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릴 때마다 나는 도스토옙스키를 읽었다 - 희망이 사치일 때 우리는 무엇으로 버티는가 ㅣ 흔들릴 때마다 나는 OO를 읽었다 1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 닻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흔들릴 때마다 나는 도스토옙스키를 읽었다』당신의 흔들림은 잘못되지 않았다: 도스토옙스키의 단 5분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
도스토옙스키라는 이름 석 자가 주는 무게감에 눌려 그동안 그의 두꺼운 작품들을 책장에 모셔두기만 했던 터라, 이 책 역시 처음에는 조금 긴장된 마음으로 펼쳐 들었다. 거장의 철학을 현대인의 시선으로 쉽게 풀어냈다는 소개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첫 장을 넘겼다. 하지만 1849년 12월 22일, 영하 20도의 혹한 속 사형대 위에 서 있던 28세의 도스토옙스키를 만난 순간, 막연했던 거리감은 단숨에 사라지고 강렬한 몰입감이 그 자리를 채웠다.
집행관이 탄환을 재는 소리를 들으며 그가 자신에게 허락된 '마지막 5분'을 쪼개 쓰던 장면은 숨이 막힐 정도로 치열했다. 옆 사람들과 작별하는 데 2분, 살아온 날을 돌아보는 데 2분, 그리고 눈앞의 성당 지붕을 바라보며 세상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데 1분. 그 찰나의 순간을 영원처럼 늘려 쓰려 했던 거장의 사투를 읽으며,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목적 없이 스크롤하며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나의 수많은 5분들이 떠올라 뺨을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책은 단순히 『죄와 벌』이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같은 명작들을 문학적으로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왜 그토록 타인의 시선에 전전긍긍하며 스스로를 속이는가?", "왜 자유를 원한다고 말하면서도 막상 주어지면 두려워하는가?" 같은, 지금 당장 내가 밤마다 침대에서 하는 고민들을 도스토옙스키의 치열한 문장들을 빌려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고통을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응시하라"는 단단한 조언이었다. 요즘 나오는 책들은 대개 "네 잘못이 아니야", "도망쳐도 괜찮아"라며 달콤한 사탕을 쥐여주기 바쁜데, 이 책은 도스토옙스키의 입을 빌려 오히려 고통과 불안이야말로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진짜 나를 찾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말한다. 타인의 기준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느라 영혼이 푸석해진 현대인들에게 이보다 더 시의절절한 처방전이 있을까.
고전 철학서처럼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일상의 언어로 조곤조곤 풀어내어 막힘없이 읽혔지만, 중간중간 마음을 찌르는 문장들이 너무 많아 자꾸만 페이지를 멈추고 밑줄을 긋게 되었다. 책을 덮고 나니, 여전히 내 삶의 불안과 흔들림은 그대로지만 그것을 대하는 내 마음가짐만큼은 완전히 달라졌음을 느친다. 앞으로 또다시 무기력해지거나 삶의 방향을 잃고 비틀거릴 때, 나는 주저 없이 책장에서 이 검은 표지의 책을 다시 꺼내 들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