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진보 - 카렌 암스트롱 자서전
카렌 암스트롱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06년 2월
구판절판


...요리와 빨래는 여전히 엄마 몫이었다.
거기에 비하면 수녀는 정말로 홀가분하게 사는 것 같았다.
남자한테서 이래라 저래라 명령도 듣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며
고귀한 문제를 생각하면서 사는 수녀가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
었다. 나는 정말로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10쪽

그때가 1969년 봄이었으니까, 지금 생각하니 내가 수녀원에서 나
온 뒤로 몇 주 동안 국제 정세가 정말 어지럽게 돌아갔다는 걸 알겠
다. 리처드 닉슨이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고, 대 이스라엘 투젱의
선봉장인 야세르 아라파트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 의장으로 선출
되었으며, 파키스탄에서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팔레스타인 테
러리스트들은 취리히 공항에서 이스라엘 여객기를 공격했고 닉슨은
캄보디아 폭격을 숭인했으며 소련과 중국은 만주 국경 지대에서 충
돌했다. 난 이런 걸 하나도 몰랐다. 닉슨이 누군지 아라파트가 누군
지 들어본 적도 없었다. 캄보디아가 어디 가 붙었는지 만주가 어디인
지 지도를 봐도 아마 못 찾았을 것이다.-45쪽

춤추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나는 개밥의 도토리 같은 느
낌이 들었다. 대놓고 사람을 성적으로 자극하려는 그런 춤이었다...(중략)
노티가 팍팍 나는 고리타분한 옷을 입고..(중략) 영연방 국가를
순방하러 온 자신을 위해 펼펴지는 민속 무용을 얼빠진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는 여왕처럼 주변과 겉도는 사람으로 보일 것
이라는 생각을 하니 비참해졌다. 나는 더는 수녀원 사람이 아니었지
만 그렇다고 바깥 세상 사람도 아니라는 서글픈 사실을 깨달았다.-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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