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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매일 밤 낯선 손님을 태우고 달립니다
로드모드(신이현)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그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 속의 숨결들이다. 이 책은 한 명의 여성 택시 기사가 밤과 새벽의 도심을 누비며 길어 올린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삶의 편린들을 담고 있다.
저자는 화려한 수식이나 감상적인 미화를 거부한다. 대신, 좁은 운전석이라는 공간을 통해 바라본 세상의 민낯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이의 고단함, 창밖을 응시하는 침묵 속의 외로움, 그리고 찰나의 대화 속에 스쳐 지나가는 삶의 무게들까지. 그녀가 마주한 손님들은 단순한 '승객'이 아니라, 각자의 우주를 등에 업고 길을 나선 여행자들이다.
이 기록이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저자 자신의 삶 또한 그 도로 위의 치열한 생존기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운전대를 잡아야 했던 저자에게 택시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삶의 방향을 다시 정립하는 수행의 공간이었다. "멈춰도 다시 출발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는 도로 위에서 수천 번의 신호를 기다리고 다시 액셀을 밟는 행위를 통해 비로소 단단한 철학으로 거듭난다.
이 책은 독자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의 속도는 적절한지, 그리고 당신의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때로는 낯선 타인의 이야기가 나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법이다. 밤의 어둠을 뚫고 달리는 노란 택시의 불빛처럼, 이 책은 방황하는 우리 모두에게 나지막하지만 힘 있는 위로를 건넨다. 삶은 비록 흔들릴지언정, 우리에겐 언제든 다시 출발할 수 있는 내일의 새벽이 있음을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