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조작되는 것이다》 | 요제프 괴벨스누구나 알고 있을 이름이지만 그 인물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고 있지는 않다. 요제프 괴벨스에 대한 책이라니 흥미로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책은 그를 흠모하거나 선동술을 배우자는 것이 아니라, 그가 어떻게 말로 사람을 움직이고 권력을 만들어냈는지 해부하는 것이라고 밝힌다. 좋은 사람에게서 좋은 말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경계해야 할 사람이 사람들의 생각을 움직인 방식을 살펴본다는 점이 흥미로웠다.읽으면서 특히 언어의 힘을 생각하게 됐다. 최근에 본 영어권 국가의 코미디 영상에서 어떤 사건에 영어이름을 붙이자 상관이 화를 내며 다른 러시아 이름을 붙이는 장면이 있었다. 같은 사건도 어떤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을 풍자한 장면이었다. 단어 하나가 대상을 바라보는 틀을 만들어버리는 것이다.괴벨스는 이런 언어의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 같다. 문학을 전공하고 글을 쓰던 사람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프레임을 만들고 단순한 말을 반복하고 두려움과 분노를 자극하는 것은 결국 사람들에게 무엇을 생각할지뿐 아니라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를지까지 정해주는 일이니까.책에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선전이 라디오와 음악, 거리의 깃발, 아이들의 동화책처럼 일상 곳곳에 스며들었다는 부분이다. 반복해서 접한 말이 어느 순간 내 입에서 흘러나오고, 사람은 자기 입에서 나온 말을 자기 생각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말도 정말 내 생각인지 돌아보게 했다.‘수치’를 다루는 부분도 인상 깊었다. 모든 수치를 지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심어둔 수치와 내 양심에서 비롯된 수치는 다르다고 말한다. 괴벨스의 선동술을 넘어 내가 어떤 기준으로 스스로를 판단하고 있는지도 생각해보게 했다.괴벨스를 배우는 책이라기보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언어와 프레임 속에서 내가 세상을 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내가 내 생각이라고 믿는 것이 정말 내 생각인지 한 번쯤 의심해보게 한다.*본 리뷰는 책읽는 쥬리님의 서평단으로 참여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책읽는쥬리 #요제프괴벨스 #권력은주어지는것이아니라철저히조작되는것이다 #서평단 #책읽는쥬리서평단
《남자가 되는 게임》 | 루크 팔머 지음네 소년이 시작한 것은 그저 게임이었다. 아지트를 만들고, 무너뜨리고, 다시 짓는다. 위험한 놀이를 하나씩 늘려가며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려던 아이들은 점점 더 큰 위험을 마주하게 된다. 가볍게 시작한 게임은 어느 순간 그들의 삶을 뒤흔들 만큼 커져버린다.네 소년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남자가 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마크는 돈을 벌고 좋은 물건을 가지는 것으로, 루크는 강한 몸과 마초적인 모습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한다. 매트는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추며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조니는 더 위험하고 자극적인 일을 찾아다닌다.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결국 모두 ‘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규칙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인물의 시점도 인상적이었다. 마크와 루크, 매트의 시선을 따라가며 각자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지만 조니의 시점은 마지막에 단 한 번 등장한다. 다른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조니를 따라가다가 마지막에야 그의 생각을 잠깐 엿보게 되는 구성이 좋았다. 그래서인지 조니는 끝까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인물로 남았다.특히 루크가 선생님과 《맥베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루크는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나아가는 맥베스의 모습이 좋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지나가는 대화처럼 읽었지만 루크의 이야기를 알고 나니 그 말이 다르게 들렸다.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자신이 가고 있는 방향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루크의 모습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책을 다 읽고 제목이 궁금해 원제를 찾아보니 《Play》였다. 한국어판 제목이 ‘남자가 되는 게임’인 것도 재미있지만, 원제를 알고 나니 소설 속 아이들이 처음부터 거창한 무언가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놀이라고 시작한 일이 점점 커지고, 결국 자신들이 감당해야 할 일이 되어버린다. 읽고 나서야 제목의 ‘게임’이라는 말이 이 소설에서 꽤 정확한 단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본 리뷰는 씨드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씨드북 #남자가되는게임 #루크팔머 #푸르른숲 #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