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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의 버릇
신모래 지음 / 든해 / 2026년 3월
평점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신모래가 건네는 첫 문장집 『우의 버릇』은 화려한 수사나 거창한 담론을 늘어놓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매일 마주하면서도 차마 이름 붙이지 못했던 감정의 파편들을 조용히 수집하여 펼쳐놓는다. 이 책의 중심을 관통하는 질문은 명료하지만 묵직하다. 바로 ‘계속 그린다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계속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질문이다.
작가는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돼 있다”는 담담한 체념과 긍정이 뒤섞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우리는 종종 무언가를 그만두고 싶어 한다. 내일은 절대로 다시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잠자리에 들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우리는 다시 약속된 버릇처럼 손을 움직이고 삶을 지속한다. 『우의 버릇』은 바로 그 지점, 즉 ‘그만두고 싶은 마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게 되는 이유’ 사이의 미묘한 틈새를 포착한다.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은 독자를 억지로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모래의 문장들은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듯 다가와, 어느덧 독자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거창한 성공 서사가 없어도 우리의 삶은 충분히 기록될 가치가 있음을 책은 증명한다. 이름 없는 감정들에 이름을 붙여주고, 혼자라고 느꼈던 순간들이 실은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버릇’이었음을 깨닫게 될 때, 독자는 묘한 위로를 얻는다.
결국 『우의 버릇』은 우리에게 “우리는 계속될 것”이라는 나지막한 확신을 준다. 지루한 반복처럼 보이는 매일의 일상이 실은 섬세한 감정의 결로 이루어진 하나의 작품임을 일깨워준다. 삶의 무게에 눌려 나만의 ‘버릇’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혹은 오늘도 포기하고 싶지만 끝내 포기하지 못한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다정한 길동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