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른이면 잘 살 줄 알았지
김빛나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평점 :

어릴 적 상상했던 서른은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나이였다. 번듯한 직장에서 인정받고, 안정적인 일상 속에서 나만의 색깔을 완성해가는 완벽한 어른의 모습. 하지만 막상 서른의 문턱에 서서 마주한 현실은 상상과 사뭇 달랐다. 남들이 말하는 정답 같은 삶에 가까워지려 애쓸수록, 역설적으로 그 안에서 '나'라는 존재는 조금씩 희미해져 갔다. 김빛나 작가의 『서른이면 잘 살 줄 알았지』는 바로 이 보편적인 불안의 한복판에서, 스스로의 속도에 맞춰 걷기로 결심한 한 사람의 정직한 기록이다.
작가는 안정적인 회사 생활을 내려놓고 호주로 떠나거나 온라인 기반의 일을 개척하는 등 궤도를 이탈하는 삶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 책은 결코 화려한 성공 신화나 파격적인 반전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번듯한 명함과 좁은 자취방 사이에서 길을 잃었던 날들, 남들에게는 정답인 삶이 왜 나에게는 오답처럼 느껴졌는지에 대한 처절하고도 솔직한 질문들이 가득하다. 모든 선택이 타인에게 증명될 필요는 없으며, 나의 하루가 남들에게 굳이 설명 가능할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저자는 자신의 삶을 통해 조용히 증명해낸다.
특히 "잘 사는 법보다 나를 잃지 않는 쪽을 선택하고 싶었다"라는 고백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어른 아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우리는 늘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해 무리하게 행복을 연기하거나 성과를 쥐어짜곤 한다. 그러나 저자는 흔들리는 마음과 망설임의 흔적까지도 삶의 소중한 일부로 껴안는다. 잘 사는 삶의 기준을 외부가 아닌 내부로 돌리는 과정,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전하는 가장 다정한 위로다.
이 책은 완벽한 해답을 제시하는 지침서가 아니다. 대신 곁에 나란히 앉아 "나도 그랬어"라고 나직하게 속삭여주는 친구에 가깝다. 서른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그 시절을 통과 중인 이들, 혹은 여전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서성이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말한다. 남들의 속도에 맞추느라 숨 가빴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조금은 서툴더라도 나다운 삶을 선택해도 괜찮다고.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완벽하지 않은 지금의 내 모습도 꽤 근사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오답과 함께 끝까지 걸어가는 용기라는 것을 이 책은 따뜻하게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