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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복작복작 - 포르투갈 오래된 집에 삽니다
라정진 지음 / 효형출판 / 2021년 1월
평점 :
#느릿느릿 #복작복작
딱 내 애기 같았다. 느리지만 끊임없이 뭔갈 복작거리게 한다.
사람이 복작거리거나 손놀이 하는 것들이 복작거리거나

한국인 아내와 포르투갈 남편이 동티모르에서 만나 살고 있는 작가 #라정진 님의 에세이는 따뜻했다.
나라의 문화 차이에 대한 에피소드들도, 시골과 도시의 다름들도,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 들도 '소확행' 느낌의 미소를 짓게 했다.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책에 대한 소개를 하고 싶은 마음보다 내 이야기를 더 떠올리게 됫다.
인천에서 태어나 21살까지 쭉 인천에서 살았다. (아 초등학교 4학년 때는 김포의 시골동네에서 일년 지냈었네)
그래서 도시,번화가 가 큰 의미 없이 일상에 스며 있었고, 서울의 복잡한 동네를 가도 '그냥 좀 붐비는 동네구나' 정도 뿐..
그러던 내가 21살에 진도로 시집을 갔다.
진도가 어떤지 보러 다녀와서는 엄마한테 "그냥 양곡 시내 느낌이야. 오빠네 집이 읍이라서 집에서 한 10분 걸어가면 양곡 장에 갔던데랑 비슷해" 라고 평했던게 기억난다.
난 그때 꼭 결혼해 나가겠다는 생각에 안락하고 평화로운 시골의 인상만을 가지고 왔고, 엄마에게 답답함보단 그 안락함을 더 많이 어필해줫었다.

막상 시골은 느린듯 더 바빳고 여러모로 도시와는 달랐다.
문화생활이라 일컫는 겉으로 보이는 부분들은 충분히 생각하고 있었기에 어렵지 않았지만
느긋할 것만 같던 시골은 눈길이 닿는 곳마다 일거리가 되었고, 쉬는날이 정해져 있지 않고, 개인의 일정보다는 집안 일이나 자연의 허락여부에 따라 내 스케줄이 갑자기 변하는 일이 많았다.
도시처럼 정해진 시간에 일하고, 정해진날 쉬는 일정한 스케줄 속에 쉬는날을 내 의지로 계획하고 따르던 것과 크게 부딪쳤다.
내가 나서서 하는 농사일이 아니여도 눈치를 보며 집에서 전전긍긍 하게 되는 일들도 많았다.
그렇게 5년 쯤 살고 난 뒤 도시로 나올 기회가 우연히 왔다.
신랑이 먼저 화성에 와서 자리를 잡았고, 1년 뒤 아이들이 아빠랑 함께 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쫒아올라왔다.
나름 시골생활에 적응 된 뒤라 그런지 낯설고 '군'과 '시'의 차이가 느껴지는 환경에
새로운 위기를 느꼈던것 같다.
사실 도시가 익숙한 나는 지내기가 훨신 수월했지만, 당장 일하지 않으면 뜯어먹을 것도 없었기에
신랑이 고생을 더 많이 했었다.
그런 세월 이 또 5년..
이제 다시 시골로 향하려고 한다. 마찬가지로 신랑은 반년 전 다시 시댁에 가서 일을 시작했고,
나는 아이들과 반년 뒤 따라 내려가기로 했다.
처음 아무것도 모르고 갈 때보다도 오히려 더 발걸음이 떨어지진 않는다.
싱숭생숭 하던 요즘에
#느릿느릿복작복작 을 만난건 하늘이 날 도운듯 싶다.
내가 시골에 가지고 있던 좋은 인상들을 다시 꺼낼 수 있게 해줬고,
어디에서든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해주었다.
가장 큰 매력인 자연과 가까울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책에 고맙다.
명절에 시골 하늘을 보면서 그래도 별자리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별들이 보인다는거에
시골생활에 대한 희망을 가졌고, 느릿느릿 복작복작으로 용기도 얻었다.
지금 순간에 나에게 가장 필요했을 책을 만날수 있어서 감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