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여행자의 모래시계 - JM 북스
호죠 기에 지음, 김지윤 옮김 / 제우미디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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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젠가의 저주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어."


제 29회 아유카와 데쓰야 상 수상을 받은 쿄토대 출신 작가 호죠 기에의 류젠가 삼부작 중 첫번째, 시공여행자의 모래시계를 읽었다.


주인공 가모 도마 (잡지사 기자)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급성 간질성 폐렴이라는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던 아내 류젠 레나를 구하기 위해 기적의 모래시계라고 하는 AI 호라의 도움을 받아 그녀의 가문 류젠가와 1960년에 그의 가문에 벌어진 일가족 참살 사건 "시노의 참극"을 저지하고 범인을 밝혀내기 위해 60년 전으로 타임 슬립을 하게 된다


책을 받고 이툴 후 초저녁에 읽기 시작해서 다음날이 되려는 시간즈음에 완독했다.


요즘 일본에서 특수 설정 미스테리 소설이 참 많이 나온다 싶다.

시라이 도모유키의 명탐정 시리즈나 이마무라마사히로의~~의 살인 시리즈부터 진짜 끝판왕 같은 세이료인 류스이의 코즈믹 시리즈까지 말이다.

예전엔 재미있는 미스테리는 어디까지나 독자들이 납득할만큼의 리얼리티에 트릭이나 반전을 한 스푼 얹는 식이었다면 요즈음은 아에 대놓고 있을 수 없는 배경 설정이나 스킬을 떡 하니 깔아 놓고 시작하는 소설들이 많이 보이더라. 처음엔 좀 거부감이 든다 싶긴 했는데 몇 작가 작품들을 읽어보니 또 그런 저런대로 읽을 만 하다.


SF 설정을 가미한 이 본격 추리 작품이 얼마나 술술 읽힐까 싶었는데 의외 생각보다 많이 재미있었다.


일단 초중반은 익숙한 고전적인 클로즈드 서클을 배경으로 무난하게 스토리를 이끌어 가다가 중반부터 이 SF 설정을 살린 발랄한 트릭과 규칙, 추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것이 이틀에 걸쳐서 살짝 나눠 읽으려던 내 예정을 그냥 앉은 자리에서 완독하게 만들었다.


조금 아쉬웠던 점이라면 -요즘 젊은 작가들이 많이 지적 받는 점들중 하나- 소설 속의 인물들에 대한 감정묘사나 서술들이 생각보다 입체적이지 않았다는 것, 스토리 상황상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팽팽하게 가야할 부분에서도 상당 부분 텐션이 느려서 쫄깃한 맛이 없었다는 것, 독자들에게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등이 있긴 하지만 저 모든 단점을 충분히 상쇄할하고도 남을 만큼의 신선한 부분이 많아서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뭐든 순정을 가장 사랑하고 퓨전이나 블렌딩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은 내가 책을 다 읽자마자 바로 아마존 재팬 에 들어가서 시리즈 2,3부작을 바로 검색해 봤으니 말 다 한거다. 어서 2,3부작도 출시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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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인물 사전 - 일러스트로 보는
에노코로 공방 지음, 이지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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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노코로 공방 (지은이) 이지호 (옮긴이)

한스미디어 2024-01-17



첵의 시작은 주인공 홈즈와 왓슨, 허드슨 부인과 레스트레이트 경감의 일러스트로 각각 캐릭터는 


내가 지금까지 상상해 온 셜록 홈즈의 이미지 ( 삽화와 그라나다 TV의 제레미 브렛에 가깝다 )와도 비슷해서 꽤 즐거운 스타트가 되었다.

소설의 주둔지인 베이커 거리 221B 하숙집의 조감도는 물론 런던, 더 나아가서 영국 전역의 지도도 첨부되어 사건과 그 밖의 인물들에 관련된 정보를 꼼꼼하고 밀도 있게 일러스트화 하고 있다.




귀여운 도안이라고 가볍게 보지 말 것.


이 책에는 총 장편 2편과 단편 12편에 대한 일러스트와 정보가 담겨 있는데

각 편마다 간단한 줄거리, 주요 등장인물과 관계도, 소품, 장소등이 설명되어 있고

아래의 사진처럼 보다 자세히 소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유용한 정보도 들어 있다.



이 정도로 세세한 구성력이니 전 60편을 한권에 망라하기 어려워

앞으로도 2권이 더 출간될 예정이라 한다.



꼬꼬마 시절 어머니께 선물 받은 셜록 홈즈 전집을 방과 후나 방학 내내, 표지가 나달거리고 찢어질 때 까지 읽고 또 읽었더랬다.

셜록 홈즈는 그래서 나에겐 단순한 탐정 소성이기보다는 뭐랄까, 추억의 일부분 같은 느낌이라

수십년간 홈즈에 관한 책은 서너권 빼고 거의 손을 놓았는데도 이 인물 사전을 보고 있으니 책의 기억은 물론, 추억마저 소환되는 느낌이다.

덕분에 책장 아래쪽에 꽂아 두고 방치해 둔 홈즈의 주홍색 연구를 꺼내 들었다.

책은 다 읽었지만 옆에 이 책을 두고 다시 재독할 생각이다.



처음 셜록 홈즈의 소설을 읽어볼 사람들이나 이미 읽었으나 재독할 사람,

혹은 열광적인 홈즈의 팬-셜록키안-들에게 소장을 권유하고프다

소설을 보다 입체적이고 사실감있게 즐길 수 있도록 참고서처럼 수시로 꺼내 봄직 한 책이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나타내자면 나는 이 책을 감히 "셜록 홈즈의 종이 박물관"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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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아웃
심포 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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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화이트 아웃"


고립된 설산으로 둘러싸인 니이가타의 일본 최고의 저장량을 자랑하는 오쿠토와 댐,

아홉개의 수력 발전소를 관리하는 오쿠토와 개폐소에 3년째 근무하는 평범한 직원 도가시와

댐을 급습하고 발전소와 스키장에 근무하는 직원 11명과 댐 하류의 마을 주민을 인질로

제한된 24시간 안에 50억엔의 몸값과 헬기를 내놓을 것을 요구하는 테러리스트들과의 사투를 그린 작품으로

1995년 출간되어 120만부의 판매량과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 1위, 영화화는 물론 120만부의 판매고를 기록한 작품이다.

재해 관련 소설이나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아서 간략하게 소개된 줄거리를 읽었을때

그다지 썩 구미가 당기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고노미스 1위와 판매량,

26년만의 복간이라는 포인트만으로도 내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총 542 페이지의 분량이 전혀 길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스피디하고 몰입감 있게 읽혀지는 것은

생소하기 그지 없는 댐과 발전소에 관련된 기술적 용어나 등산 용어들의 빈번한 등장에도 불구하고

사건과 무대, 각자 인물들의 행동과 생각이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혹은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정밀하고 세심하게 묘사할 수 있는 작가의 서술 능력과 부지런한 취재, 충분한 자료 덕분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초반부 도가시가 맞이하는 첫번째 "화이트 아웃" 단락이 매우 좋았다)

"나는 약한 인간이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안다.

그런데 오쿠도와의 눈이 그걸 귓가에 대고 계속 외치고 있었다."

P417

총과 화약, 발전소의 지식을 가진 9명의 테러리스트들과 사투,

인간이 대항하기에는 어렴도 없을 거대한 설산과 눈보라 속에서

오직 댐과 주변 지리, 산행에 대한 지식만이 있을뿐,

피지컬적인 능력은 보통?에 지나지 않는 한 인간이

끊이지 않는 난관과 고난에 부딪혀 좌절하고 싶고 포기하고 싶을때마다

그를 항상 따라다니는 죄책감의 트리거 포인트가 됨과 동시에

극복의 원동력이 된 친구이자 동료인 요시오카의 죽음을 곱씹고 되새김질하며

자기 자신의 한계를 한단계 한단계 뛰어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초반부에 깔아놓은 복선을 회수하는 법과

클라이맥스에서 소설의 마지막까지 구구절절하지 않고 간결하고 스피디하게 마무리지은 점 또한

이 소설의 많은 장점들 중 하나인 것 같다.

다만 아쉬운 점은 도가시를 제외한 서브 캐릭터들, 히로인과 또 하나의 키맨의 역활이었는데

작가의 디테일한 감정 묘사가 소설 내내 많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줄거리적으로는 임팩트가 별로 없었다는 점이었다.

그 부분을 제외하면 정말 근사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간만에 좋은 작품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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