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동아리 컨트롤제트 YA! 14
임하곤 지음 / 이지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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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 제트 서평과 공부. 중딩이에 관한 생각들.


책을 간단히 살펴보면,

아이들이 가진 에너지를 공부에만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제트주사.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오직 인지 발달에만 집중시켜 일부 스페셜리스트를 키워내는 사회에서 주인공의 신체 발달은 10살의 나이에 멈춰있다. 1형제트 주사를 맞았기 때문이다.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도 아니고 '유일고'에서 스페셜리스트가 키워지는 시대에서는 그 길만이 특별함, 부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이다. 사건은 10살 차이나는 언니가 졸업하지 못하고 죽어서 돌아오게 된 그 유일고에 주인공 한여름이 입학하면서 시작된다. 유일고 학생들은 2형 제트주사를 맞으며 매일 공부 할당량을 채워나가야하는데, 여름이는 그곳에서 첫사랑 재형선배와 언니가 만든 교내 비밀 동아리 '컨트롤제트'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언니의 죽음과 제트주사, 제트주사를 개발한 이영찬 박사와 관련된 숨가쁘게 빠른 이야기가 스릴있게 흘러갔다.

(스포 금지)


아이가 재미있다고 순삭하더니 정말이었다. 만화책을 보는 듯한 가상 상황에 책을 끝까지 집중해서 읽었다. 어려운 단어나 얽히고설힌 복잡한 설정도 없고 미래의 가상의 상황인데 아주아주 이해하기 쉬운 배경을 가진 소설이었다. 재미로만 보고 끝내지 않았길 바라며 중딩이는 어떤 생각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을까 곰곰 생각해봤다. 소설의 끝부분에서 약간의 만족감? 어른들을 물리쳤다는 정의감? 나에게는 흥미와 재미도 있었지만 주인공과 함께 움직이다보니 3학년 11반에 대한 궁금증이나 '쥐'에 대한 호기심이 다 풀리지 않았다는데 약간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재미로는 만화책 같이 편하고 생각해본다면 여러가지 여운을 갖게하는 책.


p.69

오직 두뇌 회전에만 에너지가 사용된다는 것이 2형 주사의 핵심이었다. 다시 말해 우리 몸이 최적의 수험생 모드가 된다는 뜻이다.

p. 83

그럴 필요가 없는 수준까지 잘하게 해 주지. 생각해봐. 하루에 한 과목씩 떼야 성공하는 세상이라면 그 성공의 요건 자체가 잘못된 걸지도 모르잖아.


중3이나 고3은 아주 중요한 시기일 것이다. 아니 중고등 6년의 시간이 어느 순간이 다 중요하지 않을까? 공부하기에 아주 좋은 시기. 두뇌가 열심히 설계되고 건축되고 있으니 공부하기에도 좋고, 몸도 성장하며 자라고 있으니 배우기에 더 좋고. 일상과 몸이 최적의 수험생 모드가 된다면 입시라는 결과에서 분명 두드러지는 성과가 보일 것이다. 하지만, 아주 좋은 시기. 하고 싶은 것을 하기에도 아주 좋은 시기인 것이 문제.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해서 혹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공부는 해야한다. 푸르른 청소년. 그러니 자유롭게 놀아야한다. 개발과 환경보전처럼 답없는 이 상황이 당사자 만큼이나 부모로서 답답하다.


p.146

죽을 만큼 힘든데도 일단 참아보라고 말하는 부모님을 보면, 진짜 사지로 날 떠미는 거 같아. 나 말야, 나중에 스페셜리스트가 되면 부모님 버리고 나만 ST돔에 가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힘들 때마다 종종. 그러니까 엄청 자주.

p.211

이렇게 뇌를 마치 운영체제처럼 쪼개 쓰려면, 뇌가 간섭받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를 조절해야 해. 즉, 공부를 방해하는 다른 감정은 무시해야 한단 말이지.


아.. 그래도 해보자고 말해야하고 학생은 일단 공부해봐야하는 세상이 정말 잘못되었나보다.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책 속에 나오는 대사들을 통해 무언의 공유감을 느꼈다. 하지만 음.. 정말 모든 아이들의 감정이 무시되고 있을까? 아이들이 감정을 무시당할 때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선 저항하지 않을까? 저항하는 사춘기가 있지않나? 소설 속 주인공처럼 아이들은 단순한 지식의 수용체가 될 수가 없고 결국은 행동의 주체이다. 부모의 눈에 공부와는 관계가 없고 '쓸 데 없는 일'로 치부되는 행동도 아이들의 생산적인 행동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 나는 '딴 짓'이 아이에게 잔뜩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방과후 교실 배드민턴을 쳐서 땀으로 번들번들 흠뻑 적셔오기도 하고, 좋아하는 소설도 실컷 읽느라 영어학원 단어 시험은 통과하지 못하기도 하고, 주말에는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2-3시간 거리의 한강에 가서 컵라면을 먹고 오고, 미세먼지가 아이들의 에너지를 막을 때면 아파트 탁구장에서 탁구를 치고 마음껏 노는 일 말이다. 물론 엄마에게 더 없이 기쁜 이야기-공부가 좋다면 공부를 하고 공부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도 하고. 이쪽 저쪽에 걸치고 있는 양다리 때문인지 성적의 진전이 크게 없어보이지만 마음을 키우는 중이라고 믿어본다. 공부에 매몰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찾는 중이라고 생각해본다. 나답게 커가는 길을 함께 걸어가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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