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다리가 달린 집
소피 앤더슨 지음, 김래경 옮김 / B612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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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바바 야가"를 아시나요?

슬라브족 전설과 민담에 등장하는 그 마녀는,

마법을 부려서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해를 끼치거나 / 어린이를 납치해서 잡아먹는 것을 즐기는...

너무나도 사악한 존재로 묘사됩니다.

그래서일까요?

각종 매체에서는 공포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영화 "존 윅"에서는 일당백으로 사람을 처리하던 전설적인 킬러의 예명으로 사용됩니다.

끈질기고, 잔혹하고, 강인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그런 킬러 말 입니다.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에서는 밤이면 아이들을 잡아서 먹어치우는 얘기가 언급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바바 야가"가 주인공인 소설이 감동적이라고요?

그 마녀는 닭다리가 달린 집을 타고 이동한다고요???

어떤 이야기인지 너무나도 궁금했기에, 기꺼이 책의 표지를 넘겼습니다.


'망자'를 인도하는 마음 따뜻한 수호자 이야기

이 소설에서 바바야가는 산 사람에게는 기이한, 이해할 수 없는 존재지만,

망자들에게는 누구보다도 따스한 손길을 내미는 길잡이, 수호자 입니다.

매일 밤 따스한 저녁 상을 차려서 대접하고, 그들의 인생 얘기를 조용히 들어줍니다.

신기하게도 수호자는 망자의 기억과 감정을 공유하게 됩니다.

죽은 사람들의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거에요.

일련의 과정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저승길 고별사'를 읊으며, 망자를 저승문으로 인도합니다.

"그대 앞에 놓인 멀고 고된 여행길 힘내서 가세요. 별들이 당신을 부릅니다.

지상에서 보낸 시간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아가세요. 이젠 매 순간이 영원입니다.

한없이 소중한 그대의 추억, 가족에게 받은 사랑을 가지고 가세요.

별로 돌아가는 길 부디 평화롭기를. 위대한 순환 고리는 완전합니다."

한 소녀가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이야기

소녀 '마링카'는 현직 수호자인 할머니에게 망자를 인도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동시에 마음 속으로는 스스로 개척하는 삶을 꿈꾸고 있어요.

그도 그럴것이

닭다리가 달린 집은 비정기적으로 장소를 옮기고,

할머니는 절대 집을 벗어나 산 사람을 만나서는 안된다고 얘기하거든요.

집에 갇혀서 죽을 때까지 망자나 인도하는 인생을 누가 원할까요.

언젠가는 할머니도 없을테니...애완동물인 까마귀와 닭다리 집만 마링카 곁에 남게 될 겁니다.

그러나 세상사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운명 개척을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상상도 못할 사건사고가 마링카를 뒤통수를 후려갈깁니다.

마링카의 좌충우돌 행적을 보고 있으면, 제 가슴 속에는 열불이 납니다.

그럼에도 차마 화를 낼 수는 없어요. 저 어릴적 어리숙한 모습을 쏙 빼닮았거든요.

남녀노소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닭다리가 달린 집"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생 소설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중장년층은 풋내나는 어릴적 모습을 떠올리고,

노년층은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될 겁니다.


같이 보면 좋은 작품

"코코" (애니메이션)

:소년 미겔은 가업인 구두 제조 대신, "음악가"로서의 꿈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음악을 정말 싫어하는 데 말이죠.

그리고 멕시코 명절인 "망자의 날"(꽃잎으로 망자가 된 조상이나 가족들을 맞이하는 대명절)의 신비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변화시키게 됩니다.

마링카가 수호자의 길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가겠다고 결심하는 부분과 너무나도 닮았어요.

"닭다리가 달린 집"을 재밋게 읽었다면, "코코"에 푹 빠지게 될 겁니다 :)

"UP" (애니메이션)

:"동반자의 온기"를 갖고, 여행길을 떠난 노부부를 봤을 때 이 작품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오랜 세월동안 서로 아끼고, 보듬고, 용서하고, 웃음짓는....그런 삶이 너무나도 부럽더군요.

시간 없다고 그냥 넘기지 말고, 아래 5분짜리 영상이라도 꼭! 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9Xop9Q9j26w


아쉬움 한 토막

이야기 배경은 "슬라브족 민담" 입니다.

그들의 문화-음식, 간식, 악기 등-이 이야기에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생소한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발랄라이카, 보르시치, 페치카, 착착 등등

책 뒷편에 2페이지짜리 용서 사전이 있으나, 가독성이 나빠요.

모르는 단어 보이면, 뒷 페이지 넘어가고, 다시 앞으로 돌아오는 과정은 은근 번잡스럽거든요.

매 페이지마다 각주 넣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건 이해합니다 ㅜ

결국 저는 단어 사진을 찾아서, PC 모니터에 띄워놓았습니다.

이러니 독서가 쑥쑥 잘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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