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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 상·청춘편 - 한 줄기 빛처럼 강렬한 가부키의 세계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1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요시다 슈이치의 《국보》를 읽으며 얼마 전 다녀온 일본 여행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여행 중 교토의 한 오래된 극장에서 본 가부키 공연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화려한 분장과 섬세한 동작, 무대 위의 숨결 하나까지 살아 있는 그 순간의 긴장감이 소설 속 장면과 겹쳐지며 마치 내가 그 무대의 객석에 다시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전통예술의 한 형태로만 보던 가부키가, 이 작품을 통해 ‘삶의 예술’로 확장되는 경험이었다.
주인공 타치바나 키쿠오는 야쿠자 가문 출신이라는 어두운 배경 속에서도 예술로 자신의 운명을 새로 써 내려가는 인물이다. 여행 중 만났던 일본 사람들의 고요하지만 단단한 태도가 떠올랐다. 키쿠오 역시 그들과 닮아 있었다. 세상이 변하고 가부키가 점점 잊혀져 가는 상황에서도 그는 흔들림 없이 예술의 길을 걸어간다. 완벽한 연기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그의 모습은, 어떤 면에서는 ‘일본의 정신’ 자체를 상징하는 듯하다.
소설을 읽으며 내가 여행 중 보았던 일본의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풍경—고즈넉한 신사 옆으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거리, 기모노 차림의 사람과 스마트폰을 든 젊은이들이 함께 걷는 모습—이 떠올랐다. 《국보》는 바로 그 간극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전통이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숨 쉬는 현재의 예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일본 예술가들의 고집과 자존심, 그리고 그 속에 깃든 인간적인 외로움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여행자로서 짧게 스쳐간 일본의 풍경이 이 소설 속에서는 한층 깊은 의미로 다가왔다. 《국보》는 단순히 가부키의 이야기라기보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자신만의 예술과 신념을 지키려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다. 일본을 여행하며 느꼈던 정제된 아름다움과 절제된 열정이 이 책 속에서 문장으로 다시 살아 숨 쉰다. 읽고 나면, 일본이라는 나라가 가진 예술적 혼의 뿌리가 한층 더 깊이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