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없는 전쟁 - 두려움도 분노도 없는 AI 전쟁 기계의 등장
최재운 지음 / 북트리거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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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없는 전쟁》 | 최재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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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초 동안 표적 하나를 확인할 뿐이었다.” 20초. 한 사람의 생사를 결정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이 책은 베트남 전쟁과 이라크 전쟁 같은 과거의 사례부터 인도-파키스탄, 이스라엘-이란, 이스라엘-하마스,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최근의 전쟁까지 다루고 있다. 각 전쟁에서 AI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오늘날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AI의 빠른 발전과 그에 따른 위험성까지 비교적 명확하게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최근에 일어난 전쟁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마주하게 되었다. 애초에 AI를 연구하던 학자들은 개발 가능성이 희박할 때부터 이 기술이 사회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며 ‘인공지능 안전’ 전담팀을 꾸려 연구해 왔지만, 결국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국가들이 안보를 이유로 공격적으로 AI를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점이 씁쓸하게 느껴진다.

사실 한국은 이런 부분에 대해 얼마나 잘 대비되어 있는지 궁금했는데, 기밀 사항이 많아 속 시원하게 다루지는 못하고 이미 공식적으로 알려진 해외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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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켜야할 가치는 무엇이고, AI로 대체해서는 안 되는 영역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하며 대화하고 선택하는 과정이다. 기업이나 국가, 사회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다. 개인 역시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고, 실천해야 하는 일이다.

《인간 없는 전쟁》은 기술의 발전을 찬양하는 책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끊임없이 묻는 책이다. 20초 만에 내려진 결정의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기술은 점점 정교해지지만, 그 기술을 통제하고 책임질 준비는 아직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전쟁이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선택해 온 기술의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불편한 질문이 오래 남는다. 전쟁사나 국제정치에 관심이 없더라도, AI 기술이 우리의 삶에 어떤 방향으로 스며들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인간 없는 전쟁》은 ‘미래의 전쟁’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재를 보여주며,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위 도서는 북트리거로부터 제공받아 탐독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

#인간없는전쟁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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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잠에서 깨다 - 일제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발굴이 새긴 기억의 공공인류학
정병호 지음 / 푸른숲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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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잠에서 깨다》 | 정병호 글·구술

일제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 발굴이 새긴 기억의 공공인류학

도서출판 푸른숲의 SNS에서 만난 책 소개를 봤을 때, 이전에 보았던 다큐멘터리 《조선인 여공의 노래》가 떠올랐다. 출간 소식을 접하자마자 꼭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막상 책을 펼치니 예상보다 훨씬 무겁지만 차분한 책이었다. 정병호 교수님이 작년에 작고하셨기에, 이 책은 그가 남긴 글과 현장을 함께한 제자들의 손을 거쳐 완성되었다.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교수님이 일본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프로젝트가 점차 깊어진 과정, 그리고 그 의미가 차분하게 담겨 있다. 1장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류학자가 현장 연구 과정에서 경험하듯, 이 모든 일은 뜻하지 않은 만남에서 시작됐다”라는 문장은 책의 방향을 자연스럽게 보여 준다.

직설적인 표현을 피하는 일본 문화 속에서, 일본어에 능숙하지 않았던 교수님이 공손히 “한 달 동안 댁에서 신세를 지겠습니다”라고 말하던 장면에서는 도노히라 스님의 표정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미소가 지어졌다. 어린이집 연구에서 출발해 일제 강제노동 희생자 유골 발굴로 이어진 과정은, 고고학이나 인류학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을 만큼 담담하게 서술된다.

훗카이도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설경이 아름다운 관광지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책 속 훗카이도는 외지고 변방의 공간으로 그려진다. 아이누 민족에 대해서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제대로 알게 되었는데, 훗카이도는 오랫동안 일본 중앙정부의 직접 통치 밖에 있었고, 아이누가 살아온 땅이었다. 메이지 정부 시기 ‘개척’이라는 이름 아래 국가적으로 편입되며 사실상 식민지화되었고, 그 과정에서 아이누의 삶과 문화는 크게 훼손되었다. 이 역사적 사실은 책을 읽지 않았다면 쉽게 알기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한국, 일본, 재일교포 대학생들이 발굴 현장에서 함께 노동하고 토론하는 장면이었다. 갈등과 오해가 생기기도 하지만, 공동 작업을 통해 관계가 재구성되는 서사는 ‘국가 간 화해’라는 추상적 담론보다 시민 차원의 연대와 책임이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책은 기억 투쟁의 주체를 국가가 아닌 시민과 연구자, 현장 참여자로 위치시키고 있다.

프로젝트 초기에 여러 후원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보해’라는 주류 회사가 소주를 챙겨 보내고, 보해가 훗카이도의 ‘닛카’와 자매결연 관계였던 덕분에 닛카에서도 위스키를 보내주었다는 일화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고생하는 젊은이들에게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공통된 정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 잠에서 깨다》는 학술서이자 기록문학적 성격을 지닌다. 유골 발굴이라는 물리적 노동과 현장의 사소한 연대, 애도의 감각이 절제된 언어로 제시되며, 비극을 소비하지 않고 기억을 현재의 윤리적 과제로 끌어낸다.

이 책이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명확하다. 과거의 폭력은 누가,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기억은 현재 우리에게 어떤 책임을 요구하는가? 《긴 잠에서 깨다》는 국가 주도의 역사 서술이나 공식 사과의 한계를 넘어, 시민적 실천과 학문적 개입이 결합될 때 비로소 기억이 공공의 것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일제 강제동원 연구뿐 아니라, 기억 연구와 공공인류학 전반에도 의미 있는 참고점이 된다.

*위 도서는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탐독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

#도서출판푸른숲 #푸른숲 #긴잠에서깨다 #정병호 #인류학 #고고학 #공공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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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어떻게, 왜 - 우리를 무대로 이끄는 물음들
성수연 지음, 김신중 사진 / 북트리거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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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어떻게, 왜》 | 성수연 지음

성수연 님과 무대창작자 21인의 인터뷰가 수록된 책이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웹진에 연재된 글을 모았고, 21명의 무대창작자를 다시 만나 최근에 나눈 대화도 함께 실려 있다.

책과 영화만큼 무대를 보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 행복했다. 사실 대형극을 주로 보다 보니 모르는 공연이 더 많았지만, 이제 어디선가 어떤 연극의 이름을 만나거나 창작자의 이름을 보게 되면 조금은 더 아는 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박식한 미래의 멋진 나를 상상하며 인터뷰를 읽었다.

크게 노력하지 않고, 고작 ‘읽기’라는 행위만으로 누군가의 고뇌와 노력, 살아온 삶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인터뷰’라는 방식에 감사함을 느낀다. 개인적으로는 무대 위 수어통역사 김홍남 님, 어린이에 대해 이야기한 이지민 님, 오늘부터 나의 롤모델에 추가된 직업관객 배서현 님, 수채화가 마르기 전 반짝이는 순간에 대해 나눠준 강수연 님의 인터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모든 인터뷰이에 애정을 쏟은 성수연 님까지.

최근에는 진실을 밝히기 위한 인터뷰만 접하다가, “네가 무엇을 어떻게 왜 사랑하는지 말해줘”라는 인터뷰를 만난 건 오랜만이라 마음이 산뜻했다. 무대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랑이 모여 하나의 무대가 완성되는지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위 도서는 북트리거로부터 제공 받아 독서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

#북트리거 #무엇을어떻게왜 #인터뷰집 #성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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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란 무엇인가 ㅣ 김영민 논어 연작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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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어란 무엇인가》 | 김영민 지음

최근에 사회평론에서 김영민 교수님의 《논어: 김영민 새 번역》과 《논어란 무엇인가》 두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사회평론에서 감사하게도 《논어란 무엇인가》를 먼저 읽어볼 수 있도록 보내주셨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1학년 때 한자 과목이 있었다. 한자 공책 표지 안쪽에 적힌 부수를 옮겨 적고 옥편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보고, 엄마는 한자 과외를 붙여주셨다. 그렇게 천자문을 배우고, 명심보감을 거쳐 《논어》를 처음 만났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내 삶에서 가장 순수하게 배움에 대한 열망이 컸던 시기였다. 나는 그때 뭐든 배울 준비가 된 마음으로 《논어》를 만났다. 논어는 20개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심지어 배움에 대한 <학이>편으로 시작한다. 내 나이 아홉 살, 《논어》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모든 조건이 갖춰져버렸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 수학에서 <집합>을 맨 처음에 배웠다. 시간이 지나도 집합과 명제는 오래 기억이 나는 것처럼, <학이>편 역시 내 마음에 오래 남는 챕터다. 어떠한 이익을 바란 것이 아닌 순수하게 배움을 사랑했던 공자의 태도와 가르침은 지금의 나를 이루기까지 큰 바탕이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논어》는 그 시대의 쇼츠다”

‘김영민 교수님은 《논어》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접근했을까?’하는 기대감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공자는 새롭게 다가온다. 가르침 자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경험이 쌓인 지금의 나에게는 다소 이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그의 말을 곱씹게 되는 것은, 여전히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유효한 질문들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논어》만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도리스 레싱의 소설이나 서양 사상가들의 사유를 함께 소개하며, 공자의 관점으로 오늘의 세계를 해석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기원전 5세기의 사상이 지금의 세상을 비추는 순간들이 인상 깊다.

공자의 가르침은 시대를 크게 타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고민해온 질문들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논어란 무엇인가》는 논어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독자에게도 의미 있는 책이다. 기회가 된다면 새 번역본도 역시 읽어보고 싶다.

*위 도서는 사회평론으로부터 제공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사회평론 #논어새번역 #논어란무엇인가 #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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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디렉션 - 사진작가 이준희 직업 에세이
이준희 지음 / 스미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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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과 디렉션》 | 이준희 지음

국내 아트 스포츠 포토 개척자라는 수식이 붙은 사진가 이준희 님의 에세이이다. 나는 예술가의 에세이를 읽는 것이 가끔은 무섭다.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 같아서 그들이 구사하는 언어에 몰입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이준희 님은 정갈한 문장들로 자신의 삶과 사진에 대한 애정을 들려준다. 실용음악을 전공한 그는 학생 때 연주실보다 도서관에 오래 머물렀다는 말의 진심이 느껴지는 책이다.

음악을 하던 사람이 어떻게 사진가가 되었는지부터 지금 하고 있는 아트 스포츠 포토를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솔직한 얘기는 사진이라는 업에 대한 빛과 어둠을 다 담고 있어서 귀하다. 보통은 빛인 부분만 이야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 외부인들은 빛나는 달의 표면만 볼 때가 많은데 정성스럽게 들려준 이야기 덕분에 사진가로서의 생을 살아본 것만 같다.

천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은 천 번의 인생을 사는 것과도 같다는 문장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아마 닿을 수 없는, 또한 접하지도 상상할 수 없는 하나의 삶에 대해 들여다보고 관찰한 기분이다. 이 즐거움에 나는 에세이 읽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타인의 이야기를 쫓아다니겠지. 앞으로 어떤 세계를 구축해 나가실까? 사람 이준희, 사진가 이준희, 작가 이준희의 모든 행보를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다.

*위 도서는 스미다로부터 제공 받아 탐독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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