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 않은 쌍둥이 - 프란츠 카프카 x 에곤 실레 ㅣ 세계문화전집 2
프란츠 카프카.에곤 실레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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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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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년, 하나의 제국이었던 합스부르크의 두 도시 빈과 프라하에서는 기이하고도 서글픈 예술적 사건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빈의 한 법정에서는 에곤 실레의 그림이 촛불 위에서 검열의 이름으로 불타올랐고, 프라하의 어느 방에서는 프란츠 카프카가 거대한 벌레로 변해버린 외판원의 비극을 써 내려갔습니다. 두 사람은 생전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편지 한 통 나누지 않았지만, 모티브 세계문화전집 2권은 이 두 명의 고독한 천재를 '영혼의 쌍둥이'로 불러내어 한 페이지 위에 나란히 세워둡니다.

이 책이 던지는 "내 몸은 정말 내 것인가, 아니면 가족과 사회와 국가에 점령당한 영토인가?"라는 질문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더 날카롭게 가슴을 파고듭니다. 카프카는 거대한 아버지라는 권위와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마모되어 가는 인간의 내면을 벌레라는 극단적인 은유로 표현했습니다. 반면 실레는 가차 없이 비틀리고 왜곡된 자화상을 통해 사회적 규범과 검열에 저항하며, 온전히 자신의 것일 수 없는 육체의 비극을 캔버스에 거칠게 쏟아냈습니다.

특히 7장에서 마주 보는 카프카의 잠언 10편과 실레의 그림 10점의 연대는 텍스트와 이미지를 넘어선 강렬한 전율을 선사합니다. 시대의 억압에 신음하던 두 인간의 날 것 그대로의 고백이 절묘하게 교차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이 책의 묘미는 과거의 거장들을 소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엮은이 홍선기의 미발표 단편소설 「청진」을 통해 그 질문의 종착지를 '오늘의 한국'으로 돌려놓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1912년의 빈과 프라하에서 시작된 육체와 실존에 대한 고뇌가,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문학적으로 증명해 냅니다. 카프카의 단편들과 실레의 산문시, 그리고 수십 점의 드로잉이 엮인 이 아름다운 아카이브는, 세상의 무수한 권위와 검열 속에서 나만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위로와 함께 서늘한 각성의 시간을 선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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