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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날 ㅣ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4
카롤린 라마르슈 지음, 용경식 옮김 / 열림원 / 2022년 7월
평점 :

이글이글 타는 여름의 한가운데.
수영장의 파란 청량감보다 더 시원해지는 #프랑스소설 을 만났다.
#카롤린라마르슈 의 소설 #개의날
띠지에 써있는 '유장한 언어의 리듬'을 느껴보고 싶어서 골랐다.

처음 트럭운전사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은
각종 잡자사에 글을 써서 보내는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타인에게 인정받고 공감받기 위해서는 삶을 지어내는 모습도 보여서
최근 본 드라마 '안나'가 생각나기도 했다.
문제는
읽는 내가 저 트럭 운전사의 말이 지금 팩트인지 현실의 단서를 두고 지어낸 것인지
구분이 점점 힘들어 진다는데 있었다.
그래서 꿈인건지 허구인건지 사실인건지 경계가 흐려지는 몽환적 세계를 나홀로 느꼈다.
의식의 흐름대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읽다가 흠칫 소름이 돋게 된 장면이 있는데,
도살장을 묘사한 부분이였다.
여지껏 느껴보지 못한 도살장의 또다른 면모를 읊어나가는데
나도 베지테리언이 되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 어떤 묘사보다 더 역함을 느끼게 되는 글이였다.
아... 이런 부분을 추천사에서 유장하다고 표현한 걸까?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어영부영 트럭운전사의 이야기가 특별한 결말없이 끝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래서 난 '고속도로에 버려진 개'라는 주제로 6개의 단편을 묶어 낸 모음집이란 생각을 했다.
근데, 아니였다.
고속도로에 개가 버려진 그 날.
그 장소에 있던 서로 다른 6명의 이야기였다.
우연히도 같은 날, 같은 장소에 있었던 사람들.
그 중에서도 '개'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던 사람들.
작가가 이들을 모아둔 이유가 뭘지 생각해보게 된다.
우린 고속도로를 미친듯이 달리던 그 개처럼
다들 잡히지 않을 무언가를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가고만 있는게 아닐까?
이미 떠나버린 주인처럼
내것이 되지 않을 무언가를 쫒느라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치는 중요한 일들이 있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처럼 나에게 닥쳐올 위험도 감지하지 못한채
그렇게 달리고만 있지 않을까?
잠시만 멈춰서 돌아본다면 나를 위해 애써주는 사람도 상황도 분명 있을텐데
그렇게 다른 종착지에 도달할 기회도 찾을 수 있을텐데....
어쩌면 단편들의 결말이 흐지부지 한 것 같은 이유가
정말 우리의 인생처럼 열린결말로 두고 싶은 작가의 의도 같다.
(중간에 갑자기 찾아온 성을 묘사하는 부분이 난 좀 남사스럽기도 했다.
아이랑 같이 봤으면 아차 싶었을 것 같은...?? 도살장 파트 처럼 덤덤한듯 쓰여진 글로
왠지 내가 더 어쩔줄 모르겠는 느낌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