 8%, 그리고 장애 없이 자랄 확률은 단 4%에 불과하다는 절망적인 진단은 현대 교육이 아이들에게 지우는 냉혹한 ‘가능성의 수치’와 닮아 있다. 하지만 아이는 수많은 수술과 시련을 버텨냈고, 마침내 자신만의 속도로 당당히 성장해 정상 판정을 받아낸다.

교육적 관점에서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가르침은 ‘나만의 속도(개별화)’에 대한 인정과 ‘기다림의 미학’이다. 서희의 아버지는 발달 지연 클리닉의 검사 결과를 마주하며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 너의 모습 그대로, 이 세상을 씩씩하게 살아가렴”이라고 말한다. 이는 선행학습과 표준화된 진도에 쫓겨 아이들을 다그치는 우리 교육에 깊은 경종을 울린다. 아이들마다 저마다의 ‘성장 시계’가 있으며, 교육은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아이 고유의 속도를 지지하고 기다려주는 인내의 과정이어야 함을 확신시켜 준다.

또한, 이 책은 삶의 어떤 시련 앞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내면의 힘, 즉 ‘회복탄력성’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온몸에 주삿바늘을 꽂아가며 사투를 벌인 서희가 훗날 “작은 몸으로 태어난 아이들도 생각보다 강하고, 자신의 속도로 조금씩 자라난다”고 전하는 메시지는 교실 안에서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는 수많은 학생에게 투영된다.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히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파도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자아를 길러주는 것임을 서희의 치열한 삶이 증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부모와 교사의 ‘무조건적인 수용과 정서적 지지’가 지닌 위대한 힘을 일깨운다. 서희가 온갖 질병으로 흔들릴 때도 부모는 결코 손을 놓지 않고 존재 자체를 긍정하며 곁을 지켰다. 학교와 가정에서 아이가 조건 없는 사랑과 안전함을 느낄 때, 비로소 아이는 세상 밖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685g의 기적』은 미숙아를 둔 가족의 눈물겨운 수기를 넘어, 느리게 걷는 아이, 출발선이 다른 아이들을 품어내야 하는 교육 현장의 모든 이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다. "약해도 괜찮다, 늦어도 괜찮다"는 그 당연하지만 묵직한 외침이 모든 교사와 학부모의 마음속에 가닿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