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성적으로 살기로 했다
서이랑 지음 / 푸른영토 / 2020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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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 했다, 라는 키워드로 구글링을 해봤습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주제는 제각각인, 책 목록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자기계발, 에세이 / 자존감)      

 - 나는 비우며 살기로 했다     (자기계발 / 미니멀리스트)      

 -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자기계발 / 미니멀리스트)      

 -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심리학 / 인간관계)      

 - 나는 뻔뻔하게 살기로 했다     (심리학 / 자존감)      

 -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     (자기계발 / 노년기)     

 - 오늘부터 딱 1년, 이기적으로 살기로 했다    (자기계발 / 인생)      

 

   (후략)


하나하나 내용을 들여다보다가, 제목만큼이나 묘한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자기계발서의 특징일지도?) 


1단계 : 다양한 사례, 경험담 썰풀기를 통한 공감대 형성      

2단계 : 심화분석      

3단계 : 인생을 풍요롭게 할 조언, 팁 대방출~     



"나는 내성적으로 살기로 했다."도 같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추측은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책은 내츄럴 본 내성적인 사람의 인생 에세이, 항해일지, 스탠드업 쌩쑈 입니다. 


가면을 쓰고 / 물구나무 서느라 만성 에너지부족에 시달리는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내미는 손길입니다. 외향적인척  행동하느라 고생이 많다고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길입니다. 내성적인 사람이 자신과 닮은 사람과 친구가 되기 위한 적극적인 인사말이에요. 거친 삶 속에서 투쟁하는, 자신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작은 휴게소에요. 작가의 소심함과 두려움으로 점철된 인생얘기를 읽고,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 아 나는 그래도 조금 더 낫네 라는 저열한 만족감을 주는 내용이기도 해요.  


저도 그러한 인생을 살아왔고, 억지로 외향적인 것처럼 꾸미는 데 질려버렸어요. 앞으로는 더 행복한 삶을 위해 소심하고 내성적이더라도, 나답게 살아가기로 결심했어요. 물론 때로는 외향적인 모습을 연기하겠지만, 한정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을 거에요. 


그리고 마음의 문을 빼꼼 열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볼래요. 물론 존재감없는 사람으로 인식되거나, 또 다른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지만...운이 좋다면 나와 같은 성향의 친구를 얻게 될 거에요. 타인과의 관계는 언제나 겁부터 나지만,... 한 번 더 해볼래요 ㅎㅎㅎ 


 



상적인 내용 발췌


책머리 /

내성적인, 지독하게 내성적인 사람.

이 한 단어를 나의 것으로 완전히 받아들이기까지

오랫동안 조용하지만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나와 비슷한 싸움에 지쳐있을지도 모를

단 한 사람에게 닿기 위해 글을 쓴다. 



p. 78 /
케이건 교수의 실험결과에 따르면, 성격이란 어린시절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성격이란 태어나기 이전에 이미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인종이 결정되고 성별이 결정되고 혈액형이 결정되었듯 성격이 결정된 것이다. 내향적으로 태어났다면 외향적이 되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될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노력한다면 외향적으로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외향적이 될 수는 없다. 나는 찰흙인형이 아니었고, 성격이란 노력의 영역이 아니었다. 

p. 122 /
내 목소리는 자주 묻히고 자주 씹힌다. 목소리를 크게 내려고 하면 목소리가 갈라지기만 하고 목이 아프기 때문에 조용한 곳이 아니면 아예 입을 떼지 않게 되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세상에서 작은 목소리로 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같은 말을 해도 사람들은 목소리가 큰 사람만 기억하기 때문에 존재감도 없어진다. 어릴 때 친척집에 가서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에서 한참있다 보면 뒤늦게 외할머니가 엄마에게 묻곤 했다. "그런데 막내는 왔니?" 나는 줄곧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때의 기분을 무어라 설명할 수 있을까. 아, 차라리 새를 잃어버렸으면. 나는 차라리 구석에서 굴러다니는 먼지 한 점이고 싶다. 

p. 161 /
가깝지 않은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운전하지 못하는 범퍼카에 올라탄 기분이다. 쿵쿵 정면으로 돌진하며 달려드는 돌발적인 이야기들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흔들리는 범퍼카 안에서 멍하니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만 있다. 아, 아까 이렇게 대꾸할걸. 아, 그때 그 얘기를 했어야 되는데. 나는 매번 범퍼카에서 내린 다음에야 뒤늦게 운전하는 법을 기억내 낸다. 

p. 198 /
나는 O형이다. 나는 혈액형을 묻는 질문을 싫어한다. 묻는 사람은 혈액형 성격설을 바탕으로 대개 무슨 형일 것 같다는 짐작을 한 상태로 질문을 던지는데 나는 그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O형이라고 답하면 의외네, 라든지 O형같지 않은데, 라는 뻔한 말이 들려온다. (중략) A형은 소심하고 O형은 사교적이라는 식의 터무니없고 단순한 이론에는 당연히 동의할 수 없지만, 그보다 더 동의할 수 없는 건 소심함이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다. 

p. 220 /
나는 인생이 마피아 놀이 같다는 생각을 종종했다. 외향적인 사람은 시민이 되고 내향적인 사람은 마피아가 된다. 마피아는 자신이 마피아라는 사실을 숨겨야 한다. 나는 어디에서든 늘 나만 뺴고 모든 사람이 시민인 것만 같았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나 혼자 마피아인 듯한 농도 짙은 소외감은 어린 시절부터 줄곧 내 인생을 지배해온 감정이었다. 

p. 240 /
나는 왜 나 같은 친구가 없을까. 내가 세상에 나 혼자만 내성적이라고 느낀 데에는 가족들 외에 친구들의 영향도 있었다. 나의 친한 친구들은 모두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어릴 때부터 세상 사람들이 모두 외향적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 같은 친구가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소극적이로 가만히 있는 나에게 적극 다가와 말을 건 다음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해 관계를 유지하기까지 하는 사람은 모두 아주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사람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두더지처럼 원인은 나에게 있었다. 눈덩이를 굴리기만 할 게 아니라 눈덩이 속으로 파고들어 가야 하듯이, 히키코모리가 히키코모리를 만나려면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나가야 하듯이, 내성적인 사람이 자신과 닮은 친구를 사귀려면 마음을 열고 먼저 말을 건네는 적극성이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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