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브 (양장) 소설Y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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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의 K-영어덜트 소설, 소설 Y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 '다이브'


2057년 서울, 세상의 얼음이 모두 녹아 바다가 건물을 삼키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산으로 올라가 삶을 이어갑니다. 필요한 물품을 얻기 위해 노고산에 남은 아이들은 물꾼이 되어 물속에서 전리품을 수집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노고산 물꾼 '선율'과 남산 물꾼 '우찬'은 시비가 붙어 내기를 하게 되고, 선율은 더 멋진 전리품을 가져오기 위해 물속을 뒤지게 됩니다. 이때 한 건물에서 사람과 똑같이 생긴 기계 인간 '수호'를 만나게 되고, 수호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한 이야기가 시작되죠.


기계 인간이라는 소재도 그렇고 소설을 읽는 내내 제가 너무 사랑하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과 뮤지컬<이토록 보통의>가 떠올랐어요. 다이브가 사랑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의미는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기계든 인간이든 삶과 죽음을 언젠가는 직면해야 한다는 것. 그것은 운명이기 때문에 거를 수 없다는 것. 기계라서 소중하지 않고 인간이라서 더 소중한 것이 아닌, 존재 자체로 그 의미를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수호의 진실에 한 발자국씩 다가갈 때마다 저는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오랜만에 펑펑 울면서 읽은 책이네요😢 읽는 내내 저는 수호의 부모님을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자신들의 욕심 때문에 수호를 그렇게 만든 거니깐요. 저 역시도 그들에게 무엇을 바래서 이 일을 벌인 건지 물어보고 싶었어요. 진정으로 그녀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그렇게 못했겠죠. 이런 게 좋은 부모 콤플렉스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을 쿵 하게 만든 구절입니다. (P30-31)

자의든 타의든 누군가에 의해서 다시 눈을 뜨게 된 수호. 그런 수호 앞에 펼쳐진 세상은 너무나도 많은 것이 바뀐 채 어지럽혀있었고 어떤 사연이 있어서 그녀가 기계가 된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스포라 이야기 안 할게요!)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그녀의 마음은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 가늠하기조차 힘들었어요. 만약 나였다면 현실을 부정하고 싶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뇌리를 스치기도 하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이 구절에서 가장 놀라운 사실은 선율이의 마음이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전기로 만들어진 기계 인간이든 피와 살로 만들어진 인간이든 모든 마음은 똑같다는 것을 표현하는 구절이기도 하고요. 이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는 선율이의 마음이 흥미롭게 느껴지네요.


(P.111) 또한 저는 모름지기 사람은 표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이 구절 또한 너무나 공감이 갔습니다.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기 전에 어떤 마음인지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문제를 해결해 나갈 건지, 저는 표현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고 회피하기만 한다면 그 일은 진전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그냥 쌓아 놓는 입장에서도 그 마음들이 쌓이고 쌓이면 상처는 진물로 가득 차 곯게 되는 거라 생각해요.


소설을 다 읽은 후 다시 한번 단요 작가님의 손 편지를 읽어보았는데요. "세계에 대해 솔직해지는 건 언제나 어렵고 아픈 일인 까닭에, 사람들은 곧잘 만들어진 이야기에 발을 들입니다. 그리고 현실의 삶에 희망이 있다고 믿어보려 합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창비 소설을 읽으면 항상 쓰는 말이 있어요.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이 글로 쓰여있기 때문에 몰입하기가 쉽다고.. 그만큼 다이브 역시도 어쩌면 우리의 미래일 수도 있는 일들을 (요새 자연재해가 정말 장난 아니죠..) 직면하면서 그 문제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더 나은 방향 쪽으로 삶이 흘러갈 수 있게 도와주는 이정표 같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2038년 12월의 서울에서 출발해 2057년의 서울에 도착한 마음을.
자신의 죽음을 알고 받아들이는 마음을. 전기로 만들어진 마음도 피와 살로 만들어진 마음만큼이나 복잡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P30

솔직해진다고 해서 꼭 문제가 풀리는 건 아니어도 문제를 풀려면 솔직해져야 한다는 거야.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들으려면. 참고만 있는 건, 덮어만 두는 건 해결이 아니잖아. 겉으로 보기엔 조용해 보여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거고.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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