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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어둠의 천문학
은하른(신박천문연구소) 지음 / 든해 / 2026년 5월
평점 :

[서평] 『어둠의 천문학』 낭만을 집어삼킨 거대한 심연, 우주가 건네는 서늘한 경고..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우리는 흔히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위로를 얻고 낭만을 꿈꾼다. 아득하게 반짝이는 별빛은 인간의 고독을 달래주는 따스한 존재로 여겨지곤 했다. 그러나 고작 고등학생의 나이에 우주항공청 공식 인플루언서이자 천문학 밈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은 저자 신박천문연구소(은하른)는 자신의 첫 책 『어둠의 천문학』을 통해 우리가 가진 이 안일하고 달콤한 환상을 정면으로 뒤집어엎는다. 저자가 안내하는 우주는 따뜻한 안식처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미약함을 날카롭게 압도하는 거대하고 서늘한 심연, 즉 ‘코즈믹 호러’의 세계다.이 책의 가장 독보적인 매력은 기존의 천문학 도서들이 고수해 온 지루한 교과서적 지식 전달의 틀을 완전히 깨부수었다는 점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 뇌사 경계를 넘나들었던 강렬한 개인적 체험과 중학생 시절 맨눈으로 태양을 바라보았던 무모하면서도 압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우주의 ‘실제 감각’을 독자의 피부에 고스란히 배달한다. 블랙홀의 가공할 파괴력, 무한히 확장되는 마트료시카 구조의 우주 팽창, 그리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진공 붕괴’라는 이상하고도 완벽한 종말 시나리오를 읽다 보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한 기분 좋은 자극을 받게 된다.특히 흥미로웠던 대목은 태양계의 보디가드로 칭송받던 ‘목성’을 바라보는 저자의 독창적인 시선이다. 흔히 목성은 강력한 중력으로 혜성을 끌어당겨 지구를 지켜주는 방탄조끼로 알려져 있지만, 저자는 이 중력이 방향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목성의 그물망은 언제든 구멍이 날 수 있으며, 도리어 혜성을 당구공처럼 튕겨내 지구를 향한 총알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경고는 신선한 충격이다. "철근 없는 아파트도 수십 년을 버틴다"는 저자의 비유처럼, 우리가 누리는 평화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물리학적 사실은 밤하늘을 완전히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만든다.결국 이 책은 우리에게 우주란 아름다운가, 아니면 두려운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저자는 독자를 막연한 공포 속에 내버려 두지 않는다. 아득한 어둠 속에서 언제 깨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균형 덕분에 우리의 역사와 문명이 이어져 왔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현재의 삶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도록 만든다. 어렵고 무섭지만 기어코 다시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게 만드는 힘, 그것이 바로 이 책이 가진 매력이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두려움을 경이로운 상상력으로 승화시키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다정하고도 서늘한 우주 설명서를 기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