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평범한 사람들 (증보판) - 101예비경찰대대와 유대인 학살
크리스토퍼 R. 브라우닝 지음, 이진모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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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평범한 사람들'을 읽으면서 떠오른 것은 바로 예전에 읽었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 등장했던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이다.


이 책은 세계 2차대전 시기 유대인 집단학살인 홀로코스트를 명령 받아 이행한 101예비경찰대대 사람들의 취조기록을 분석하고, 그들의 들쭉날쭉한 증언들 사이에서 사실을 찾고자 연구한 책으로, 홀로코스트 연구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책이라고 한다.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1992년에 책의 초판이 출간된 것을 시작으로 후기에 추가 연구를 더해 '3판 후기 : 그후 25년'이 덧붙여진 판본까지 출간된 이 책은, 유제푸프에서 추수감사절 작전까지 101예비경찰대대의 기록을 뒤쫓는다.


책의 가장 앞부분에 독일에 의해서 병합된 지역, 독일 관할 지역, 죽음의 수용소 등이 표시되어있는 지도가 수록되어 있어, 독일과 폴란드 지역 이름을 잘 모르는 내가 쉽게 참조하면서 볼 수 있었다. 또한 책의 후반부에는 수십장의 사진과 101예비대대가 사살한 유대인의 수를 표로 정리한 자료도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글로만 볼 때는 막연했던 것이 사진과 숫자로 보니 조금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악의 평범성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을 때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떠올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실제로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학살 집행자로써의 역할을 수행한 101예비경찰대대 소속 대원들은 사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그냥 흔한 노동자 출신의 중년 남성이 대부분이었다. 그들 중 대다수는 나치즘이 팽배하지 않았던 지역 출신이어서 나치즘에 그렇게 세뇌되지도, 반유대적 감정을 갖고 있지도 않았으며, 학살 집행자가 되기위한 교화교육이나, 훈련을 받지도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그들은 학살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어떤 징계도 처벌도 없이 학살에 가담하지 않을 수 있었는데 그럼에서 누군가를 학살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하는데 그들이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가가 이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책을 읽다보면, 누구든 그런 환경에 처하면 자의로,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학살 집행자가 될 수 있는 것인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처음 접했을 때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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