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군다나 입시제도의 이해관계자에는 학생과 사교육업계, 교육당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선 학교와 대학, 심지어 지자체와 시민단체까지도 입시정책에 관여한다. 그래서 대입전형의 변경은 학생 간의 유불리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누가 학생의 대입 당락을 결정할 힘을 더 많이 갖느냐‘라는 정치적 역학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예컨대 수능의 반영비율이 올라가면 교육당국과 사교육시장의 영향력이, 학생부의 반영비율이 올라가면 고등학교의 영향력이, 논술·면접·구술고사의 반영비율이 올라가면 대학의 영향력이 커진다. 지역균형 · 기회균등전형의 모집인원을 놓고서는 지역간, 계층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진다.
입시제도의 변화가 생존경쟁의 결과든 정치적 역학관계의 산물이든, 분명한 것은 대입전형은 수시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변화가 잦으면 그만큼 전략적으로 행동할 여지가 커진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이 변화의 내용을 완벽히 숙지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학입시는 누군가 합격하면 다른 누군가는 불합격하는 제품섬게임zero-sum game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시전략을 짤 때는 지원한 모든 대학에 불합격하게 될 확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즉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학 진학에 실패해서 1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 입시제도상 대입 지원은 수시모집에 6군데까지,
정시모집에 3군데까지 할 수 있다. 정시모집이 끝난 다음 결원이 발생하면 대학이 추가모집을 할 수도 있으니 경우에 따라서는 10번 이상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런데 대학 입학은 여러 장의 복권을 사서 그중 한 장이라도 당첨되기를 바라는 것과 다르다. 수시모집에서 대학에 합격하면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가 없다. 먼저 산 복권이 당첨되면 다른 복권을 살수 없다는 뜻이다. 또한 정시모집은 대학이 3개(가. 나. 다)의 군으로구분돼 있어 같은 군에 속한 대학은 동시에 원서를 넣을 수가 없다.
수시·정시모집이 각각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도 전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