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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 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 1900~1945
토비아스 휘터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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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 1900-1945





물리학자들은 세상을 관찰하고 현상을 발견하며 이해한 뒤 방정식 등 우리가 알고 말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려는 욕구가 넘친다. 그러한 발견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싹 바꿔놓는다. 이 책은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1900년 막스 플랑크가 스펙트럼의 검은 '흑체' 복사선 연구에서 '양자'를 발견한 그 시작에서부터 1945년 전쟁의 마지막을 장식할 원자 폭탄 투하까지의 시대를 다루는 477페이지에 달하는 양자 역사책이다. 마리 퀴리, 닐스 보어, 하이젠베르크, 슈뢰딩거, 드브로이 등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거장들의 역사이기도 하고 '양자역학'의 전기이기도 하다.


철학과 수학을 공부하고 과학잡지의 편집자였던 '토비아스 휘터'가 과학자들의 편지, 메모, 연구논문, 일기, 회록에서 모아놓은 기록들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하는데, 수학과 과학뿐만 아니라 철학에 대한 기초지식을 충분히 가진 상태에서 책을 쓴 것 같이 느껴진다. 방정식으로 표현된 이론은 없지만 플랑크의 '에너지의 양자화', 뉴턴의 법칙과는 다른 특수상대성이론, '행렬역학' 및 '파동역학'으로 표현되는 양자역학에 관한 개념까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물리학 내용이 책 안에 빼곡히 담겨 있다. 또한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시대에 여성의 평등은 없었으나 암암리에 공부할 수 있었다는 상황이나, 1918년 독일 및 유럽을 휩쓴 전염병으로 베를린에서만 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은 사건, 1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대공황으로 인해 돈의 가치가 하락해 월급을 싣고 오기위해 수레를 챙기던 사람들의 이야기 등 세계사적인 배경까지도 자세하다.


작가는 원자, 양자역학의 모든 과정 속에 담겨있는 협업과 지금까지 토대로 삼았던 생각에 대한 혁신이 어두웠던 전쟁기에 찬란한 결과물을 이끌어내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어쩌면 이 작업은 최초의 진정한 전 지구적 협업일 것이다. 핵심은 뉴질랜드의 러더퍼드에게서 왔고, 구조 원리는 영국에서 러더퍼드를 만난 덴마크의 보어에게서 왔고, 세부 내용은 독일의 조머펠트에게서 비롯되었다.p.81", "역사의 밝은 면은, 믿을 수 없이 똑똑하고 지식에 목말라하는 이 놀라운 과학자들과 그들의 지식 협력이다. 양자역학은 그 누구도 혼자 힘으로 발견할 수 없을 만큼 아주 기이한 이론이었다. 그들은 양자역학을 탄생시키기 위해 협력하고 경쟁하고 친구이자 적이 되어야만 했다.p.479"


플랑크는 '에너지는 처음부터 일정한 양, 즉 양자의 정수배에 한정된다'는 "양자"를 등장시켰고, 마리 퀴리는 자발적이거나 즉흥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선을 발견했으며, 아인슈타인의 광양자, 빛의 입자설, 러더퍼드의 원자핵과 빈 공간, 보어의 원자 모형, 드브로이의 원자파동, 하이젠베르크의 확율파동, 파울리의 전자스핀 등 이 모든 과정의 지독한 찬란함이 원자폭탄으로 나타나 역사의 어두운면으로 마무리된다.


낯설고 서먹서먹한 전문 용어를 읽다보면 이해하기가 어려워 그냥 흘려넘기게 되기도 십상이라 나는 중간까지 읽다가 다시 읽기 시작했는데 발견과 발전과 열정이 너무 재미었어 연필을 들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된 신기한 책이었다. 답답하면 다른 정보도 찾아보았다. 드브로이나 아인슈타인의 인성에 대한 진실 여부가 너무 궁금해져서 더 알아보기도 했다. 조금 더 배경지식이 있었다면 즐겁고 신나게 흐름 속에 흠뻑 파묻혔을 것 같지만 이 정도에도 만족 중이고, 아이에게도 조금이나마 아는 척(?)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물리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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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동아리 컨트롤제트 YA! 14
임하곤 지음 / 이지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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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 제트 서평과 공부. 중딩이에 관한 생각들.


책을 간단히 살펴보면,

아이들이 가진 에너지를 공부에만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제트주사.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오직 인지 발달에만 집중시켜 일부 스페셜리스트를 키워내는 사회에서 주인공의 신체 발달은 10살의 나이에 멈춰있다. 1형제트 주사를 맞았기 때문이다.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도 아니고 '유일고'에서 스페셜리스트가 키워지는 시대에서는 그 길만이 특별함, 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이다. 사건은 10살 차이나는 언니가 졸업하지 못하고 죽어서 돌아오게 된 그 유일고에 주인공 한여름이 입학하면서 시작된다. 유일고 학생들은 2형 제트주사를 맞으며 매일 공부 할당량을 채워나가야하는데, 여름이는 그곳에서 첫사랑 재형선배와 언니가 만든 교내 비밀 동아리 '컨트롤제트'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언니의 죽음과 제트주사, 제트주사를 개발한 이영찬 박사와 관련된 숨가쁘게 빠른 이야기가 스릴있게 흘러갔다.

(스포 금지)


아이가 재미있다고 순삭하더니 정말이었다. 만화책을 보는 듯한 가상 상황에 책을 끝까지 집중해서 읽었다. 어려운 단어나 얽히고설힌 복잡한 설정도 없고 미래의 가상의 상황인데 아주아주 이해하기 쉬운 배경을 가진 소설이었다. 재미로만 보고 끝내지 않았길 바라며 중딩이는 어떤 생각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을까 곰곰 생각해봤다. 소설의 끝부분에서 약간의 만족감? 어른들을 물리쳤다는 정의감? 나에게는 흥미와 재미도 있었지만 주인공과 함께 움직이다보니 3학년 11반에 대한 궁금증이나 '쥐'에 대한 호기심이 다 풀리지 않았다는데 약간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재미로는 만화책 같이 편하고 생각해본다면 여러가지 여운을 갖게하는 책.


p.69

오직 두뇌 회전에만 에너지가 사용된다는 것이 2형 주사의 핵심이었다. 다시 말해 우리 몸이 최적의 수험생 모드가 된다는 뜻이다.

p. 83

그럴 필요가 없는 수준까지 잘하게 해 주지. 생각해봐. 하루에 한 과목씩 떼야 성공하는 세상이라면 그 성공의 요건 자체가 잘못된 걸지도 모르잖아.


중3이나 고3은 아주 중요한 시기일 것이다. 아니 중고등 6년의 시간이 어느 순간이 다 중요하지 않을까? 공부하기에 아주 좋은 시기. 두뇌가 열심히 설계되고 건축되고 있으니 공부하기에도 좋고, 몸도 성장하며 자라고 있으니 배우기에 더 좋고. 일상과 몸이 최적의 수험생 모드가 된다면 입시라는 결과에서 분명 두드러지는 성과가 보일 것이다. 하지만, 아주 좋은 시기. 하고 싶은 것을 하기에도 아주 좋은 시기인 것이 문제.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해서 혹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공부는 해야한다. 푸르른 청소년. 그러니 자유롭게 놀아야한다. 개발과 환경보전처럼 답없는 이 상황이 당사자 만큼이나 부모로서 답답하다.


p.146

죽을 만큼 힘든데도 일단 참아보라고 말하는 부모님을 보면, 진짜 사지로 날 떠미는 거 같아. 나 말야, 나중에 스페셜리스트가 되면 부모님 버리고 나만 ST돔에 가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힘들 때마다 종종. 그러니까 엄청 자주.

p.211

이렇게 뇌를 마치 운영체제처럼 쪼개 쓰려면, 뇌가 간섭받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조절해야 해. 즉, 공부를 방해하는 다른 감정은 무시해야 한단 말이지.


아.. 그래도 해보자고 말해야하고 학생은 일단 공부해봐야하는 세상이 정말 잘못되었나보다.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책 속에 나오는 대사들을 통해 무언의 공유감을 느꼈다. 하지만 음.. 정말 모든 아이들의 감정이 무시되고 있을까? 아이들이 감정을 무시당할 때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선 저항하지 않을까? 저항하는 사춘기가 있지않나? 소설 속 주인공처럼 아이들은 단순한 지식의 수용체가 될 수가 없고 결국은 행동의 주체이다. 부모의 눈에 공부와는 관계가 없고 '쓸 데 없는 일'로 치부되는 행동도 아이들의 생산적인 행동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 나는 '딴 짓'이 아이에게 잔뜩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방과후 교실 배드민턴을 쳐서 땀으로 번들번들 흠뻑 적셔오기도 하고, 좋아하는 소설도 실컷 읽느라 영어학원 단어 시험은 통과하지 못하기도 하고, 주말에는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2-3시간 거리의 한강에 가서 컵라면을 먹고 오고, 미세먼지가 아이들의 에너지를 막을 때면 아파트 탁구장에서 탁구를 치고 마음껏 노는 일 말이다. 물론 엄마에게 더 없이 기쁜 이야기-공부가 좋다면 공부를 하고 공부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도 하고. 이쪽 저쪽에 걸치고 있는 양다리 때문인지 성적의 진전이 크게 없어보이지만 마음을 키우는 중이라고 믿어본다. 공부에 매몰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중이라고 생각해본다. 나답게 커가는 길을 함께 걸어가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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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쫌 아는 10대 - 프로이트 vs 니체 : 내 안의 불안은 어디에서 왔을까? 철학 쫌 아는 십대 2
이재환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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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주는 다양한 방식의 책을 만날 수 있어서 풀빛 출판사 책을 참 좋아하는데 철학 쫌 아는 10대는 처음 만나봤다. 정신과 의사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를 통해서 우리가 가지는 불안에 대해 인지하고 이해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에게 적용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이야기.



불안한 건 어쩌면 내 마음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표시일 수도 있거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조금씩 불안하기 때문에, 불안한 감정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거야. p.6

불안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또 우리는 그 불안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알게 될 테니까.p.7



책을 한 번 읽었을 때, 선생님과 아이들의 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전체가 대화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이 너무 낯설어 두 번을 읽고 프로이트와 니체에 대해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다시 곰곰 생각해야했다. 10대 아이들은 쉽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편한 방식일 것 같기는 하지만 철학에 대해 아는 것이 먼지만큼도 없는 나에게는 대화문이 아닌 편이 더 이해하기 좋았을 지도 모르겠다. 큰 아이에게 읽으라고 주었는데, 아이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다시 읽어보기를 권유했다. 가능하다면 엄마의 서평을 읽어보고나서 다시 책을 읽어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읽고 프로이트를 이해하지 못하고 니체가 말한 '신은 죽었다.'를 삶에 적용시킬 만큼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더라도, '왜 짐을 지는지도 모르면서 주인이 시키니까 지는거야'라는 낙타의 삶을 살지 않기를 '용기있게 남이 지운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지긴 했는데 그 다음에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자의 삶을 살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을 긍정할 뿐만 아니라 놀이로 만들어서 즐겁게 놀면 얼마나 좋을까?



책에서는 프로이트가 말하는 '무의식'에 대해 알려주는데, 무의식에 쌓이는 우리의 경험과 감정들, 그에 따른 우리의 욕망을 배울 수 있다. 욕망을 조절할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불안과 자아와 초자아가 이드를 관리하지 못해서 나타는 불안정한 질병상태, 히스테리도 계속 설명해준다. '들어가는 글'에서 작가가 이야기 하는 것 첫 번째, 인간이라면 누구나 불안을 가지고 있고, 그 불안이 우리를 더 성장시키기도 한다고 알려주는 것에 대한 프로이트의 이야기이다.



그러니 두번째, 그 불안에 대처하는 것. 니체. 아모르 파티. 우리의 삶을 견뎌내는 것뿐만 아니라 사랑하라고.



너를 죽일 수 없는 것들이란 말은 우리가 겪는 정말 죽을 것 같이 힘든 일들을 말하는 거겠지. 근데 그렇게 힘든 일들도 우리를 죽이지만 않는다면, 우리를 더 강하게 할 뿐이라는 거야. 그러니까 운명을 사랑하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운명이 아무리 힘든 운명이라도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걸 말해. p.99



그래서 10대 아이들이 그러니까 우리집 그 아이가 남의 시선과 평가에 신경을 쓰고, 다른 사람이 제시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남이 무시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노예'로 살지 말고 자신의 기준과 가치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소질을 키워내 는'삶의 주인'이 되라고한 니체의 말을 공감하며 받아들이고 네가 바로 작가요 삶이 작품이니 타인과 비교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그러니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불안할 수 있다는 프로이트의 말도 잘 생각해 보고, 자신의 가치를 가지고 사는 사람은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니체의 말도 곱씹어 보면서

즐겁게, 그리고 가치 있게 생활해 봐. 잘 할 수 있지? p.158-189





너를 죽일 수 없는 것들이란 말은 우리가 겪는 정말 죽을 것 같이 힘든 일들을 말하는 거겠지. 근데 그렇게 힘든 일들도 우리를 죽이지만 않는다면, 우리를 더 강하게 할 뿐이라는 거야. 그러니까 운명을 사랑하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운명이 아무리 힘든 운명이라도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걸 말해. p.99

니체는 자신의 운명을 극복한 사람을 '초인'이라고 불렀어.p.99

초인이 된다는 것과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을 극복한다는 것이 만화 속에 나오는 영웅처럼 멋진 사람, 완벽한 사람이 되라는 게 아니야. 오히려 운명애를 실천한다는 것은 남들보다 부족하더라도 그걸 인정하고 자기 자신과 자신의 운명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거야.p.103

니체는 우리 삶의 많은 문제가 잘못된 생각 습관이나 생활 습관에서 생겨난다고 생각했어. 부정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말을 습관적으로 사용한다든다, 친구들에게 욕 같은 거친 표현을 쓴다든가, 시간을 아무렇게나 사용하거나, 자신이 생활하는 곳을 항상 더럽게 하거나, 자주 짜증내거나 화내는 습관 등등. 이런 것들이 우리 마음을 병들게 한다는 거지.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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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푸라기의 용감한 마음
말레네 발터 지음, 강나은 옮김, 이지윤 감수 / 별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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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똑같이 흘러가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렇게 '따분하고 편안한' 삶을 살아가는 보푸라기들 속에 모험이 하고 싶은 보푸라기가 있었습니다.((위 얼굴에 딸기 두 개 가진 부끄럼 보푸라기임)) 가족들은 그런 보푸라기에게 현실의 무서움을 언급하며 아이를 설득하지요. 어른들의 경험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되기 쉬운 것 같아요. 있었던 일, 있었다고 들었던 일, 정말 있을 것 같은 일들을 걱정합니다. 그리고 그 걱정을 아이에게 꼭! 이야기해주죠. 사랑해서 말이죠.


어느 날 밤, 운명의 날. 보푸라기는 유성을 만납니다. 일상에서 벗어나겠다는 마음에 꿈이 생겼습니다. 그러자 두려움을 이겨낼 용기가 나타났어요. 어둠 속으로 몸을 던져냅니다!! 따뜻하고 포근한 카펫인 줄 알았던 첫 도전의 결과는 고양이의 등 위였어요. 예상을 빗나가는 일이 수두룩하게 벌어지는 인생!! 무서운 이빨. 죽음의 공포.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른 결과는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줍니다. 아이를 위한 책 답게 기적이 시작되었어요. 고양이는 보푸라기를 먹지 못하잖아요. 보푸라기를 집 밖으로 보내주는 배달 천사였던거죠.


이 기적은 계속 나타나 아이를 변화시킵니다. 몸집이 커지고 마음이 커지죠. 즐거움과 기쁨으로 가득찹니다. 고양이 털로 부푼 몸이 꽃잎을 붙여 더 커지고, 거미줄도 조금 붙여봅니다.(역시 거미는 집에 없었어요.) 바닷가에서 솜사탕도 만납니다. '편안해진 몸과 마음으로, 조그만 보푸라기는 여행을 계속합니다.'


별을 보고 싶은 보푸라기, 민들레 씨앗을 만나 하늘 위로 날아올라갑니다. 결국 별을 만나는 우리 보푸라기.


둘째 아이에게 읽어줄 때 저는 목소리를 들썩이며 흥분하고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는 표정과 함께 깜짝 깜짝 놀라는 과한 행동을 했죠. 세상을 걸어나가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얼마나 멋진 모험 이야기일까 싶어서 그 마음을 응원해주려고 말이죠.


그러고나서 다시 곰곰 생각했어요. 누구에게 고양이털이나 거미줄이나 솜사탕이 가치있을까? 보푸라기의 부모의 눈에 그럴까? 어쩌면 보푸라기에게만 가치있는 어떤 것들이 아니었을까.. 도전해서 만나는 모든 결과물들은 아이를 키우고 빛나게 만든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것일까 하는 추측까지 해보았습니다.


방긋 웃고 있는 보푸라기가 참 마음에 드는 책.

용감한 도전이 꼭 필요한 이유를 부모에게 알려주는 책.

같이 용기내라고 아이를 이끌어 주는 책.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화려한 보푸라기 사진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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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아이
츠지 히토나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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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생은 우주의 별만큼 바다의 모래알만큼, 또 뭐가 있을까? 지구에 있는 CO2의 분자수만큼 무한히 다양해 나는 다 알 수가 없다. 어느 곳 어디에서 어떻게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살고 있는지 나는 책을 통해서 힐끔 곁눈질하듯 볼 뿐이다. 소설을 통해서도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렌지다. 부모의 보살핌은커녕 학대 속에 방치되어 출생 신고도 없이 세상에 덩그러니 떨어진 아이. 홀로 내던져진 아이는 안전하게 보호되어야 할 한밤중에도 세상에 드러나있다. 렌지가 있는 세상은 유흥가인 나카스 섬. 섬 밖은 렌지에게는 '외국'이다. 호적도 없어 서류상의 존재는 부정된다. 그러나 그는 나카스에 있다. 국적이 있다. 어린 렌지는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며 그 시간들을 살아간다.


렌지는 히가시 나카시마 다리에 자국 영토를 표하는 X를 그린뒤, 중앙 분리대에 서서 양팔을 펼치고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맑은 가을 하늘이지만 바람은 살갖을 때릴 만큼 강했다. 티셔츠가 바람을 머금어 둥그렇게 부풀고 바람의 손톱이 살갗을 할퀴었다. 다리 한복판까지 걸어가 그곳에서 눈을 감고 햇살을 느꼈다. 나한테는 나카스가 있다고 생각하면 전혀 고독하지 않았다. 집도 없다, 세계도 없다, 하지만 이렇게 풍성하고 멋있고 자유로운 나카스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가벼워졌다.(p.96)


츠지 히토나리가 누구인지 모르고, 사실 나는 [네가 맛있는 하루를 보내면 좋겠어]라는 책을 읽고나서 작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냉정과 열정 사이'는 얼마나 유명한 소설이며,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졌는지 모르지만 내가 읽은 책에서 느낀 작가는 '따뜻한 엄마 같은 아빠, 아빠 같은 엄마'였다. 그래서 작가의 눈이 그려낸 소설이 무척 궁금했다. 그리고 그 눈빛을, 내가 느끼기에, 이 책에서 렌지의 가족이 아닌 주변 사람들에게서 읽을 수 있었다.


어두운 길에서 렌지에게 맛있는 밥을 주는 사람들. 파출소 경찰 히비키, 외국인 삐끼 이시마, 고급 멘션을 렌지에게 빌려주는 괴짜 노숙인 겐타, 식당 주인 야스코, 마을 원로이자 축제 회장 다카하시, 나카스에서 사는 또 다른 여자아이 히사나, 요리사 헤이지, 함께 요리를 배우는 첫 동성 친구 쓰토무. 이렇게 선한 만남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을까 싶지만, 소설 안에서는 따뜻하게 넘쳐흐른다. 콜라도 주고, 밥을 해주고, 같이 요리를 한다. 따뜻한 온기가 순간순간 렌지에게 전해졌다.


렌지를 받아주고 안아주는 사람들이 있지만 여전히 어둡고 대단히 막막한 한밤 같은 렌지. 렌지는 스스로 생각한다. 나카스 섬을 지키자. 그것이 렌지를 서고 걷고 뛰게 만들었던 목표였다. '나카스가 내 세계예요.'(p.122) 여섯살 렌지의 말. '저는 호적을 취즉할 의사가 없습니다. 누군가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나카스에는 그런 저를 사랑해 준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년원에서 나가면 나카스로 돌아가 여태까지 해 왔던 대로 그곳 사람들과 나카스의 전통을 지키며 살고 싶은 마음뿐입니다.'(p.370) 소년이 된 렌지의 말.


이 책은 1부, 2부로 나뉘어져있다. 유흥가 섬 나카스에서 한밤 중에 뛰어다니는 어린 렌지의 이야기 1부. 중간에 큰 사건이 일어나 시간이 흐른 뒤, 16살이 된 렌지가 2부에 등장한다. 1부도 2부도 렌지를 뒤흔들고 그를 뿌리째 뽑을 듯한 큰 사건으로 마무리된다. '후끈한 열기와 나카스를 둘러싼 강의 습한 냄새, 열기를 품어 몸을 휘감고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공기가 가득하다. 이기적인 엄마, 도대체 정답을 알 수 없는 아빠의 존재. 안정감 있는 가족은 없지만 렌지를 성장시킨 그 긴 시간과 여정,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에 관한 성장소설을 살포시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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