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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라와 블루
마테오 부솔라 지음, 이현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26년 6월
평점 :
《비올라와 블루》 | 마테오 부솔라 지음
💙
"파란색은 남자애들 색이야. 넌 여자애니까 분홍색을 좋아해야지!"
성별에 대한 선입견은 언제부터 인식하기 시작하는 걸까? 나는 외동이었기 때문에 가정에서보다 학교에서 그런 경험을 더 많이 했다. 여자라서 가장 서러웠던 기억은 급식 시간이었다. 나도 고기 반찬을 많이 먹고 싶었는데 선생님들은 남자아이들에게만 넉넉하게 퍼주곤 했다. 축구 대신 피구를 해야 했고, 회장과 반장은 남학생의 몫처럼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반대로 남자아이들 역시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운다", "남자는 울지 않는다" 같은 말 속에서 다른 방식의 답답함을 겪었을 것이다. 어린아이들에게는 모두 가혹한 기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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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들은 자유로운 여자의 상징이거든. 누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지 않고, 누가 정해준 대로 살지 않는 여자들. 그런 여자들을 사람들은 항상 두려워했지."
"아빠, 난 남자의 자리가 있고 여자의 자리가 있다는 게 이해가 안 가요. 왜 정해진 자리가 있어야 해요? 모두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가는 게 좋은 거 아니에요?"
"넌 네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어, 비올라."
질문이 많은 비올라를 보며 자꾸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왜 나는 안 돼요?"라고 물으면 "왜요는 일본 말이야."라는 엉뚱한 대답으로 질문을 흘려보내던 어른들도 함께 생각났다. 그래서인지 비올라와 아빠의 대화가 더욱 따뜻하게 다가왔다. 나에게도 이런 다정한 어른이 가까이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책을 덮으며 문득 다짐했다. 나는 비올라의 아빠처럼 아이와 눈을 맞추고, 질문을 끝까지 들어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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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들이 어떤 직업을 가지면 이상한 이름으로 그들을 부르는 게 비올라는 이해되지 않아요. 여사장, 여변호사, 여자 기사…. 이렇게 부를 때면 마치 그 일들이 남자들만을 위한 것처럼 들려요. 공평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비올라는 커서 가수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가수는 남자든 여자든 구별하지 않고 똑같이 부를 수 있는 직업이니까요."
이 책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청소년 소설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책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내가 어린 시절 겪었던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럽은 조금 다를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성별에 따라 색을 구분하고 역할을 나누는 모습은 익숙할 정도였다. 오히려 명사마다 남성과 여성의 성을 구분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라서 비올라가 혼란을 느끼는 장면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파란색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놀림받는 여자아이, 색칠 공부를 하고 싶지만 시선을 의식하는 남자아이의 이야기를 읽으며 새삼 깨달았다. 세상은 넓지만 사람 사는 모습은 참 비슷하다는 것을. 2026년인 지금도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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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난 반대하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어요. 우리를 있는 그대로 놔두기만 하면 되지 않아요? 난 아무것도 반대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나로만 있고 싶어요."
10여 년 전 위스퍼 광고가 떠올랐다. 어른들과 청소년들에게 "여자답게 뛰어보세요", "여자답게 공을 던져보세요"라고 했을 때는 어색하게 행동했다. 하지만 어린 여자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있는 힘껏 뛰고 공을 던졌다. 편견은 그렇게 자라면서 배운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비올라와 블루》를 읽으며 그 광고가 다시 생각났다. 비올라가 바란 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었다. “그냥 나로만 있고 싶다”는 아주 단순한 바람이었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그 한마디인지 모르겠다.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나 역시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이 책은 그 당연한 바람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위 도서는 청어람미디어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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