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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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식물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창비의 K-영어덜트 소설, 소설 Y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나인' 

아무것도 없이 버려져있던 땅에 화원을 만든 이모와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나인. 

어느 날, 식물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손톱 사이에서 새싹이 돋는 일이 일어납니다. 

그로 인해 2년 전 자취를 감춘 박원우 실종 사건의 비밀에 한 발짝 다가가게 되고,

이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저번 블라인드 대본집을 통해서 만났던 소설 Y 시리즈 01 나나에 이어서 두 번째 소설 Y 02 작품인 천선란 작가님의 '나인'입니다. 제가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책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사람이었는데, 자연스럽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책을 읽을 시간이 많아졌는데요. 다양한 책도 읽고 서평을 쓰면서 아무래도 좋아하는 작품이라든지 성향, 무조건 이 작가님 소설을 읽어야 돼!라는 개념이 생기기 시작하더라고요. 천선란 작가님의 소설을 처음 읽은 건 알라딘 북펀딩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였는데요. 그 책을 읽고 작가님의 특유의 소설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창비의 소설 Y 클럽 1기에 당첨이 되어 출간 전 미리 소설을 읽게 되었는데 나인 또한 너무 좋아서 책도 바로 구매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벤트가 많아서 어디서 책을 사면 좋을까 하다가 ㅠㅠ 책방 라이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라이브에 들어가 작가님 이야기도 듣고, 라이브 도중에 책을 구매하면 친필 사인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다급하게 결제를 했던 것 같아요!




여러분은 평범한 인간, 평범함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내가 남들과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상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으신가요? 저는 엄청나게 혼란스러울 것 같아요. 내가 평범하지 않다니.. 사람들은 평범한 것을 좋아합니다. 평범하지 않고 조금만 나와 다르다면 이상하다고 손가락질하며 배척하기 바쁘죠. 저 역시도 그냥저냥 이 사회 속에서 평범하게 섞여 지내는 게 베스트라고 생각해요. 튀어봤자 좋은 게 없으니깐 말이죠. 그런데 이 책에서는 남들과 다른 식물과 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특별함을 가진 '나인'외계인 있다고 믿고 살았던 지금은 행방불명된 '원우'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꼬집어 냅니다. 제가 K-영어덜트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이렇게 진짜 있을 법한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이슈를 짚어가는 가면서 풀어가고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달까요? 일상에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지나가는 무던한 저로선 쟁취하고 나아가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처럼 이 책의 첫 번째 키워드가 '평범/평범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면

두 번째 키워드는 '믿음'입니다.

우리는 안 좋은 일이 생기거나 고민이 있을 때 종종 다른 사람들을 찾게 되죠. 해답을 찾거나 위로를 받고 싶거든요. 또한 혼자 끙끙대며 떠안고 있는 짐을 조금 내려놓고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때 우리는 보통 내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공감해 줄, 내가 말한 비밀을 지켜줄 사람에게 이야기하게 됩니다. 나인 역시 남들과 다른 자신의 존재를 서서히 받아들이고 그 사실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기 망설이죠. 하지만 나인의 걱정이 무의미할 정도로 친구들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나는 그냥 네 말이면 무조건 믿기로 했어. 그러니까 지금도 의심 안 해." 와! 이 문장을 보면서 현재와 미래처럼 전적으로 내 말을 믿어줄 사람이 나에게 있을까? 내가 그들이라면 친구의 비밀을 전적으로 믿을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만큼 그들에게는 무언가 끈끈한 믿음이 있었겠죠. 그게 부럽기도 하고 나에게도 그런 든든한 사람들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이 핵심 키워드 2개뿐만 아니라(하지만 이야기는 거의 비슷한 맥락으로 이어져간다.) 평범하지 않는 누브족이 지구에서 살아남기까지 이야기들, 숲속에서 만난 나무의 목소리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통해서 하나의 해답을 이야기합니다. 식물이든 사람이든 동물이든 모든 것은 그 자체로 존재하며 소통하고 살아가는 것. 그 관계성의 중요함. 다르다고 배척하는 것이 아닌 서로 믿음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라는 것. 이번 책 역시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읽는 내내 너무 흥미롭고 좋았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세상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 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벗겨 낸 세상의 비밀을 한 겹씩 먹으면, 어떤 비밀은 소화되고 흡수되어 양분이 되고, 어떤 비밀은 몸 구석구석에 염증을 만든다. - P28

온수인지 냉수인지, 급류인지 완류인지, 흐르는지 머무르는지, 바닷물인지 민물인지가 중요하다. 사랑을 지속하려면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로 충분하지 않고, 그 말에 담긴 온도와 흐름까지 같아야 한다. - P196

작은 꽃이 말해 주는, 끔찍한 속삭임을 되새기며.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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