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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내편 - 개정판 ㅣ 세상을 움직이는 책 19
장자 지음, 박일봉 엮음 / 육문사 / 2014년 1월
평점 :
이 번역서는 일본의 한문대계 안에 있는 장자번역서이다. 중국의 한문대계를 일본의 학자들이 일본어로
번역한 것을 일본한문대계라 한다. 이 시리즈 가운데 장자 일본어 번역서가 들어가 있는데 두 권으로
되어 있다. 이 번역은 그 유명한 적총 충 이라는 학자인데 도가철학 전문학자로서 일본에서는 최고봉으로
알려져 있다. 적 선생은 장자 원문을 일어로 번역하고 단어풀이, 구절풀이를 통해 원문을 설명했다.
일본어로 번역하고 풀이 한 내용이 워낙 방대하여, 본 출판사에서 내 외 잡편 세 권으로 출판했다.
이 많은 분량을 박일봉선생이 한글로 번역해서 낸 책이 바로 본 책인데 세 권이며 초판이 출판된지
30년은 된 것 같다. 초판이나 중판이 나올 때는 한자를 너무 많이 써서 한문 한글이 거의 반반이다. 한글에
익숙한 요즘 사람에게 부담스러운 리뷰를 쓴 적이 있다. 2년전 다행히 한글위주 번역으로 다시 개정판이
나왔다. 편집도 훨씬 예쁘게 되어있고 아주 개정판을 잘 만들었다.
최근까지도 이번 개정판이 나온 줄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발견하고 세 권을 바로 주문했다.
이 좋은 번역서가 이렇게 판매지수가 낮은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장자는 워낙 어려운 책이다.
자세한 해설이 없으면 읽을 수 없고 이해불가능이다. 해설을 봐도 모를 수 있다. 이 책만큼
해설이 자세한 번역서는 없다. 장자를 알고 싶은 자는 이 책을 필수로 여겨야 한다.
장자 한글 번역서가 시중에 여러권 나와 있다. 대개가 중문학을 전공한 학자 교수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중문학을 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철학 훈련이 거의 안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번역을 보면 철학, 도가철학을
모르고 일반적 동서철학의 기본이 안 되어있다보니 아주 중요한 철학개념이 나오는 부분이 거의가 다
오역을 하거나 어설픈 표현으로 번역어로 어슬렁 넘어갔다. 도나 덕 이란 개념을 남발한다. 이런
개념이 나오지도 않고 그 문장에 의미상 들어갈 필요가 없는데도 도 라는 개념을 끼워서 망쳐놓는다.
철학개념을 엉망으로 번역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번역기술에 있어서 번역어의 일관성 부족은 번역자의
실력을 의심케 한다. 그리고 장자 번역을 하면서 왜 이리도 자연 이라는 말을 남발하는지 알수가 없다.
지금 우리가 일상으로 쓰는 자연 이라는 한글은 동양의 말이 아니다. 서양말 네이쳐 를 번역한 말이다.
이 자연에 해당하는 한자는 장자에 안 나온다. 노장에서 자연 은 스스로 그러함 이라는 부사구다.
天 을 자연으로 번역하는데 명백한 오역이다. 천을 스스로 그러함 이라는 뜻으로 장자가 人 과 대비하여
쓴 것이지, 그 뜻이 네이처가 아니다. 천지자연 이라는 표현도 많이 쓰는데 천지와 자연은 전혀 다른
철학 개념이다. 함께 쓰면 오류다. 시중의 번역서가 다 이런 오류를 범하면서 번역을 했다.
이런 와중에 그나마 일본한문대계 속의 장자 번역서가 한글로 번역되어 나온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이 책을 적극 추천하니 어렵더라도 이 책으로 장자를 배우길 바란다. 이 책은 앞으로도 절대 절판되거나
해서는 안 되는 귀한 출판물이다. 도가철학을 전공한 자의 번역이 믿을만 할 것인데 한글 장자번역은
철학전공자의 번역이 전무하다. 하여간 이 책을 많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