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안전가옥 오리지널 8
천선란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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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나온 책이나 읽을 만한 책이 있을까 하고 알라딘에 들어갔던 5월. 우연히 천선란 작가의 북 펀드 소식을 접하게 되었어요. 아직 읽어 보지는 못했지만 천 개의 파랑으로 이름을 알고 있던 작가님이었고, 제가 좋아하는 안전가옥에서 출판된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소개 페이지를 읽게 되었습니다. '뱀파이어 로맨스 재활 병원에서 벌어지는 연이은 자살 사건'이라는 책 소개는 제 흥미를 마구마구 자극했어요. (아무래도 저에게 있어 미스터리 요소는 사랑인 것 같아요....!) 그렇게 구매한 책을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 8월 여름 끝자락, 덥지만 조금 서늘한 이 시기에 책을 열게 되었습니다. 뱀파이어를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가 조금 더 슬프게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죠. 


이야기는 철마 재활병원에서 시작합니다. 병원에선 의문의 자살 사건이 연거푸 일어나게 되고, 가족들조차 외면한 이들의 죽음은 단순 자살로 치부됩니다. 하지만 형사 수연은 그들의 죽음을 이상하게 여기며 수사를 계속 이어가는데 그곳에서 수상한 여자 완다를 만나게 되지요. 그리고 완다는 이 모든 사건이 뱀파이어의 소행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수연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평소 각별한 사이였던 재활병원 입원자인 은심 할머니마저 6번째 사망자로 발견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됩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수연은 사건을 더욱더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사건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갈수록 완다의 말이 맞아떨어지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재활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수상한 간호사 난주의 이야기까지 각자 자신의 입장의 이야기들이 서술되고 있는데요.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서술함에 따라 각자의 슬픔/외로움을 느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았어요! 읽으면 읽을수록 느낀 거지만 이것은 단순한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SF 소설이 아니었습니다. 뱀파이어를 통해 각자의 외로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같았거든요.



여태까지 뱀파이어라고 하면 인간의 피를 먹고사는 사악한 자. 악마라고 칭하는 자들도 있었죠. 인간의 피를 통해 소멸하지 않고 영원히 살아가는 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들의 외로움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오랜 시간을 버텨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함에 따라 그 감각은 무뎌져가지만, 그들의 마음속 한구석에는 외로움이 차곡차곡 쌓이는 거죠. 항상 차갑고 추위를 타지 않는 뱀파이어는 그냥 그게 습성? 이려니 생각했었는데 위의 문장을 보고 머리를 한대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던 부분을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구나 놀라웠어요. 그리워할 대상이 많아서 일지도 모른다니 너무 주옥같은 문장이 아닐까 싶어요. (이 문장뿐만 아니라 천선란 작가님의 표현들이 너무 좋아서 다른 책도 꼭 읽어보려고요 ㅠㅠ)


여러 가지 외로움 중에서도 외로움을 가지고 사는 뱀파이어와 외롭게 병마와 싸워가는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 재활병원의 조합은 더욱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요 근래 뉴스에서 본 적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면회가 불가능하자 요양/재활병원에 입원해있는 노인 환자들이 가족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에 외로움을 느끼다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희 아빠도 병원에서 병마와 싸우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아빠 생각이 더 많이 났어요. 얼마나 외로울까.. 얼마나 그곳에서 나오고 싶을까.. 하지만 저는 아빠가 이겨낼 거라고 굳게 믿고 있으며, 이 책 역시 외로움을 알기에 그 외로움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세상으로 한걸음 나가갈 수 있는 힘이 되어 줄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니 우리 외로움에 지지 맙시다!


완다는 뱀파이어가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그 피부가 얼음처럼 차가운 것이 그리워할 대상이 많아서 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P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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