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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놀이 ㅣ 마법 그림책 1
크베타 파코브스카 지음, 김서정 옮김 / 베틀북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엊그제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마법그림책 1,2권(색깔/숫자)을 주문해서 오늘 받았습니다. 책값도 비싼데 혹시나 시리즈를 다 구입했다가 낭패를 볼까 싶어서 시리즈 네 권 중에서 저희 아이에게 적당할 거 같은 조금 쉬워보이는 것으로 먼저 주문을 했지요. 다른 동화책들 몇 권과 같이요. 그런데 상자를 열자마자 이 책들 단연 돋보이네요.
17개월 선재도 보는 눈은 있는지라 역시나 제일 먼저 이 책들에 손이 가더군요. 특히 1권 색깔놀이를 좋아해요. 아무래도 색에 대한 책이라 색도 더 풍부하고, 아이가 재미있어할만한 '장치(?)'가 더 많거든요. (저희 선재는 이제 책을 찢지 않지만 이 책은 그냥 읽는 책이 아니라 손을 많이 사용해가면서 봐야 하는 책이기 때문에 너무 어린 아가들은 조금 곤란할 거 같아요. 이 책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그냥 찢으면 안되니까요.)
앞으로 이 책만큼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이 책이 마음에 든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이 책을 선재가 너무 좋아한다는 거예요. '까르르까르르' 웃음을 터뜨리지는 않지만 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아요. 지금 선재 또래의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책의 내용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것보다 책 자체를 즐기는 습관을 만들어 주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정말 힘든 일이죠. 심지어 엄마가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주는 아이들은 커서도 혼자서는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그래서 가능하면 10-20분 정도 책을 읽어주고, 그 다음은 읽어준 책들을 선재가 혼자서 보게 하는데 그게 쉽지 않거든요. 근데 이 책은 제가 들고 읽어주는 것보다 자기가 들고 혼자 보려고 해요. 자기가 보고 싶은 페이지를 마음대로 열어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싶으니까요.
그 다음에 좋은 점은 색깔책 답게 색감이 무지무지 풍부하다는 거예요. 선재에게도 이미 영어동화책을 비롯해서 많은 색깔책이 있지만, 그 전에 색깔책들이 사과를 그려놓고 빨간색 사과.. 하는 수준에서 조금 높고 낮았다면 이 책은 그런 차원이 아니예요. 예전에 파리에서 의상공부를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어요. 다른 공부는 열심히 하면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색감은 거기 사람들을 따라갈 수 없다고. 자신은 아직도 초등학교 때 썼던 12가지색 크레파스 수준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고. 그러니 제발 나중에 아이를 낳아서 키우게 되면 크레파스도, 색연필도 색깔 제일 많은 걸로 사주라고..어렸을 때 많은 색을 경험하지 못하면 나중에 아무리 노란색과 파란색을 섞으면 초록색이 된다고 가르쳐줘도.. 그 배합의 비율에 따라서 아주 많은 초록색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가르쳐줘도 아이는 자신이 아는 '초록색' 이상은 만들어내지 않으려고 한다고.
이야기가 곁길로 샌 거 같지만 그 이야기는 저에게 충격이었답니다. 우리는 너무도 당연히 저학년일 때는 단순한 색깔, 고학년으로 갈수록 많은 색깔의 크레파스, 물감들을 가졌었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잘못된 거였어요. 언어나 음악의 경우 아이가 성장의 초기에 경험했던 것들이 성장한 후에 다시 접촉하게 될 때 보다 잘 흡수된다고 하죠. 그림도 그와 비슷한 거 같아요. 많은 색과 다양한 스타일의 그림들을 경험시켜주는 것이 아이에게 아주 소중한 자양분이 될 거라고 저는 믿어요.
다른 책 서너권을 살 수 있는 가격으로 한권밖에 구입할 수 없는 고가지만, 가능하면 시리즈를 모두 구입하시라고 권하고 싶네요. 받아보시고 아이의 반응을 보시면 후회하지 않을실 테니까요. 저도 혹시나 미뤘다가 나중에 절판되어 구하지 못하게 될까 염려가 되어 바로 두 권을 더 주문했거든요. 나머지 두권도 절 실망시키지 않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