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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대피소 ㅣ 비트윈
박지숙.김새벽.김민정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7월
평점 :

[서평] 『폭염 대피소』 비극의 기후 위기 속에서 찾아낸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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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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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 기온이 최고치를 경신할 때마다 사람들은 기후 위기를 말한다. 하지만 지식이나 뉴스로 접하는 폭염과, 매일 현장에서 사람들을 마주하며 온몸으로 겪어내는 폭염의 무게는 전혀 다르다. 냉방이 잘되는 쾌적한 공간에서 머무를 수 있는 이들이 있는 반면, 누군가는 찌는 듯한 열기 속에서 간신히 하루를 버텨내야만 한다. 박지숙, 김새벽, 김민정 작가가 함께 엮은 청소년 연작 소설 『폭염 대피소』는 이처럼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오지 않는 재난, 즉 '기후 불평등'의 민낯을 예리하고 단단한 시선으로 포착해 낸다.
이 책은 '열돔 코드 레드'가 발령된 가상의 근미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세 편의 이야기를 선보인다. 인공지능이 '효율성'만을 따지며 대피소 정원 초과 시 낙오자를 계산하는 공간인 〈셸터〉, 에어컨 사용 시간마저 국가 제재와 계층의 척도가 되어버려 학교 화장실로 숨어들어야 하는 아이들을 그린 〈리후의 세계〉, 그리고 남극의 붕괴로 도심에 이주한 펭귄을 돌보는 봉사활동 속에서 경쟁과 생존을 마주하는 〈뜻밖의 여름 친구〉까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세 편의 에피소드는 무거운 거대 담론 대신, 재난이 개인의 일상과 관계를 어떻게 파괴하고 재편하는지를 섬세하게 추적한다.
작품 속 풍경은 낯설면서도 소름 돋을 만큼 지극히 현실적이다. 기후 위기가 단순히 온도의 상승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과 인간성 상실, 그리고 윤리적 딜레마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약자를 먼저 밀어내는 AI 시스템이나, 더위를 피할 권리조차 박탈당한 채 '에어컨 거지'라 손가락질당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현재 우리가 마주한 사회적 소외와 계급화의 양상과 고스란히 겹쳐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비극으로 끝지 않는 이유는 재난의 한복판에서도 끝내 빛을 발하는 인간의 '선희와 연대'에 있다. 제한 인원이 걸린 셸터 안으로 죽어가는 유기견을 끌어안고 뛰어드는 마음, 같은 처지에 놓인 친구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화장실 문을 열어젖히는 용기, 블랙아웃이라는 극단적인 위기 속에서도 서로의 체온으로 생명을 지켜내는 허들링은 차갑게 식어가는 세상에 따뜻한 그늘이 되어준다.
매일 사람들 앞에 서서 중심을 잡고 올바른 가치를 전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묵직한 이정표를 건넨다. 기후 재난의 시대를 살아갈 다음 세대에게 우리가 정말로 전해주어야 할 것은 온도를 낮출 기술뿐만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태도'라는 점이다. 뜨거운 여름날, 내면의 윤리적 감각을 다시금 깨우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단단한 소설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