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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 어쩌면 내게 거는 주문일 거야
고영리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3년 8월
평점 :
어릴적에는 분명 나 한숟가락, 강아지 한숟가락 나눠먹었고, 까만 검둥이 그 개가 없으면 절대로 자지 않겠다고 울고 불고 난리쳐서 엄마가 두손 두발 다 들고 마당에서 크는 개를 결국 방에 들였었다고 했었다.
커서까지 개를 정말 좋아했었지만, 왠지 우리집 개가 아니면 무서웠고, 어릴때는 나만한 개가 있으면 무서워서 그 길을 가지 못했고, 지금은 작은 개들이 목줄없이 돌아다니면 기겁을 한다.
그렇다고 개를 싫어하느 것은 아니다. 다만 왠지 모를 공포가 있다. 왜 그런 공포가 생겼는지는 지금도 알 수가 없다
우리집 꼬맹이도 나를 닮아 강아지, 고양이 너무 좋아한다.
특히 길냥이들, 고양이들을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녀석.. 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그 경계심 많고 겁많은 길냥이와 적정거리를 유지하며 빤히 서로 쳐다보기 하고 있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다가가서는 고양이를 좆아버리는 현상을 만드는 녀석.
이런 녀석에게 이쁜 강아지 한마리, 고양이 한마리 선물로 주면 좋으련만.. 잘 관리 하지 못할거 같은.. 잘 케어하지 못할 거 같아서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귀엽고 동글동글한 눈, 까맣고 촉촉한 코.. 말랑 말랑 한 발..
너무나 이쁜 강아지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들이 자라서 아기때 모습이 없어지거나 아프게 되면 그것을 감당하지 못해서 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느 섬에, 어느 산에.. 버려진 그자리에..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는 녀석들..
이다지도 이쁜 강아지들을 왜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생명 버리기를 하는걸까..
일본의 애완동물 문화는 엄청나게 발전해 있다.
온천에, 호텔에, 스파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부분까지 파고 들어서 눈이 휘둥그레지게 한다.
하지만 어른들은,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미쳤다고 욕을 한다. 하지만 과연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들의 모습에 욕을 할 수 있을까?
한장 한장 귀여운 사진들과 글쓴이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강아지들에 대해서 적어가고 있는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눈물샘이 저 맘대로 흘러넘치고 말았다. 귀여운 녀석들.. 내가 보호해주고 있다고, 내가 케어해주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돌봄을 받고 위로를 받고 케어를 받는 건 강아지가 아니라 나였다고 말하는 작가..
언제나 어떤 상황이 와도 주인을 향해 꼬리를 흔드는 녀석을 보면서 조건없는 사랑을 알아가고, 알게 됐다고 말하는 작가를 보면서, 나는 순간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 나는 조건없이 순수하게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목줄없이 다니는 개들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는 나이다.
짖으면서 달려드니 무섭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되어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쁘다고 칭찬해줘야 하는데 나는 나도 모르게 그만 말못하는 짐승따위로 치부하고 강아지에게 그리고 견주에게 상처를 줘버렸던 것이다.
키우지 않으면 모르는 그들.. 하지만 그들이 나에게 주는 힐리은 아마 키워본 사람들은,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은 잘 알것이다.
늘 언제나 그자리에서 주인을 바라보며 주인만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녀석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울컥 울컥 혼자 울먹이며 책장을 덮었다.
목줄없이 다니는 개가 거슬리고, 윗집에서 옆집에서 짖어대는 개가 있어서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요즘..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어보자..
넓은 마당에서 맘껏 뛰어놀아야 할 녀석이 중성화에 성대까지 심지어 잃어버리고 그래도 좋다고 주인과 있겠다는 그 애절함을..
그렇게 동의도 구하지 않은 수술을 감행하고도 지겹다고 아프다고 버려지는 그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말이다.
담부터는 그들에게 적대를 가질것이 아니라 조금더 부드럽고 조금더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을 걸어주고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부드럽게 쓰다듬어 줄수 있는 여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 아니였나 싶다.
지금 내 마음은 말 못하는 이쁜 반려견 지오 덕에 힐링을 마구 마구 당해버렸다.
그저 짐승으로, 한마리의 동물로 밖에 보이지 않는 하찮고 미천한 그런 개로 보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영혼을 치유하는 힐링개, 나를 위로하고 상처를 보듬어주며 위로를 해주는 가족이기도 하다는 걸...
그렇기에 이 책은 조금 더 열린 눈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반려견들을, 그리고 견주들을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 아니였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