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덟, 6개월 만에 결혼하다 - 한 여자의 단기 속성 결혼 성공기
이진영 지음 / 슬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으로 솔직하고 실용적인 에세이를 만났다. 제목 그대로 서른 여덟인 여자가 6개월만에 연애하고 결혼까지 하는 이야기이다. 이 에세이가 흥미로운 건 그만큼 미혼여성, 그것도 나이 35살 이상인 여자에게 결혼이 실제로 어려운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다 나도 남의 결혼 과정을 책으로 읽게 되었을까 스스로 한심하기도 하고 마치 연애 고자가 몰래 연애 기술서라도 찾아보는 기분으로 '도대체 어떻게 해야 결혼이란 걸 할 수 있을까'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봄 작가라는 필명의 저자는 담백하고 짧고 쉬운 문체를 가졌다. 글은 술술 잘도 읽히고 '아, 이렇게 흘러가야 결혼하는 거구나' 싶었다. 이만큼 좋아해야 하는 것이고, 결혼은 혼자 하는 게 아니므로 상대도 나와 같은 마음이어야 하고 그걸 확인하는 어렵고도 적나라한 과정이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약간의 중간 과정이 있긴 하지만 쉽게도 둘이 한자리에 눕고 다음날이면 금방 연인이 되어서 의아했는데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고 상대의 숨은 마음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아서 애가 타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물론 봄작가의 연애는 특이한 게 아니다. 나이찬 성인 남녀이고 그 전에 서로 다른 연인도 있었고 완전 숙맥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여자쪽이 좀 더 경험이 많고 머리 회전이 빠르고 리드하는 성격이라 다소 미련해보이는 남자를 끌고서 결혼까지 골인한 게 아닌가 싶다. 남편이 된 남자주인공은 눈치가 약에 쓸래도 없는 사람인데 남자란 존재 자체가 이런 성향이 많기 때문에 그가 또 특이한 경우라고 볼 수도 없다. 곰같은 남자의 부족한 경험은 여우같은 여자가 가르치면서 채워나갔고, 세상일이 그렇듯이 그 경험이라는 것도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의지의 문제이므로 유순하게 이뤄진다. 아름다운 연애이고 아름다운 결실이 한 편의 미니 드라마처럼 속도감 있게 펼쳐진다.

 

 

마치 일기 같은 이 에세이를 읽으며 운명같은 사랑도 자기가 만드는 거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 여자의 오해를 남자가 적극적으로 풀어주지 않았더라면, 헤어지자고 했을 때 '그래, 헤어지자' 쉽게 동의했다면 이 두 사람은 결혼할 수 있었을까?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이 둘은 끝없이 서로를 끌어당겼다. 한쪽이 멀어지면 상대가 다가오고, 마찬가지로 한쪽이 상처받으면 다른 쪽이 풀어주고.. 그러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그 후의 일은 서로에게 달렸다. 연애만 하고 결혼을 하지 않는다라거나, 비혼주의자라면 아마 이 글을 읽지도 않겠지만 작가 부부를 소개해 준 고모의 말처럼 지금은 괜찮지만 45살쯤 되면 결혼 안 한 것을 후회할 것이라는 소리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맛집도 누구랑 같이 가서 먹어야 더 맛있고 좋은 경치도 함께 나눌 사람이 필요하다. 결혼의 가치를 중시하지 않는 세상이 된 것 같지만 좋은 짝을 만나 성인으로써 참다운 자기 인생을 시작한 작가를 보며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