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랜드
사와무라 이치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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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패밀리 랜드》기술이 진화해도 변하지 않는 가족의 서늘한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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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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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IT 기술과 AI가 눈부시게 발달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고부갈등, 아동 방임, 만혼, 간병과 노인 소외 등 우리 삶에 밀접한 가족 문제를 파고드는 여섯 편의 단편을 엮어낸 작품이다.
요양원에 있는 시어머니가 스마트홈 센서와 가전 네트워크를 통해 집안의 며느리를 원격으로 감시하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컴퓨터 시어머니」로 시작해, 유전자 편집이 당연해진 세상에서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를 차별하는 「날개 꺾인 금붕어」, 달콤한 알고리즘으로 포장된 결혼 정보 시스템의 함정을 다룬 「매리지 서바이버」 등 이야기는 점차 서늘한 긴장감을 더해간다. 또한 로봇과의 관계에서 오는 신구 세대의 신념 갈등을 다룬 「사요나키가 날아오른 날」, 돌봄의 격차가 낳은 파괴적인 나비효과를 담은 「오늘 밤 우주선이 보이는 언덕에서」, 가상현실 장례식 속에서 굳이 실제 장례식을 고집하며 소동을 벌이는 「사랑을 말하기보다 이와 같이 집행하자」까지 모든 에피소드가 묘하게 현실과 맞닿아 있다.
작품 속의 기술들은 처음부터 악의를 가지고 등장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불편을 줄이고 삶을 더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탄생한 도구들이다. 그러나 기술이 아무리 눈부시게 발달해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비틀린 욕망, 집착, 그리고 지배하려는 본성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멀리 떨어진 가족을 이어주던 스마트 기기는 어느새 서로를 옥죄는 감시 툴이 되고, 효율적인 돌봄과 맞춤형 시스템은 경제적 조건에 따라 인간의 존엄을 차등 배분하며 새로운 계급과 차별을 만들어낸다.
초현실적인 귀신이나 괴물이 등장하는 호러가 아님에도 이 소설이 이토록 소름 돋는 이유는,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일상과 스마트폰 화면 뒤편의 풍경이 고스란히 겹쳐지기 때문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이미 우리 곁에서 시작된 편리함의 대가가 곧 인간의 자유와 주체성을 갉아먹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묵직한 질문이 남는다. 기술이 진화할수록 인간은 구원받고 있는가, 아니면 더 정교한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는가. 오늘의 가족과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만드는 가장 날카롭고 매혹적인 거울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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